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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집-조금만 기다려요
산울림
1980

by 박수진

2017.03.01

거침없는 사운드와 독특한 곡의 구성이 사라졌다. 데뷔 이후 이어지던 산울림만의 록(rock) 적 색채는 옅어졌고 김창완의 지분은 커졌다. 한국에 없던 음악적 시도와 가사 표현으로 독보적 위치를 일군 그들이 단정해졌다. 곡에 담긴 투박했던 연주 역시 매끈해진다.

3집이 발매되자마자 군으로 향한 두 동생 (김창훈, 김창익)의 영향이 전혀 없는 앨범이다. 김창완이 전곡을 작사, 작곡했고 연주 역시 이후 ‘고장난 우주선’으로 함께 활동한 김창완의 동료들이 대신해준다. 4집은 그간 드라마, 영화, 연극 등에 쓰인 곡을 모은 컴필레이션 음반이고 5집은 동생들이 휴가를 나올 때마다 합을 맞춰 내놓은 터라 견고하지 못하다. 연이은 인기의 하락세 속에 발매된 앨범이었다.

질주하던 기타는 잠잠해졌고 트레이드마크였던 퍼즈톤의 기타는 뒤로 밀려난다. 기타, 베이스, 드럼을 중심으로 간혹 키보드를 섞었던 과거와 달리 플루트, 바이올린, 하모니카, 실로폰을 한 데 모아 만듦새를 다졌다. ‘조금만 기다려요’, ‘나 그대의 넓은 대지가 되고서’등의 펑키한 곡들이 있지만 이전에 비하면 턱 없이 약하다. 후반 연이어 모여 있는 조용한 분위기의 곡들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정제되고 차분하다.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당시에는 한국에 없던 긴 제목으로 더 주목받았다), 3인조 포크록 그룹 노고지리에게 김창완이 직접 작사 작곡해주어 큰 인기를 얻은 ‘찻잔’, 당시 TBC 라디오 드라마 주제가로 쓰이며 알려진 ‘빨간 풍선’ 등의 곡들이 주목받았다. 그러나 예전 같은 파급력은 없었고 자체의 완성도도 과거의 호흡을 따르지는 못한다.

산울림 내(內)의 역사에 있어서 더 큰 가치를 지니는 앨범이다. 초기의 록킹한 원초적 사운드와 완전히 작별하고 포크, 발라드의 부드러운 장르로 나아감을 예고했다. 이것을 발판 삼아 발표된 7집은 또다시 큰 성공을 거두며 그간 주춤한 산울림의 파워를 천하에 알린다. 그들의 변해가는 음악적 성향이 잘 담긴 과도적 작품.

-수록곡-
1. 조금만 기다려요
2. 못 잊어
3. 이 노래가 끝나기 전에
4. 나 그대의 넓은 대지가 되고져 [추천]
5. 한 밤에
6. 백합 (Inst.)
7. 어느 비 내리던 날
8. 창문 너머 어렴풋이 내 생각이 나겠지 [추천]
9. 빨간 풍선
10. 해바라기가 있는 정물
11. 찻잔 [추천]
12. 오후 (Inst.)
박수진(muzikis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