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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 킬링 문(Killers Of The Flower Moon)
로비 로버트슨(Robbie Robertson)
2023

by 김진성

2024.02.01

<플라워 킬링 문>(Killers Of The Flower Moon)은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Martin Scorsese)의 최신 연출작, 1910~20년대 오클라호마에서 일어난 실화를 다룬다. 이른바 '오세이지 인디언 살인 사건'이라 불린 사실에 근거해 제작된 영화는 그러나 대체로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다.

조상이 뿌리내린 고향에서 먼지가 많고 척박한 오클라호마 지역으로 강제로 이주한 오세이지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은 그들의 땅에서 석유가 발견되면서 졸지에 부자가 된다. 당시 백인들은 '붉은 피부색'의 오세이지 부족에 대한 인종 차별이 심했고, 그들이 부자가 되어 평화롭게 사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따라서 이 지역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백인들은 스스로 석유를 장악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들이 꾸민 가장 사악한 음모는 이 영화의 핵심을 이루는 남작 윌리엄 킹 헤일(William King Hale)과 그의 조카 어니스트 버크하트(Ernest Burkhart), 바이런 버크하트(Byron Burkhart)가 교활하게 오세이지 원로들의 신뢰를 얻고 가장 부유한 가문의 여성들을 유혹하여 결혼시킨 다음, 시간이 지나면서 여성들을 살해해 결국 광구권을 백인들에게 넘겨주는 것이었다.

영화에는 로버트 드니로(Robert De Niro)가 막강한 자본 권력을 쥔 지역 유지 헤일 역을, 리어나도 디캐프리오(Leonardo DiCaprio)가 1차 세계대전에서 생환한 헤일의 조카 어니스트 역을, 릴리 글래드스톤(Lily Gladstone)이 어니스트의 인디언 아내 밀리 역을 맡았으며, 존 리스고(John Lithgow), 브렌단 프레이저(Brendan Fraser)가 조연으로, 제시 플레몬스(Jesse Plemons)가 범죄 해결을 위해 파견된 FBI 요원으로, 현재 오세이지 부족의 구성원들이 그들의 조상 역으로 출연했다.

<플라워 킬링 문>은 부와 권력을 얻기 위해 인간이 얼마나 비열한 짓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인 영화다. 이 영화는 백인과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의 문화 충돌, 그리고 아메리카 원주민이 백인 이민 침략자들에 의해 고의적이고 가학적이며 조직적으로 학대당한 방식에 대한 더 큰 이야기의 축소판이다. 사랑과 가족, 탐욕과 탐욕, 인종 차별과 여성 혐오에 관한 영화로 스코세이지 감독 특유의 우미(優美)하고 시적이며,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스타일로 촬영되었다. 세 시간 반여의 상영시간이 드니로, 디캐프리오, 글래드스톤 세 배우의 뛰어난 연기만으로 꽉 찬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택시 드라이버>(Texi Driver, 1976), <에비에이터>(The Aviator, 2004), <디파티드>(The Departed, 2006) 등과 같은 스코세이지 감독의 명화들에는 대부분 전통적인 오케스트라와 재즈 스코어가 사용되었으며, 버나드 허먼(Bernard Hermann)을 위시해 엘머 번스타인(Elmer Bernstein), 하워드 쇼어(Howard Shore)와 같은 영화 거장들이 악보 음악을 제공했다. 그의 영화에는 그러나 전혀 다른 영화도 상당수 있으며, <성난 황소>(Raging Bull), <좋은 친구들>(Goodfellas), <카지노>(Casino)와 같은 영화에는 클래식 음악이나 현대의 대중음악이 사운드트랙에 사용되었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또한 <라스트 왈츠>(The Last Waltz), <조지 해리슨: 물질세계의 삶>(George Harrison: Living in the Material World), <노 디레견 홈: 밥 딜런>(No Direction Home: Bob Dylan), <샤인 어 라이트>(Shine a Light)와 같이 유명한 다큐멘터리를 만든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에서 마틴 감독은 오랜 음악동료 로비 로버트슨(Robbie Robertson)에게 도움을 청했고, 1980년 <성난 황소>, 1982년 <킹 오브 코미디>(The King of Comedy), 1986년 <컬러 오브 머니>(The Color of Money), 2019년 <아이리시맨>(The Irishman)에서와 같이 사운드트랙 제작과 선곡은 물론, 필요에 따라 작곡하도록 요청했다.

로비 로버트슨은 알다시피 그룹 더 밴드(The Band)의 작곡과 기타 연주자로 활약한 미국 정통 포크 록 음악가이며, 스코세이지의 1973년 영화 <비열한 거리>(Mean Streets)를 보고 호감을 느낀 로버트슨이 1978년 밴드의 콘서트 기록 영화 <더 라스트 왈츠>의 감독으로 스코세이지를 낙점하면서, 둘의 우정은 계속 이어졌다. <성난 황소>를 첫 작품으로 40여 년간 몇몇 영화에서 의기투합했지만, 자신의 영화에 음악을 전적으로 제공해 달라고 한 것은 <플라워 킬링 문>이 최초. 2023년 8월 안타깝게도 지병으로 별세해 최초이자 최후가 되어버린 유작에서 그는 최상의 영화 음악을 남기고 떠났다.

<플라워 킬링 문>의 음악은 우선, 오케스트라를 위한 전통적인 악보 음악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르다. 또한 음악이 등장하더라도 심장 박동 소리나 우울한 기타 연주로 시각적인 면을 보조하거나, 등장인물의 감정이나 처한 상황에 반응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에서 로버트슨의 음악은 시대적 배경 음악과 수많은 정통 오세이지 가창과 함께 경쟁적 구도를 형성하기도 한다. 사실 서사적인 측면에서 음악은 특별히 중요하지 않으며, 대신 긴 침묵과 분노와 슬픔의 폭발의 폭발과 그 틈새를 조용히 메우는 분위기와 질감에 관한 기재로 작동한다.

영화의 도입부, 오세이지 부족이 땅에서 석유를 발견하고 땅에서 치솟아 쏟아지는 검은 비를 맞으며 기뻐 날뛰고, 갑부가 되어 백인 귀족과 같은 호사를 누리는 장면이 몽타주처럼 펼쳐질 때만 예외적이다. 이 몽타주는 오클라호마에 도착한 어니스트 버크하트가 보호구역을 지나 삼촌의 목장으로 향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그 후 오세이지의 운명은 기름이 아닌 피로 물든다.

전기 기타와 베이스 기타, 플루트, 전통 목관악기, 다양한 타악기를 주도적 악기로 편성해 리듬 중심으로 전개한 오프닝 사운드트랙은 1910년대가 시대적 배경인 극의 무대와는 엄밀히 괴리감이 있지만, 이런 종류의 아메리카나 록/블루스/부족의 음악적 조합은 맥락상 매우 효과적이며 그 자체로 압권이다. 여기에서 로버트슨은 대체로 영화의 본질적 개념과 감정적 요소에 집중해 장면의 전개에 조응하거나 보조적으로 강조하는 식으로 작동하게 음악을 악보에 썼다. 스코세이지 감독이 이를 통합해냈지만, 오프닝 시퀀스를 위해 쓴 지시 곡은 특별히 매우 강한 음악을 요구한 감독의 의향에 따라 예외적으로 전통적인 영화 음악 작업방식을 따랐다.

감독은 작곡가에게 "코요테처럼 울부짖는 기타와 볼레로 같은 리듬이 중심에서 춤추듯 동작하는 등장인물들을 관통하게 하는 한편, "위험하고 육감적이며 관능적인" 곡조의 음악을 요구했다. 로버트슨은 그룹 밴드(The Band) 시절부터 자기 음악의 핵심인 컨트리, 포크, 블루스, 리듬 앤드 블루스, 로큰롤과 같은 미국의 정신이자 음악의 근간에 아메리카 원주민의 보컬, 목관악기, 타악기를 혼합한 곡으로 이에 화답했다.

여러 면에서 이 악보는 로버트슨의 음악적 본질이자 정수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는 부분적으로 모호크 부족 출신의 아메리카 원주민이었고, 어머니는 토론토 근처의 캐나다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자란 가족력과 성장기에 따라 음악 또한 진정한 자기 내면을 표출한다.

고인이 되기 전 로버트슨은 모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릴 적 식스 네이션스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들었던 음악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사진을 모으고 있었다. 친척들이 모두 악기를 들고 둘러앉아 한 사람이 리듬을 시작하면 다른 사람이 멜로디를 따라 부르곤 했는데, 그 음악이 잊히지 않았어요. 옆에서 흥얼거리며 콧노래를 부르는 듯한 음악의 느낌, 그 그루브와 느낌이 제 피부에 와 닿았고 영원히 기억에 남았죠." 이어서 그는 악보 음악에 대해 "다양한 악기 변주와 함께 기타의 협연으로 구축한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싶었다"고하면서 "오케스트라를 계속해서 구축했다가 해체하면서 그 음악적 영혼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로버트 드니로의 킹 헤일의 사주로 악행을 벌이기 전 어니스트 버크하트의 삶에서 마지막 평온의 순간이 펼쳐진다. 서정적이고 가정적이며 거의 낙관적인 기타와 하모니카 사운드로 시작되는 ‘My land... my land’에 이어지는 몇몇 지시 곡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Heartbeat theme/Ni-U-Kon-Ska’는 볼레로와 같이 끊임없는 쿵쾅거리는 비트를 소개하며, 블루지한 하모니카, 해먼드 오르간, 숨 막히는 부족 목관악기의 멋진 조합으로 장식되어 현대와 고대의 음악적 충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예쁜 기타로 시작하여 바이올린으로 바뀌고 경쾌한 부족 타악기의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사랑스러운 테마가 특징인 ‘The wedding’은 건전하고 따뜻하며 부드럽게 로맨틱한 화음을 들려준다.

반면 ‘Reign of terror’는 ‘My land...my land’에서 들었던 기타 테마를 변주한 곡으로, 목관악 오케스트라의 저음과 ‘Heartbeat’ 테마를 사용하여 잔인하고 어두운 느낌을 주며, 이는 곧 어둠으로 들어가는 버크하트의 여정을 반영한다. ‘Insulin train’은 블루스적인 포크 기타 그루브에 록 퍼커션 리프와 숨을 헐떡이는 보컬 사운드가 더해져 약을 실어 나르는 증기 기관차의 소리와 단순히 '병을 앓는 것'으로 치부되는 끔찍한 학대를 당하는 여성들의 거친 호흡을 모방하는 두 가지 용도로 사용되었다.

악보의 나머지 부분에는 기타 화음, 무언의 보컬, 베이스 기타 리프, 거칠고 음울한 블로스 록 하모니카, 신음하는 듯한 현악기, 그리고 ‘Heartbeat’ 테마에 대한 암시가 더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질감은 수많은 오세이지 여성에게 닥친 폭력적인 운명, 헤일과 그의 동료들이 꾸민 사악한 음모, 공동체 전체에 울려 퍼지는 죽음에 대한 고뇌에 찬 반응 등 이야기의 어두운 부분을 다루는 지시 곡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Tulsa massacre newsreel(털사 대학살 뉴스릴)'과 ‘Shame on us(부끄러운지 알아야지)’에서 울부짖는 기타와 침울하고 극적인 첼로, 그리고 인상적인 하모니카 반주의 음악적 질감, 복잡한 부족 타악기 반복 연주를 통해서 특히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지시 곡 ‘Salvation adagio(구원 아다지오)’는 애절한 기타, 느리고 침울한 트럼펫 독주, 블루스 기타 장식, 섬세하고 경쾌한 플루트의 특이한 조합으로,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억압자들에 맞서고 동족들과 정의를 위해 싸우는 인디언 여주인공 몰리의 침착한 도전과 내면의 힘을 강력하게 그려냈다. 클래식 아메리카나 작곡가 퍼디 그로페(Ferde Grofe)의 ‘Metroplis-a blue fantasie(거대도시-푸른 환상)’와 종영인물자막(End Credit)과 함께 흘러나오는 부족의 노래 ‘Wahzhazhe(와자제, 내 민족을 위한 노래)’를 비롯한 여러 민속적인 소스 음악으로 사운드트랙은 마무리된다.

로버트슨이 작곡하고 연주한 오리지널 곡 'Still standing(스틸 스탠딩)'은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오세이지 부족뿐만 아니라, 유럽인들의 손에 희생된 대부분의 원주민 부족이 겪은 과거의 잔혹한 일을 인정하는 낙관적인 가사와 함께 저항과 불굴의 의지를 표현하는 곡이다.

사후 골든 글로브 시상식 음악상 후보에 이어 오스카에도 지명된 로비 로버트슨, 그는 기타 중심의 아메리카나 블루스/록, 전통적인 컨트리풍 악기, 정통 아메리카 원주민 타악기 및 목관악기를 조합해 독특하면서 효과적이고, 이 모든 것이 매우 다른 두 문화가 점점 더 비극적이고 불안한 상황에서 충돌하는 시대적 배경과 어우러져 풍부하고 생생하게 감지하도록 악보에 그려냈다. 자신의 음악적 근간, 그 정수에 뿌리를 댄 <플라워 킬링 문>의 음악은 독자적인 한편 영화의 서사적 구성요소로 크게 작동하진 않지만, 미국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사건 중 하나에 대해 진실하고 적절한 음악적 조응으로 그 가치를 충분히 증명했다.

[악보 음악 목록]
1. (Intro) The sacred pipe (0:38)
2. Osage oil noom (2:51)
3. My Land… my land (2:10)
4. Heartbeat theme/ Ni-U-Kon-Ska (3:33)
5. They don’t live Long (2:55)
6. The wedding (2:04)
7. Tribal council (1:12)
8. Reign of terror (2:51)
9. Insulin train (2:50)
10. Tulsa massacre newsreel (2:24)
11. Shame on Us (2:42)
12. Too much dynamite (2:56)
13. Not if it’s illegal (2:47)
14. Salvation adagio (3:11)
15. Still standing : 로비 로버트슨(Robbie Robertson) 작곡 연주
16. Tupelo blues : 레이나 겔러트(Rayna Gellert), 키에란 케인(Kieran Kane), 필립 제미슨(Philip Jamison), 데이비드 맨스필드(David Mansfield) 작곡 연주
17. Livery stable blues : 마빈 리(Marvin Lee), 레이 로페즈(Ray Lopez), 앨시드 누네즈(Alcide Nunez) 작곡, 빈스 지오다노와 나이트호크스(Vince Giordano and Nighthawks)
18. The Gallop, Chasse, Pas de Bouree : 스티븐 미첼(Steven Mitchell) 작곡, 애덤 닐슨(Adam Nielsen) 연주
19. Metropolis (A blue fantasie) : 작곡 퍼디 그로페, 미국 색소폰 연주자 빈스 지오다노와 그의 오케스트라 나이트호크스(Vince Giordano and Nighthawks)
20. Mollie : 작곡 연주 앤디 스타인(Andy Stein)
21. Wahzhazhe (A Song for my people) : 오세이지 부족 가수들이 부른 민속음악
김진성(saintopia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