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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경
2017

by 박수진

2017.03.01

집중도 있는 앨범이다. 사운드와 보컬 녹음 방식에 있어서 정확한 색채와 지향점을 드러낸다. 꺼내든 원료는 공간감과 노이즈. 보컬은 처음부터 끝까지 울림 있게 부유하고 주재료인 기타는 잡음과 잔향을 안은 드론 사운드로 나타난다. 읊조리듯 건조한 보컬과 몽환적인 기타 톤까지 앨범은 드림 팝, 슈게이징 장르의 골격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2014년 더 미러(The mirror)의 이름으로 데뷔한 후 발매된 그의 음악들은 특유의 쫄깃함이 있었다. 전자음과 기타를 중심으로 빠르게 달리다가 급선회하고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들려오는 강력한 파열음의 구성은 거침없었다. 과거의 외투를 그대로 유지한 채 발매된 첫 EP는 한층 더 담백해졌다. 마음대로 비틀던 흐름은 변함없지만 그 사이를 채운 사운드는 멜랑콜리한 보컬과 퍼즈톤의 기타를 중심으로 더 가볍게 채색됐다.

포개진 소리는 적어졌지만 앨범의 만듦새는 훌륭하다. 멜로디 기타, 코러스, 보컬 모두에 걸린 과한 리버브가 피로감으로 이어질 법도 한데 그 단점을 유기적인 곡의 구성으로 깨뜨린다. 6곡이 담긴 25분 남짓 짧은 러닝 타임에 모든 곡은 마치 한 곡처럼 이어진다. 천천히 쌓아올린 기조를 무너뜨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끝 곡 ‘화학평형’의 흡입력은 이전 곡 ‘다나에’와 맞닿은 멜로디에서 기인한다.

집중하여 들을수록 매력이 배가 되는 앨범이다. 비슷한 재료와 분위기의 곡 단위 특징이나 캐치함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것을 상쇄하는 응집력을 가졌다. 곡의 흐름을 밀고 나가는 자신감과 세밀한 이음새가 매력적인 음반. 그가 의도한 것이 한국발(發) 슈게이징이라면 인상적이고 안정적인 출발이다.

-수록곡-
1. 권태
2. 몰락 [추천]
3. 모두 주세요 [추천]
4. 잊었던 계절
5. 다나에
6. 화학평형 [추천]
박수진(muzikis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