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나티 인터뷰

빅나티(BIG Naughty)

by 박승민

2024.10.13

고등학교 1학년 어린 나이와 완숙한 싱잉 랩으로 첫인상을 남긴 래퍼가 폭넓은 인기를 구가하는 대중가수로 변모하기까지, 빅나티의 지난 5년은 참으로 파란만장했다. < 쇼미더머니 8 >과 ‘시발점 Remix’로 첫발을 뗀 힙합 신인이 ‘정이라고 하자’와 ‘딱 10cm만’을 차트 상단에 올려놓으며 장르 정의가 무의미한 아티스트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최근의 < ICN > YVR > 등 꾸준히 발매한 작업물 역시 이 자유로운 여정에 깊이를 더해주었다.  


그의 세계를 관통하는 단어는 단연 ‘사랑’이다. < 낭만 >의 만남과 이별, < 호프리스 로맨틱 > 속 짙푸른 침잠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바탕으로 눈앞에 생생한 이미지를 그려낸다. 그렇기에 키드밀리와의 콜라보레이션 소식과 선공개 곡 ‘Freestylin’’ 속 그는 크게 놀랄 만큼 변화한 모습이었다. 자신을 보고 손가락질하는 이들과 신에 만연한 가짜를 향한 날카로운 가사라니,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즘이 직접 근황부터 합작 앨범 < + >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어느덧 6년 차 아티스트가 되었다. 지금까지 아티스트로서 활동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재미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다는 건 가끔 저주 같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에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마저도 좋게 지켜봐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그들이 없으면 내 음악의 생명력도 없다는 사실을 최근에 깨달았다.


지금까지 곡과 앨범을 통틀어 꿈이나 사랑과 같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많이 실어 왔다.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도 무언가를 나누고 싶었는가.

처음 시작할 때도 지금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것을 생각해 보고 음악을 만든 적은 없다.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음악을 만드는 편이다.


< 쇼미더머니 8 >으로 화려하게 데뷔하고 하이어 뮤직 입사까지 빠르고 탄탄하게 커리어를 쌓았다. 그 과정에서 음악의 주제가 어떻게 변했거나 준비하던 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힘을 빼는 과정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 호프리스 로맨틱 >부터 이번 앨범까지 피처링이 줄어드는 것 같다. 그런 맛을 알아가는 단계라 즐겁다. ‘정이라고 하자’ 이후 2년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공연, 작업, 발매, 또 공연. 지금은 다시 재미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는 여러 이유로 축제나 페스티벌 무대를 나가지 않고 있는데 그 또한 힘 빼는 법을 알아가는 순서 중에 있는 것 같다. 요즘은 또 다른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하는 게 정말 즐겁다.


십센치나 이수현 등 힙합 신 외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와 협업 경험도 이례적으로 많다. 영역 밖의 사람들에게 배우거나 영향을 받은 점이 궁금하다.

정말 많지만 나는 협업을 할 때 배움과 성장보다는 재미와 즐거움에 더 큰 비중을 둔다. 그들의 작업 방식과 삶 속에서 몰랐던 재미 요소들을 알아가며 많은 영향을 받는다.


현재까지 발매한 곡 중 음악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 무엇인가?

‘몽유’다.


빅나티는 스스로 작사작곡이 모두 가능한 플레이어다. 작곡 측면에서는 어떻게 배우고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는가?

지드래곤, 더 콰이엇, 빈지노, 김창완, 이상은. 류시화 시인, 그리고 어머니를 비롯한 모든 예술가에게 영향을 받는다.




본격적으로 이번 신보에 대한 이야기다. 이번 EP < + >의 의미가 궁금한데, 어떤 점에서 무엇을 ‘덧셈’하고 싶은가?

덧셈이 아니라 그냥 가운뎃손가락 둘을 위아래로 합친 모양이다. 그만큼 큰 의미 없는 앨범이다.


‘$$$’와 ‘It’s Seoul, I’m here’ 등의 곡에서 키드밀리와 함께 한 기억은 있으나 다소 생소한 조합이다. 이번 콜라보레이션의 본격적인 계기가 무엇이었는가?

그냥 흘러가듯 이루어졌다. 정확히 어떻게 시작했는지도 기억나지 않고 그냥 정신 차리고 보니 발매 날이다.


파트너 키드밀리가 타 아티스트와 콜라보레이션이 잦은 것과 달리 빅 나티는 이번이 첫 앨범 단위 합작이다. 작업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또 어디에 가장 중점을 두었는지 궁금하다.

한국에서 지금 랩을 가장 잘하는 사람은 키드밀리라고 생각하고, 그의 벌스가 내 음악에 있다는 게 참 즐거운 일이다. 형의 퍼포먼스를 직접 모니터링하면서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 작업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나는 그저 스케치 후 합작 제안만 했고 트랙별로 주제도 따로 이야기한 적이 없었지만 가사로 대화를 나누며 작업이 수월하게 진행했되었다. 가사를 보면서 각자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으니 어찌 보면 ‘키드밀리와 빅나티의 카톡방’ 같은 앨범이다.




과거 ‘저는 힙합이 아닙니다’라는 발언으로 큰 화제가 되었는데, 최근 ‘Fasho’나 이번 앨범의 ‘Link in bio’에서는 꽤 타이트한 래핑을 보여줬다. 혹시 그동안 생각의 변화가 있었는가?

힙합이 아니라는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지만 내가 내뱉은 말의 무게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 무거웠던 것 같다. 음악을 만들 때 장치적 요소로서 랩을 무의식적으로 기피하는 내 모습을 보고 스스로에게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과정이 이번 앨범을 만든 이유였고 다음 앨범도 그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힙합이 좋은 건 여전하다. 래퍼들이 다 차트인 했으면 좋겠고 거기에 나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그렇다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랩’이라는 형식은 빅나티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제일 재밌는 형식이다.


타이틀 ‘High fashion’에서 2005년생 로얄 포포(Royal 44)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추후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신예 아티스트가 있는지.

11월에 발매할 곡에서 샤이보이토비(ShyboiiTobii)와 함께했다.


앞으로 빅나티라는 아티스트가 어떻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는가.

빅나티라는 아티스트보다 서동현이라는 인간이 내 가족과 친구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리고 굳이 이야기하자면 밉지만 자유로웠던 놈 정도로 기억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즘 공식 질문이다. 인생 앨범 3개를 뽑아준다면? (인생곡도 좋다)

음악을 시작했을 때랑 비교하면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더 콰이엇의 < 1 Life 2 Live >, 프랭크 오션의 < Blonde >, 빅뱅의 < Made >, 이렇게 뽑겠다.






진행: 손민현, 박승민

정리: 손민현, 박승민

사진: 하이어뮤직

박승민(pvth05m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