내실에 대한 견해차는 있어도 밴드 신의 전체적인 주목도가 높아진 최근이다. 새로운 팀이 지속적으로 페스티벌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중이며 소셜 미디어에서도 밴드 부흥 운동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4인조 고고학도 그 틈에서 차근차근 인지도를 쌓고 있는 그룹이다. 스스로 하나씩 연재하듯 음악을 만든다는 말과 함께 2022년 데뷔 이래 매년 작업물을 공개한 이들이 첫 정규작 < Vol.07 >을 발매했다.
앨범은 어딘가 익숙하다. 냉소적인 보컬과 우울감이 묻어나오는 선율, 곧 요즘의 인디와 밴드 신 과반을 요약하는 키워드다. 일그러뜨린 보컬은 실리카겔도 어렴풋이 닮았다. 개성 항변은 테크닉과 구성력의 몫이다. ‘감’이 두 강점을 집약한다. 짧은 합창 코러스를 제외하면 사실상 연주곡인 트랙은 직전까지 선명한 리듬감으로 가족 친화적인 야외 공연을 그려낸다. 센티멘탈한 밴드가 만든 뜻밖의 피크닉 잼이다.
앨범의 최대 미덕이라면 균형이다. 작법이 쉽다고 말하긴 힘들겠지만 구태여 배배 꼬는 타입과는 거리가 멀다. ‘도시괴담’의 낭랑한 건반이나 시작부터 따라 부를 구간이 확실한 ‘Trauma’ 등 각 노래가 저마다의 소구점을 지니고 있는 덕분이다. 밴드 구성의 연속 끝에 위치한, 이펙트만 걷어낸다면 전형적인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풍의 곡이 될 법한 ‘내향형’의 존재도 흥미롭다. 불친절한 정서가 곧 난해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금의 밴드 양상에 대해 혹자는 ‘대중성 고려가 부재하다’며 불평하기도 한다. 포크나 사이키델릭한 서프 뮤직 등의 스타일을 경유해 온 고고학의 음악도 미디어를 매개로 차트에 드나들 경우는 아니다. 그러나 일련의 ‘비대중적’ 코드를 따르는 팀이 계속 만들어져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자생적인 생태계가 서서히 다시 차려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인디’라는 말이 하나의 산업적 수식어가 된 현재, 자립적인 체제로 굉장히 ‘인디다운’ 음악을 허술하지 않게 만드는 이들은 쭉 지켜볼 만한 밴드다.
-수록곡-
1. 도시괴담 [추천]
2. 우물
3. Trauma [추천]
4. 미래소년
5. 광야
6. 감 [추천]
7. Khaki lights
8. 내향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