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스 인터뷰

캔디스(Kandis)

by 손민현

2025.03.14

지난 2월에 동영상 사이트를 보다가 우연하게 발견한 캔디스의 ‘Playground’에는 다른 걸그룹들의 노래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라운지 음악의 향이 났다. 신선하고 특별했다. 나의 궁금증은 그들을 탐구하게 만들었고 캔디스는 단순한 K팝 아이돌 팀이 아니라 보컬 그룹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이돌의 외형을 가졌지만 캔디스의 음악에는 댄스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음악도 있고 자신들의 이야기도 존재한다. 이들의 노래만 들어도, 그들의 무대만 뵈도 자신감 있는 보컬, 당돌한 무대 매너, 자신들의 곡을 직접 만든다는 자존감이 들리고, 보이고, 느껴진다. 나의 주목을 끈 당돌한 신인 그룹 캔디스를 2025년 3월 5일에 만나 솔직하고 화끈한 대화를 나눴다. 재미있고,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만들어준 베니, 헬로, 루키, 나인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한다. 아! 그리고 알고리즘도 고맙다. (소승근)




캔디스란 팀과 결성 과정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헬로: 실용음악 학원에 다니다 기획사 연습생이 되었고 처음 캐스팅되었을 때 팀 색깔과 방향성이 크게 달라졌다. 고민 끝에 뜻이 맞지 않다고 판단하여 결국 나오게 되었지만, 회사에서 멤버들을 차례로 만난 과정은 캔디스 결성의 시작이 됐다. 첫 회사에서 베니, 바로 전 소속사에서 나인을 만나 친구가 되었다. 


베니: 마찬가지로 연습생 생활을 하다 성향과는 맞지 않는 것 같아 가수의 길을 가지 않으려 했다. 음악이나 춤이나 취향이 비슷한 헬로와는 자주 연락했으니, 대표님께서도 내 존재를 알고 있어서 연락을 주셨고 첫 미팅 후 다음 날에 바로 출근했다.


나인: 마찬가지로 전 소속사에서 헬로를 만났고 인연이 되어 캔디스에 합류했다.


루키: 대학 입학 전까지 오디션을 보고 다녔고 이제 본격적으로 대입 준비를 하려던 찰나에 마지막으로 현 소속사에서 연락이 와서 운명적으로 합류했다.


헬로: 처음부터 4인조를 계획해서 마지막 멤버를 물색하고 있었고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여야만 했다. 루키가 기타 치면서 노래하던 릴스를 우연히 봤는데 목소리도 좋고 긴장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루키의 모습에 끌렸다.


헬로(본명 황지민), 베니(본명 장혜원), 나인(본명 이도윤), 루키(본명 임지유)로 예명을 지은 이유는?

헬로: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예명을 사용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친근하고 부르기 쉬운 이름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캔디스의 ‘입덕 포인트', 가장 눈에 띄는 멤버가 되어보자는 뜻을 더해 헬로라 지었다.


베니: 미의 여신 비너스의 이름을 따서 베니(Venny)라고 지었다.


나인: ‘나인’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불완전하면서도 완전한 숫자 9를 상징한다. 10이 되기 위해 모자란 하나를 관객과 팬들의 에너지로 채우겠다는 뜻이다. 이름의 의미를 담아 ‘BF' 중 ‘숨이 끝까지 차오를 땐, 열을 다 채우진 않아도 돼'  파트를 부르기도 했다.


루키: 다른 멤버들의 이름도 두 글자에 맞춰 통통 튀는 이름을 골랐다. 새롭다는 뜻의 루키(Rookie)와 눈이 간다는 뜻의 루키(Looky)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루키를 제외하고 3명은 20세가 넘어서 데뷔했다. K팝 아이돌 신에서는 드문 경우인데 이렇게 조금 늦은 나이에 데뷔한 것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헬로: ‘나’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된 건 가수로서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음악, 취향, 가치관이 모두 자리를 잡아서 내가 만드는 음악에 그 결이 나타났고 무엇보다 이런 인터뷰에서 스스로 할 말이 생겼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뮤지션이나 음악 스타일은?

나인: 에리카 바두부터 나스까지 1990년대 알앤비와 힙합을 두루 좋아한다. 요즘에는 케이트라나다처럼 하우스나 스미노 등 최근 힙합도 계속 듣고 있다.


루키: 아마 여기서 유일하게 K팝을 가장 좋아하는 멤버일 것이다. 미스에이의 ‘Bad girl good girl’을 시작으로 같은 뉴저지 출신 에일리나 엔하이픈, 리센느 등 폭넓게 듣고 있다. 팝에서는 테이트 맥레이, 다니엘 시저, 프랭크 오션 스타일을 좋아한다.


베니: 혼자 콘서트에 갈 정도로 김동률을 좋아했고 이소라나 선우정아도 취향이다. 라나 델레이와 시거레 애프터 섹스(Cigarettes After Sex)도 즐겨 듣고 최근에는 더 마리아스라는 밴드에 빠졌다.


헬로: 음악은 엔이알디(N.E.R.D)와 퍼렐 윌리엄스가 프로듀싱했던 작품들부터 마이클 잭슨과 자넷 잭슨 등 옛날 음악을 좋아한다. 그렇게 스티비 원더나 퀸시 존스까지 빠져들었다. 가장 좋아하는 로린 힐의 <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 >도 빼놓을 수 없겠다.

 


좌측부터 나인, 루키


요즘 다른 K팝 팀과 달리 음반에 16곡이나 담았다. 왜 이렇게 많은노래들을 수록했고 그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헬로: 작곡을 오래 해서 이미 폴더에 곡은 많았고 이걸로 공연 레퍼토리를 가득 채우고 싶었다. 회사에서 ‘이럴 바에는 아예 음감회를 해보자’라고 제안해서 음감회로 이어졌고 ‘밑져야 본전이지, 정규 한번 내보자!’해서 콘셉트가 맞는 곡을 정리했더니 어느새 16곡이 모였다. 그래서 16곡이 수록된 이 앨범이 나왔다. 

 

K팝 아이돌 노래에서 라운지 음악을 도입한 건 처음이라 ‘Playground’를 듣고 깜짝 놀랐다. 이 곡의 탄생 배경을 듣고 싶다.

헬로: 작업실에서 나인과 베이스 루프를 듣고 놀다가 바로 밤을 새워서 곡을 썼다. 힙합은 태초에 파티 음악에서 발달하지 않았는가. 무대 위에서 파티처럼 놀고 싶다는 콘셉트와 좋아하는 펑크(Funk)를 담아 ‘Playground’가 탄생했다. 물론 약하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애매한 걸그룹으로 가느니 확실한 취향, 감을 믿어보기로 했다.


2023년에 ‘Snowflake’, ‘Weed out’, ‘BF’를 발표했는데 데뷔앨범에 ‘Weed out’, ‘BF’는 수록했지만 ‘Snowflake’는 빠졌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베니: 겨울 시즌 송으로 준비한 곡이라 추워질 때쯤 찾아주면 좋을 것 같다.

 

따로 메인보컬 등 역할은 없는 것 같지만 ‘So much’의 메인 보컬은 누구인가?

루키: 헬로와 나인이다. 


헬로: 목소리의 장점이 각자 다르다. 화려한 스킬로 끌고 나가야 하면 나인이, 촉촉한 느낌은 루키가 맡는다. 


나인: 쭉 뻗는 고음은 헬로,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면 베니다.


‘Ruined’ 가사는 직장생활 이야기 같은데 실제 경험담인가?

헬로: 친언니가 회사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하소연을 많이 했다. 사회 초년생이었으니 상사에게 듣는 핍박이나 갈팡질팡하는 고민들을 많이 털어놓았고 이런 마음과 20대 초반의 패기를 가사로 옮겼다.

 

헬로는 모든 곡의 작곡과 작사에 참여했다. 작곡할 때 가장 중점에 두는 것은 무엇인가?

헬로: 스토리텔링에 제일 중점을 많이 두는 것 같다. 소설이나 그림처럼 밑그림을 먼저 그려놓고 노래를 들었을 때 메시지나 색이 떠오르는지, 각 파트를 부를 때도 어떤 메시지와 느낌이 있는지를 많이 본다. 아무리 노래가 좋아도 영혼이 없으면 기억이 남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어떤 생각이나 영혼이 깃들면 그 자리에서 바로 곡을 쓴다.


외부 프로듀서와 작업한 경우도 있는데 작곡한 곡이 의도와 다르게 나온 경우도 있나?

헬로: 곡이 변하면 희열을 느낀다. 보이 콜드가 함께 한 ‘Weed out’이 의도와는 다르게 나왔는데 바로 박자를 쪼개는 방법이나 배치를 비교 분석하곤 했다. 믹싱과 마스터링 후에 소리의 사운드나 질감이 바뀌는데 그 과정을 듣는 것도 좋다.



좌측부터 베니, 헬로


다른 인터뷰에서 빌보드와 그래미를 언급했다. 영어 가사가 많은 이유가 미국 진출 때문인가? 미국 진출을 위한 캔디스만의 비법이 있나?

헬로: 딱히 없다(웃음). 열심히 하다 보면 가지 않을까 하는 정도다. 영어 잘하는 멤버가 있어서 어떤 매체든 인터뷰 걱정이 없으니 그건 큰 장점이겠다. 


루키: 인도네시아 프로모션이나 아리랑TV 라디오 출연할 때처럼 영어로 소통할 일이 종종 있다. 처음에는 부담이 좀 되었는데 칭찬도 받고 하니 자신감이 붙고 즐기는 중이다. 사실 다른 멤버들도 영어를 다 잘하는데 다들 막상 말을 안 한다(웃음).


캔디스는 영파씨와 키스 오브 라이프, (여자)아이들의 중간에 위치한 느낌이다. 여러분이 갖고 싶은 K팝에서의 포지셔닝은?

베니: 세 그룹 모두 각자의 장점이 너무나 강한 팀이다. 캔디스는 그 장점을 모두 품은 팀이 되고 싶다.


나인: 아직 캔디스 같은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 그 정체성을 지금부터 스스로 만들어가고 싶다.


지금처럼, 그리고 다른 인터뷰 내용이나 < 잇츠 라이브 >와 같은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면 자신감이 넘친다. 자신감 있게 보이려고 하는 것인가 진짜 자신감인가? 그 자신감의 원천은 어디인가?

베니: 데뷔나 음악 방송이나 모두 처음이라 두렵지만 멤버들을 보면 없던 자신감도 생긴다. 헬로는 십년지기 친구고, 루키는 막내지만 배울 점이 많고, 나인은 항상 강인하게 자기 자리를 잘 지켜준다.


헬로: 자신감은 실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물론 멤버끼리 다 친구 같아서 자신감과 자연스러움이 함께 묻어나오는 덕분이기도 하다.


루키: 캔디스는 잘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헬로가 작곡한 데모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느낌이 왔다. 가수가 되고 싶어서 내가 열심히 찾아보고 간절하게 노력한 만큼 다른 멤버들 역시 노래를 너무 잘하고 개성이 넘친다. 


그렇다면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서 어떤 가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나인: 마이클 잭슨이나 두아 리파라고 하면 딱 떠오르고 그려지는 음악이 있는 것처럼 ‘캔디스 하면 이런 음악, 이런 바이브지!’하는 노래를 만들고 부르고 싶다. 캔디스 자체가 장르가 되고 그 음악 안에 우리의 성장 스토리를 담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즘의 공식 질문이다. 인생 곡이나 인생 음반을 골라주기 바란다.

헬로: 로린 힐의 <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 >. 너무 좋아해서 핸드폰 배경화면까지 했던 음반이다.


나인: 브랜디의 데뷔앨범 < Brandy >다. 주로 보컬 연습했던 알앤비고 덕분에 그 시대의 음악에 푹 빠지게 되었다.


베니: 더 마리아스의 < Submarine >. 최근에 너무 좋아하게 된 밴드다.


루키: 테이트 맥레이의 < So Close To What >. 좋아하는 게 너무 많다. 식당에 가서도 단일 메뉴보다는 이것저것 고르는 편이라 굳이 고르고 고르자면 이 음반이다(웃음).




진행: 소승근, 손민현, 임동엽, 신동규, 정기엽

정리: 소승근, 손민현

사진: 정기엽

손민현(sonminh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