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Playground
캔디스(Kandis)
2025

by 손민현

2025.02.24

양적 팽창과 질적 분화로 연일 상한가를 친 K팝 시장에서 신인의 데뷔 난도는 점점 높아진다. 4인조 걸그룹 캔디스는 화려한 치장과 묵직한 한방이라는 쉬운 답안은 미뤄두고 먼저 가능성을 쌓는다. 진입장벽이 높은 알앤비와 힙합으로 가득 채운 15곡의 정규 앨범, K팝 아이돌 그룹이 취하기 어려운 돈키호테식 우직한 직진이다. 압축된 사운드의 총성과 선명한 색조의 섬광이 난무하는 전장에서 파스텔 톤 미끄럼틀이 즐비한 < Playground >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획일화에 맞서 등장한 대안적 K팝 진영의 기수들과 달리 캔디스는 균형과 중도를 지향한다. 올드스쿨 한 우물만 깊게 판 영파씨에 비하면 지하 3층 정도, 이곳은 힙합과 한 발짝 떨어져 있더라도 말랑말랑한 개성으로 다가간 티엘씨(TLC)의 ‘Waterfalls’처럼 적당한 회색지대다. 또 최근 유행과 멤버의 매력을 교차해 2000년대 초반으로 주파수를 맞춘 키스오브라이프의 급진적 매혹 전략에 비하면 캔디스의 갈래 잡기는 당장의 이익 실현보다는 더 먼 곳을 바라본 포석이다.


과열된 전장을 ‘음악 놀이터’로 해석하며 점진적으로 결을 잡아간다. 방식은 놀이기구를 타듯 다채로운 음악 필사다. ‘We could be’에는 랩과 노래를 넘나드는 싱어송라이터 제이클레프 < Flaw, Flaw >의 개성이, 저음으로 나하게 이끄는 ‘Ruined’와 ‘: )’에는 뉴진스로 대표되는 안락한 이지 리스닝이 엿보인다. ‘Bf’나 ‘What can I’에 선보인 기교 섞인 가창은 또 토속적인 한국 알앤비 맛. 이 잔상들을 아직 캔디스만의 무언가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신인으로서 영리함과 후발주자로서 겸손함은 충분히 비친다.


이 세계관의 음악적 근거는 유행 답습보다는 랩의 어법과 흑인음악의 원류에 다가가는 뚝심이다. 안정적인 래핑이 돋보이는 ’Alice’, 금관악기와 재지한 드럼이 독특한 ‘What am I’, 주력으로 삼은 알앤비 중 소구력이 뛰어난 ‘What can I’ 모두 장르 맛은 살리면서 K팝다운 번역 투로 부담은 줄였다. 메인 요리는 심지어 펑크(Funk)다. 보이콜드의 리드미컬한 선율 ‘Weed out’부터 흐름이 확고하고 ‘Playground’에 이르러 터뜨린다. 이 신명 나는 음악의 황금기를 타이틀로 가져왔다는 점만 해도 얼마나 당돌한가.


실상은 놀이터가 아니라 15개의 까다로운 숙제였다. 음악, 서사, 실력까지 꼼꼼히 검토하고 제출한 첫 포트폴리오는 합격선을 무난하게 넘어선 모양새다. 거시적 움직임이 주도하는 시대에도 철칙을 지킨 고지식한 개미는 늘 솟아날 틈새를 찾듯, 관심과 자본이 밀려드는 지금 캔디스는 상장에 성공할뿐만 아니라 독창적 테마까지 잡았다. 혼란스러운 세태를 관망하면서 장기적인 비전과 가치에 투자하고 싶다면 < Playground >는 올해의 준수한 선택지다.


-수록곡-

1. Intro

2. We could Be

3. Alice [추천]

4. Ruined

5. Show me your vibe

6. : )

7. Bf [추천]

8. Weed out

9. Be humble

10. Playground [추천]

11. Reality

12. What am I

13. What can I [추천]

14. So much

15. Faith

손민현(sonminh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