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의 문을 여는 힘 있는 약진, 지드래곤 단독 콘서트 ‘Übermensch World Tour’

지드래곤(G-Dragon)

by 정기엽

2025.04.07

“그 손가락질은 내가 아직 이슈란 증거”

- ‘Still alive’ 中


3월 29, 30일 이틀간 열린 ‘Übermensch World Tour’의 서막은 여러 의미로 시끌벅적했다. 쏟아지는 함성도 있었지만 SNS가 생중계에 가까운 속도로 소식을 퍼뜨리는 통에 첫날부터 많은 논란이 야기된 것. 라이브 실력부터 안전사고 우려 등 무수한 말이 오갔다. 다만 시작 시간이 지연된 데에는 운영 측의 당혹감도 십분 이해한다. 3월 말에 강풍을 동반한 눈이 내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뉴스에도 나올 만큼 짙은 왈가왈부는 지드래곤이 스타라는 증빙으로 세상에 제출되었다.


체감이 절단된 기록에는 오판이 싹트기 쉽다. 이틀간 6만 8천 명을 수용한 공연에 그 몇 배를 웃도는 조회수와 댓글 속 사람들이 모두 직접 이 무대를 봤을 리는 만무하다. 영상으로만 전부를 파악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휩쓸리지 않고 직접 판단하기를 결심한 채 2회차 공연에 발을 들였다. 인생 공연 특집에서도 뽑은 적 있는 ‘Act III. M.O.T.T.E’ 콘서트 이후 8년만이다.




“I’m feelin’ like I never left.”

- ‘Home sweet home’ 中


“전역 후엔 매니큐어는 못 칠하지 않겠냐”는 이전 공연 속 지드래곤의 예측은 틀렸다. 8년 후 그는 더 화려한 네일과 의상으로 복귀했기 때문. ‘Po₩er’를 외치며 등장한 그는 카리스마, 뛰어난 무대 매너 등 많은 점이 그대로 보존됐다. 태양, 대성과 ‘Home sweet home’을, ‘The leaders’를 CL과 부르며 첫 챕터의 성대한 막을 열었다. 시작한 지 30분 만에 동고동락한 동료들을 모두 운집하며 각자의 거처가 달라졌으나 여전히 끈끈한 우정을 과시했다. 휴지기가 없었던 듯 변함없는 외형과 몸짓으로 장악한 무대에는 함성이 떠날 줄 몰랐다.


“멍석 깔아, 패 깔아, AR 깔아”

- ‘Intro. 권지용 (Middle fingers-up)’ 中


하지만 슬프게도 시간은 흐른다. 랩은 그나마 명맥을 이었으나 노래의 비중이 많은 곡에서 불안정한 라이브가 다수 포착됐다. ‘무제’ 같은 발라드를 부를 때 확실히 느껴질 정도로 예전 같은 목 상태가 아니었다. 긁는 발성을 거듭하는 창법에 변화를 주어야 할 때다. 막바지에 빅뱅이 뭉쳐 오랜만에 ‘Last dance’를 부를 때 양옆 멤버와 격차가 심하게 벌어지며 개선의 시급함이 더 큰 그림자를 드리웠다. < Übermensch > 수록곡인 ‘Take me’도 불안했고, ‘Drama’의 끝은 괴성에 가까웠다. 2024 MAMA를 시작으로 퍼포먼스를 재개한 지 5개월, 몇 안 되는 무대에서 이 정도로 목이 상할 이유가 될 단서를 찾을 수 없다.


러닝 타임 사이 관객의 흥을 지속시켜야 할 중간 영상도 미흡한 모습으로 단점을 키웠다. 위버멘쉬의 개념을 축약하는 부분에서는 파워포인트로 만든 듯한 조악한 퀄리티가 눈을 질끈 감게 만들었다. 지드래곤이라는 인물에게 대중이 기대하는 멋과는 동떨어진 결과물인 데다, 설상가상 오탈자마저 보였다. 검수에 신경을 더 써야만 했다. 소속사가 융합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곳으로 변화한 영향이더라도 과하게 사용된 AI는 몰입을 더하긴커녕 해쳤다.




“난 재주 많은 곰, 곰보단 여우”

- ‘One of a kind’ 中


그러나 본 게임인 음악이 들어선 자리에는 예쁘고 신선한 무대 연출이 시야를 채웠다. 중앙부 스크린에 지드래곤과 상호작용을 하는 시각 효과는 ‘Butterfly’, ‘삐딱하게’ 등 곡별 테마에 맞춘 분위기에 스며들게 만들었다. 초반부터 중간, 엔딩까지 폭죽과 컨페티, 불기둥 등 특수효과를 아끼지 않음은 물론, 드론 쇼를 통해 현재와 과거 지드래곤의 교차를 효과적으로 배치했다. 대규모 공연을 실연자의 독주만으로 채울 수는 없다. 그 사실을 잘 아는 듯 스테이지에 맥시멀리즘을 불어넣었다.


기존 음악을 활용한 재밌는 편곡 또한 여럿 선보였다. ‘R.O.D’와 트래비스 스캇의 ‘Fe!n’을, ‘크레용’과 서태지와 아이들 ‘환상 속의 그대’를, ‘개소리’에 ‘쩔어’, 켄드릭 라마 ‘Not like us’를 매쉬업하고, 이번 앨범의 타이틀인 ‘Too bad’와 다프트 펑크 ‘Get lucky’를 결합하는 등 여러 뮤지션을 차용해 변신에 성공했다. 히트작 ‘Heartbreaker’에 최근 ‘Dopamine’이라는 곡으로 화제를 모으는 비트박서 윙을 초빙해 음원으론 느낄 수 없는 풍미를 더했다.




“Paint all over this pain-full of black”

- ‘Drama’ 中


< Übermensch >가 남긴 물음표에 대한 답을 현장에서 들을 수 있었다. < 권지용 > EP를 발매할 즈음 어둡던 내면을 극복하는 동안 “할 수 있다”는 자기암시처럼 니체의 개념을 활용했다며, 수록곡은 담론을 도출하기보다 쉬면서 만든 곡 중 좋아하는 노래들을 담은 플레이리스트에 가깝다고 언급했다. 본작이 과거의 GD를 투영하는 이유는 이것일 터. 회복기 동안 채운 무언의 치유 기록이라 봐도 무방한 셈이다.


8곡을 세상에 다시 내놓게 되는 동안 정서적인 건강을 되찾은 건 기뻐할 일이다. 회귀한 작법의 뒤편엔 오래전에 잃어버린 활기를 원위치해 낸 성과가 있었다. 기다림을 노래하는 ‘1년 정거장’을 만들 땐 8년이나 기다리게 할 줄 몰랐다며, 다시 돌아온 만큼 여러 차례 무대에 오를 것을 예고한 지드래곤. 그의 눈빛에는 빅뱅이 종횡무진하던 시기와 동질의 열정이 아른거렸다. 시간이 앗아간 체력은 어쩔 순 없더라도, 마음은 그대로였다.


아쉬움이 적지 않지만 최종적으로는 다채롭고 즐거운 쇼란 건 분명하다. 미비한 라이브를 쇄신할 정도의 맹렬한 기세가 지드래곤에게 있었으며 밴드, 댄서 등 커리어를 줄곧 함께한 스태프들이 든든하게 그의 뒤를 지켰다. 그가 걸음을 멈춘 동안 각 분야의 베테랑이 된 친구들이 힘을 보태는 모습은 마치 만화 < 원피스 >의 2막을 떠올리게 한다. 2026년, 내년이 되면 두 손을 더 얹어 어느 때보다 쩌렁쩌렁하게 울릴 빅뱅의 외침을 기다리며, 한국에서 시작한 월드 투어의 개선된 마침표를 기대한다.


“어두운 미래는 보이지 않기로 해”

- ‘1년 정거장’ 中




사진: 갤럭시코퍼레이션

정기엽(gy2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