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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ful Mind
엑스디너리 히어로즈(Xdinary Heroes)
2025

by 김태훈

2025.04.07

< Beautiful Mind >는 풍성하다. 단 한 곡, 그 속의 한 파트조차 빈약하거나 부실한 부분이 전혀 없다. 그래서 감상 내내 포만감이 높고, 급체의 기운마저 느껴진다. 과적된 영감, 넘쳐나는 도전정신과 창의성이 둑을 무너트리고 이안류가 되어 소용돌이친다. 트랙 간 완급 조절이 뛰어난 정규앨범 < Troubleshooting >이나 여유가 매력 포인트인 전작 < Live And Fall >에 비해 이번 작품은 여러모로 바빠 보인다.


후반부로 갈수록 전개가 급한 대신 훅 포인트가 확실한 'Fight me'가 첫 트랙으로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역할에 충실했다면, 뒤이어 등장하는 'Beautiful life'는 그들만의 야심 가득한 록 오페라다. 폴 아웃 보이나 그린 데이의 선명한 멜로디와 리프, 마이 케미컬 로맨스의 역동적인 구성, 퀸의 건반을 중심으로 한 웅장함 등 여러 레퍼런스를 조합하고 대문호 조지 오웰의 < 1984 >를 한 스푼 섞었다. 그러나 이 야망을 4분 26초라는 러닝타임에 다 담아내기는 어렵다. 물론 이 정도 길이도 K팝의 시류를 거스르는 과감한 선택이긴 하나, 이보다 더 많이 덜어내거나 더 큰 그릇을 가져와야 했다.


'Diamond'도 상황은 비슷하다. 강렬한 메탈을 구사하며 휘몰아치고, 드럼이 정신없이 템포를 조절하는 동안 각 파트를 구성하는 멜로디와 리프의 연결이 전체적으로 자연스럽지 않고 메들리에 가깝게 느껴지는 난잡함이 있다. 샤우팅까지 시도한 아웃트로의 아우라 자체는 뛰어나나, 여러모로 무언가에 쫓기듯이 뛰어온 나머지 멋진 절정이라기보단 그저 급한 마무리로 들린다. 'George the Lobster'는 펑키한 베이스 라인과 그루비한 프리코러스 파트로 기대를 잔뜩 불어넣으나 막상 훅으로 진입하면 평범해진다.


감성적인 'More than I like'는 그들이 가장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영역인 만큼 어색한 부분은 없는 대신 다소 무난하고 평탄하다. 극복의 서사를 담은 'Supernatural'의 경우 멜로디나 구성이 평이하긴 하나, 아예 서정적인 록 발라드로 전개한 덕분에 각 세션이 과잉 없이 적재적소에 투입되어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고 조화를 이룬다. 전체적으로 힘이 많이 들어간 앨범이기에 상대적으로 여유를 가진 트랙이 더 돋보이는 셈이기도 하다. 


마무리만큼은 깔끔하다. 쫀득한 스타일의 'BBB (Bitter but better)'는 그들의 장르 소화력 자체에 문제가 없음을 입증한다. 이전 트랙들에 비해 큰 변주가 없는 대신 베이스 라인과 킥 드럼 위주로 단순하게 완급을 조절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멜로디와 기타 솔로, 가사의 주제 의식까지 선명하다. 실험의 순간은 어지럽고 익숙한 영역은 평탄한 상황 속에서 균형을 확실하게 잡았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다.


이미 본인들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놓았음에도 안정에 머물기보다는 지속적인 도전을 선택한 것 자체는 놀랍다. 전작들을 통해 분명히 보장된 루트를 열어 놓았음에도 기꺼이 불안정한 시험대에 올라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선택이겠는가. 그러나 이 아름다운 도전의 결과에는 왠지 모를 위화감의 순간들이 여럿 포착된다. K팝 시장이 잘 파보지 않았던 분야를 탐구하면서 발생한 필연적인 시행착오 혹은 또 다른 과도기의 도래라고 생각하면 될까. 실험실에서 나와 다시 안전한 길을 걸어도 상관은 없겠으나 일회성으로 끝내기에는 잠재가치가 아까운 기획이다.


-수록곡-

1. Fight me [추천]

2. Beautiful life

3. More than I like

4, Diamond 

5. Supernatural [추천]

6. George the Lobster

7. BBB (Bitter but better) [추천]

김태훈(blurrydayon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