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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세카이 노 오와리(SEKAI NO OWARI)
2012

by 황선업

2017.02.01

사전에 국내에 소개되었던 < EARTH >(2010)와 < Tree >(2015)를 들어본 이들은 아마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두 작품 속 음악들엔 꽤나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그 변화의 연유를 설명해 줄 연결고리가 정식으로 소개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메이저 데뷔 후 첫 정규작인 < ENTERTAINMENT >는 그룹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작품이다. 메인스트림에 대한 출사표와 같은 이 한 장은, 그렇기에 어떤 앨범보다도 먼저 챙겨야 하는 작품에는 틀림이 없다.

그룹에게 있어 2011년은 잊을 수 없는 한 해로 장식되었다. < TOYS FACTORY >를 통해 메이저 데뷔를 완수, 불과 3개월만에 부도칸 콘서트를 개최해 매진시키는 가파른 상승세로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 시기에 선보인 ‘スターライト パレード(Starlight parade)’(2011)가 여러 매체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음악적으로도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나갔다. 들어주는 이들이 있어야 완성되는 밴드의 노래들이기에, 멤버들의 창작의욕이 충만해져가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커리어에 전환점이 되는 싱글을 선보이게 된다. 바로 ‘眠り姫(잠자는 공주)’(2012) 였다. 리얼 세션과 미디의 결합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스케일 큰 편곡으로 완성시킨 팝 트랙을 통해 기존의 스타일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어느 한 곳에 고착되고 싶지 않은 밴드의 의지를 보여주는 트랙이자, 장르구분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이들에게 내미는 최적의 답변이었음이 확실하다. 발매 초반만 해도 ‘초심을 잃었다’는 의견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인지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중요한 한 곡으로서 자리하고 있다.

앨범을 발표하기엔 그야말로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보인 첫 메이저 정규작 < ENTERTAINMENT >는 높아져 있던 기대감을 단숨에 충족시켜 주는 걸작의 모습으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앨범으로 더욱 빛나는 아티스트임을 증명했고, 오리콘 주간차트 2위라는 최고기록을 거두었다. ‘우리는 단순한 음악이 아닌,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그룹이다.’ 라는 명제에 걸맞게, 열여섯 트랙에 걸쳐 단순한 청각적 만족이 아닌 오감을 자극하는 콘텐츠로 승부해 최상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음악적 스타일은 정확히 < EARTH >와 < Tree >의 중간점을 지향하고 있다. 기존 팬들에게는 점차 확장되어 가는 세계관이 영롱하게 다가올 것이고, ‘RPG’나 ‘Dragon night’를 통해 알게 된 이들이라면 의외의 소박함을 친근하게 받아들일 여지가 다분하다. 초기 명곡으로 꼽히는 ‘スターライトパレード(Starlight parade)’는 비극적 주제에 걸맞은 ‘최후의 축제’ 콘셉트의 사운드 메이킹이 인상적이며, 밴드 편성으로 분위기를 일신하는 ‘ファンタジー(Fantasy)’의 그루브는 지금과는 또 다른 매력을 어필한다. ‘우리들은 이런 것 밖에 못하지만, 오늘은 너에게 노래해주고 싶어’라는 가사가 밴드의 본질을 상기시키기도.

그런가하면 결코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메시지성이 가득한 트랙들도 있다. 신스루프가 비장함을 자아내는 ‘illusion’을 통해 각종 매체를 통해 왜곡되는 현실의 허상을 지적하는가 하면, 폭격이라고 느껴질 만큼의 언어를 쏟아내는 ‘Love the warz’에선 평화를 위해 평화에 반하는 모든 것을 없애고 있는 역설적 상황을 언급하며 단어의 본래 의미를 재조명하기도 한다. 좀 더 밝은 곡조로 ‘선’은 올바르고 ‘악’은 잘못되었다는 인식에 반기를 드는 ‘天使と悪魔(천사와 악마)’ 또한 단순히 즐기듯 듣다가도 한번쯤은 곱씹어보게 되는 테마들이다. 이처럼 다소 무거운 주제들을 음악적으로 순화시켜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 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그들의 뛰어난 역량 중 하나다.

커리어에 있어 손꼽을만한 러브송 ‘花鳥風月(화조풍월)’은 특유의 따뜻함이 귀를 떼지 못하게 만들며, 꿈이 있기에 우리가 살고 있는 계절이 빛난다는 내용의 ‘yume’는 막연함 없는 스트레이트한 희망을 듣는 이들에게 선사한다. 이에 더해 꼭 언급하고 싶은 트랙이 나카진의 솔로곡인 ‘TONIGHT’이다. 어쿠스틱 기타와 탬버린만으로 이루어진 반주 위에서, 꾸밈없는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광경이 아름답게 또 환상적으로 다가온다. ‘インスタント ラジオ(Instant radio)’의 노선을 잇는 ‘Fight music’의 활기는 콘서트 장에서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하며, ‘眠り姫(잠자는 공주)’로 추후 활동에 대한 복선을 남겨놓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그리고는 생명과 자유에 의미를 다시 한 번 더듬는 ‘深い森(깊은 숲)’을 끝으로, 과거와 미래를 잇는 음악연표는 큰 여운과 함께 마무리된다.

잃어버린 퍼즐 한 조각을 찾은 기분이다. 이제야 ‘세카오와 월드’에 대한 지도는 비로소 완성되었다. < EARTH >를 들은 후 재차 이 앨범을 접한다면, 여러 제약에서 풀려난 그들의 잠재력이 예상치보다 훨씬 위에 있음을 알 수 있을 터. 이와 동시에 어떻게 < Tree >라는 곳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해답도 함께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젠 완성된 지도를 들고 원하는 곳을 자유롭게 거닐면 된다. 한 가지 명심할 것은, 그곳은 알던 곳임에도 알던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삼각기둥을 이루는 그 곳에서, < ENTERTAINMENT >라는 지침은 분명 그 세계를 다시금 새롭게 변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수록곡-
1. The Entrance
2. スターライトパレード(Starlight parade) [추천]
3. ファンタジー(Fantasy) [추천]
4. Illusion
5. 不死鳥(불사조) [추천]
6. 天使と悪魔(천사와 악마)
7. Love the Warz
8. Never Ending World
9. 生物学的幻想曲(생물학적환상곡)
10. Tonight [추천]
11. Yume [추천]
12. 花鳥風月(화조풍월) [추천]
13. 炎の戦士(불꽃의 전사)
14. Fight Music [추천]
15. 眠り姫(잠자는 공주)
16. 深い森(깊은 숲)

※ 본 리뷰는 < ENTERTAIMENT > 해설지를 수정한 버전입니다.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