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 기다림이었다. 패러다임을 흔든 데뷔에 이어 한 장르의 유행을 이끌고 신세대의 컬트 제왕으로 군림하기까지, 플레이보이 카티를 둘러싼 하이프는 그칠 줄 모르고 타올랐다. < Narcissist > 프로젝트를 폐기하고 연거푸 내놓은 스니펫 및 피처링이 걸출했기에 신보에 막대한 관심이 쏠림은 당연한 일이다. 베일에 싸인 작품이 정체를 드러내는 데에는 최초 예고 이래 1년이 넘는 롤아웃과 발매 당일 수차례 연기라는 촌극이 수반되었다.
< Music >의 첫인상은 예상을 철저히 빗나간다. 직접 명명한 레이지를 내치고 프로듀서 카르도 갓 윙스(Cardo Got Wings)와 새로운 스타일인 번트 뮤직(Burnt Music)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한 카티지만 정작 앨범은 21세기 서던 힙합의 각종 분파를 정신없이 산개한 형태인 까닭이다. 구치 메인, 릴 웨인을 비롯한 남부의 선구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온 디제이 스웜프 이조(DJ Swamp Izzo) 또한 복각에 디테일을 보태는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이 방향 전환이 30곡, 1시간 17분의 러닝타임 내내 지속된 불균형을 낳았다.
위대한 유산을 계승하겠다는 결의와 진보적 사운드의 양립은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매서운 오프닝 'Pop out' 이후 탁월한 선공개 ‘K pop’과 라이브 편곡으로 파괴력을 더한 'Evil J0rdan', 와카 플로카 플레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Radar’로 이어지는 초반부의 흐름은 위켄드의 존재감이 가득한 'Rather lie'부터 그 힘을 잃어버리고 만다. 퀄리티와는 별개로 과연 적절한 기용이었는지 의문부호가 붙는 'Backd00r'와 'Good credit'의 켄드릭 라마도 동일한 맥락에 있다. 우상 스페이스고스트퍼프를 샘플링한 'Crank', 트렌드에 맞추어 일렉트로닉의 요소를 접합한 'I seeeeee you baby boi'만 외딴섬처럼 떨어져 빛을 발할 따름이다.
여러 목적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동안 최소한의 구심점을 마련해야 할 랩은 널뛰는 기량으로 혼란을 가중한다. 기존의 통칭 '베이비 보이스' 대신 로우 톤의 비중을 대폭 늘렸으나 작년 발표한 '2024'와 'Timeless'보다 번뜩이는 순간이 줄어들었다. 특히 'Trim'의 경이로운 벌스로 음반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을 만들어낸 퓨처와 비교했을 때 뼈저리게 와닿는 단점이다. 이 밖에도 본래 영 떡을 위해 제작된 곡이었던 'We need all da vibes'와 'Lean 4 real'에 이은 스켑타와의 협업 'Toxic' 등, 단조로운 래핑으로 일관한 트래비스 스캇을 제외하고 객원 래퍼가 가세한 모든 트랙에서 주인공의 입지는 한없이 좁아지기만 한다.
흩어진 초점을 다시 집중해야 하는 후반부는 타성의 연속이다. 대망의 번트 뮤직도 아샨티의 'Only u' 속 기타 리프를 가져온 뱅어 'Cocaine nose'를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춘다. 아무리 믹스테이프의 러프함을 의도하였어도 무성의에 가까운 믹싱은 더욱 조악해져 'Hba'와 같은 곡의 완성도를 해쳤다. 그전까지 조미료로 용납할 수 있었던 스네어 롤과 애드리브 역시 기어이 선을 넘은 탓에 'Opm babi', 'Twin trim'에 다다라서는 웃음만 나올 뿐이다. 때문에 자신의 뿌리를 총망라했다는 선언이 되어야 할 엔딩 'South Atlanta baby'는 그저 일반 명제로 전락해 버린다. 그야말로 용두사미다.
자아와 계획 모두 능력에 비해 비대하다. 마찬가지로 구조상 결점이 두드러질지언정 훗날 재평가된 < Whole Lotta Red >에 목표와 볼륨을 추가한다는 선택은 결국 가득 찬 컵을 넘치게 했다. 잇따른 번복으로 요동친 팬들의 마음만큼이나 크나큰 앨범 내의 낙폭은 분명 킬링 트랙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카티의 진정한 저의가 무엇이었는지 의심케 만든다. 수많은 볼멘소리를 뒤덮을 정도로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이러한 변모를 마냥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원대한 출사표 ‘내가 곧 음악이다’에서 단순 ‘음악’으로, 제목의 변화가 곧 작품의 성격을 대변하는 것만 같다.
-수록곡-
1. Pop out [추천]
2. Crush (With Travis Scott)
3. K pop [추천]
4. Evil J0rdan [추천]
5. Mojo Jojo
6. Philly (With Travis Scott)
7. Radar [추천]
8. Rather lie (With The Weeknd)
9. Fine shit
10. Backd00r (Feat. Kendrick Lamar & Jhené Aiko)
11. Toxic (With Skepta)
12. Munyun
13. Crank [추천]
14. Charge dem hoes a fee (With Future & Travis Scott)
15. Good credit (With Kendrick Lamar)
16. I seeeeee you baby boi [추천]
17. Wake up F1lthy (With Travis Scott)
18. Jumpin (With Lil Uzi Vert)
19. Trim (With Future)
20. Cocaine nose [추천]
21. We need all da vibes (With Young Thug & Ty Dolla $ign)
22. Olympian
23. Opm babi
24. Twin trim (With Lil Uzi Vert)
25. Like Weezy
26. Dis I got it
27. Walk
28. Hba
29. Overly
30. South Atlanta ba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