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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Kids On The Block
다이나믹 듀오(Dynamicduo)
2024

by 한성현

2024.05.01

시간은 과연 우리 편일까? 그저 기다림이 해결하리라는 마음을 가지다가도 삶을 돌이켜보면 후회되는 것이 많다. 적어도 최근의 다이나믹 듀오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세월과의 싸움에서 원만한 화해를 이룬 듯하다. 지난 이즘과의 20주년 인터뷰에서 개코와 최자는 억지로 젊음에 대한 욕심을 버린 지금이 더 편하다고 심경을 밝힌 바 있다.


그래서일까, 대부분의 추억 여행은 지난날에 대한 애착으로 보이기 쉽지만 < 2 Kids On The Block >은 마냥 낭만적으로 들뜨거나 아련함에 허우적대지 않는다. 본래 팀의 여정을 다룬 드라마 사운드트랙으로 계획되었다는 사실에 맞게 건조한 톤으로 이야기 전달에 집중하고 있다. 시작부터 가족과 학교, 수집하던 CD를 차곡차곡 쌓는 '19'을 비롯해 첫 파트의 트랙들은 감정에 휘둘려 억지로 공감을 요구하기보다 우리를 슬그머니 같은 시공간으로 인도한다.


성공의 기쁨에 젖은 '피리부는 사나이'의 취기를 바로 끊어내는 '정우성이정재'와 '눈물점'은 앨범의 경로가 일반적인 '돌아온 탕아' 구조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앨범 내에서 완성되는 서사 대신 둘의 역사를 전지적 시점으로 개입하려는 솔직한 욕망이 다이나믹 듀오의 시제를 철저한 '현재'에 놓는다. 다만 유튜버 < 피식대학 > 팀을 초대한 '정우성이정재'의 지나친 동시대성은 < Taxi Driver >에서 택시 기사를 연기한 노홍철이나 7집 '가끔씩 오래 보자' 속 신동엽의 따뜻한 나레이션에 비하면 예상 소비기한이 턱없이 짧다.


이안 캐시가 프로듀싱을 맡은 트랩 성향의 '911'과 'Dramatic'은 다이나믹 듀오의 버팀목이었던 하드웨어적 기량을 증명하려 한다. 그러나 힘을 준 비트를 든든히 채우지 못하는 라임 구성과 훅의 짜임새는 그 무엇도 영원하기는 힘들다는 씁쓸함을 남긴다. 오히려 안심이 되는 구간은 '시간아 멈춰'. 릴러말즈의 싱잉 랩과 이루는 노련한 조화는 둘의 또 다른 강점이었던 시의적절한 트렌드 수용 능력은 굳건하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마지막 '피타파'에서 최자와 개코는 과거와 지금을 함께 살아간다. 데뷔 초 팀의 정체성이었던 펑크(funk) 사운드에 세계 곳곳을 누비는 성공담을 맞붙인 천진난만한 곡은 살아 숨 쉬는 이 순간이 가장 젊다는, 진부하지만 시대를 막론한 울림을 선물하는 마무리다. 오랜 세월 음악에 몸담아온 이들을 두고 펼칠 수 있는 담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열 번째 정규 앨범 < 2 Kids On The Block >도 특별히 조명할 요소가 있는 작품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룹이 끝까지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은 확실하다. 어제가 아닌 오늘의 래퍼, 다이나믹 듀오의 자랑스러운 타이틀이다.


-수록곡-

1. Intro (Narration by 이병헌)

2. 19 [추천]

3. 하루종일

4. 피리부는 사나이 (Feat. dj frizz)

5. 정우성이정재 (Feat. 피식대학)

6. 눈물점 [추천]

7. 시간아 멈춰 (Feat. Leellamarz) (Prod. TOIL) [추천]

8. 911 (Feat. Tabber)

9. Dramatic (Feat. 허성현) (Narration by 정만식)

10. 다리 없는 새 (Feat. Crush)

11. 다시 태어나도 (Feat. BewhY)

12. 피타파 (Feat. pH-1, JUNNY) [추천]

한성현(hansh9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