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로 트랙부터 캐릭터는 확실해진다. < 위키드 >의 주연 배우 신시아 에리보가 소개하길, 영국의 3인조 플로는 ‘데스티니스 차일드와 슈가베이비스, SWV, 그리고 다른 아이코닉한 그룹’들의 바톤을 이어받은 후계자다. 알앤비는 풍년을 이뤘지만 그룹은 남녀 불문 흉년인 영미권 대중음악 시장에서 이들은 첫 정규작 < Access All Areas >로 본격적인 비상을 꿈꾼다.
Y2K 알앤비를 이토록 매끄럽게 소화하는 멤버들이 2001년과 2002년생이라는 사실부터 예사롭지 않다. 2019년 결성된 트리오는 ‘Cardboard box’를 데뷔 싱글로 발매해 영국 차트 진입에 성공했고, 같은 해 공개한 데뷔 EP < The Lead >로 평단의 지지를 받아 차세대 기대주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영국의 간판 걸그룹이었던 리틀 믹스가 솔로 활동에 집중하고, 미국의 피프스 하모니도 카밀라 카베요의 독립 이후 빠르게 사그라든 상황에서 빈틈을 메꿔줄 포지션인 것이다.
< Access All Areas >는 기대를 월등히 넘어서는 앨범이다. ‘Cardboard box’를 주조한 유명 프로듀서 엠넥(MNEK)의 지휘하에 단단하게 깔아 놓은 팝적인 센스와 세 보컬리스트의 놀라운 테크닉이 이루는 협연. 음반을 하나로 요약하는 문구가 될 것이다. ‘Walk like this’의 후반부 화음은 애인의 격한 사랑에 너스레 떠는 가사를 승천의 찬가처럼 들리게 하고, 최근 K팝에서도 도입 중인 마이애미 베이스를 차용한 ‘Check’를 듣고 있으면 그룹의 출신지가 영국 런던인지 미국 플로리다인지 헷갈릴 정도다.
모토를 복고 재현으로 삼고 있어 옛 음악의 단순 리마스터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플로는 현대 그룹으로서의 장치도 마련해 놨다. 장르적으로는 트랩과 저지 클럽 비트를 혼용한 ‘In my bag’과 록으로 치닫는 마지막 ‘I’m just a girl’이 그렇고, 음악색은 미국적이나 리드 보컬과 그를 보조하는 나머지의 구성 대신 2010년대 영국식으로 비등한 파트 분배를 추구하고 있다. 하이브리드가 기본 요건이 된 추세를 파악한 결과물이다. 물론 출중한 실력을 전제조건으로 보유하고 있어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연애담을 소재로 ‘당찬 여성’ 이미지를 반복하는 가사나 끊임없이 이어질 선대 그룹과의 비교 등 아직 극복해야 할 점은 남아있다. 플로는 결코 조급하지 않다. 이들의 넘치는 자신감은 좋은 목소리 하나만 지니고 있어도 겁낼 것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운다. 긴 커리어를 위해서는 당연히 깊은 재해석이 필요하겠지만, < Access All Areas >는 걱정을 가라앉히며 미래에 대한 고민을 즐겁게 나중으로 미루는 앨범이다.
-수록곡-
1. Intro (With Cynthia Erivo)
2. AAA
3. In my bag (With GloRilla) [추천]
4. Walk like this [추천]
5. How does it feel?
6. Soft
7. Check [추천]
8. On & on [추천]
9. Bending my rules
10. Trustworthy (Interlude)
11. Caught up [추천]
12. Iwh2bmx
13. Nocturnal [추천]
14. Shoulda woulda coulda
15. Get it till I’m gone
16. I’m just a gi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