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잼의 정규 2집은 퇴폐로 가득하다. 섹스와 약물이 득실대고 사회와 불화하는 주인공은 향락에 빠져 비틀거린다. 마약 복용에 대한 처벌 뒤에도 반성이나 각성은 없다. 더 자극적이고 문란한 세계로 흘러가는 화자의 진술만이 자리할 뿐이다. 앨범은 그런 개인적인 속마음을 투영한다. 씨잼의 내면이다.

새롭게 선보이는 랩은 이 같은 작품과 잘 어울리는 장치다. ‘신기루’, ‘Puzzle' 등 예전 곡들에서 보여준 그의 목소리가 강력하고 밀도 높았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내려앉은 톤과 조금씩 부정확한 발음으로 가사를 뱉는다. 유행하는 멈블 랩 스타일의 차용이다. 낙천적이고 조금씩 유쾌하게, 세상을 조롱하듯 읊조리는 목소리가 조화롭게 뒤섞여 뚜렷한 콘셉트를 이룬다. 랩 트렌드를 놓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작품의 방향성을 잘 드러내는 효과적인 표현법이다. 변화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프로듀싱도 음반의 성격에 충실했다. 앨범 전체를 매만진 프로듀서 제이 키드먼(Jay Kidman)은 침잠하듯 깔아 둔 감성적 이모 힙합의 분위기 위 단출하게 구성한 악기로 군더더기 없이 씨잼의 랩을 보좌한다. 특히 1번 트랙 ‘가끔 난 날 안 믿어’의 경쾌하고 발랄한 피아노 반주와 긴장감을 조성하는 ‘원래 난 이랬나’의 디스토션 기타가 초반의 색감을 뚜렷이 하고, 릴 펌이 연상되는 ‘Slay'의 신시사이저와 ’샹송‘의 전면에 내세운 어쿠스틱 기타 같은 다양한 시도들도 앨범에 다채로움을 보탠다. 유행에 근간을 두면서도 전형적인 틀에 갇히지 않는 외양이다. 끝 무렵 ’포커페이스‘의 강한 록 사운드 연출도 인상적이다.

가사의 돋보이는 흡인력은 씨잼의 작가적 역량을 드러낸다. 뻔뻔하게 투덜대는 초반, 점차 음울함이 짙어지는 중후반, 뒤이어 끝자락에는 고충의 시간을 거친 화자의 연민이 서려있다. 감정선이 유연하게 흐르며 비슷한 주제 아래 일련의 서사를 부여한 것이다. 덕분에 '넌 나를 몰라 / 그걸 알아둬 (‘포커페이스’)‘나 ‘날 고치려는 고장난 세상 (’왈‘)’처럼 내면을 처연하게 설파하는 가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멈블 랩의 부족한 가사 전달력과 적은 대중적 요소는 단점으로 남는다. 또한 이야기 방식이 불친절하고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는 구간에서는 비슷한 주제들이 반복돼서 단조롭기도 하다. 그럼에도 < 킁 >은 현재의 씨잼을 담고 있다. 작위나 가식을 줄이고 심정에 맞닿은 음반은 논란의 시간 뒤 그의 속내를 솔직하게 비춘다. 문제 너머의 문제작.

-수록곡-

3. Slay

4. 휙

6. ㅈ

7. 샹송

8. 코케인 러브♥ (Feat. Yescoba)

9. 약빨 (Feat. Yescoba)

10. 메들리

12. 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