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중반부터 ‘존 레논’이라는 이름보다 ‘오노 요코의 남편 혹은 션 레논의 아버지’로 가사에 전념했던 그가 5년 만에 발표한 앨범. 발매 직후 평은 냉혹했으나 3주 후 발생한 대중음악 최악의 사건에 의해 역설적이게도 타당한 재평가 기회가 마련되었다. 결과적으로 1981년 그래미 올해의 앨범 수상, 판매량으로도 < Imagine >과 < Plastic Ono Band >의 기록을 합친 양마저 가볍게 상회함으로서 앨범은 팝의 모노리스 존 레논 디스코그라피 중 한가운데 위치한다.
록 정치학에 열중하던 시대정신 설파가 레논의 모습보다는 고차원적 사랑을 세상 가장 고귀한 가치로 부여하고 이에 집중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양태를 띈다. 전체적으로 아내와 한 곡씩 주고받는 형식을 택해 흡사 서로 은밀한 귓속말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포문을 알리는 히트곡 '(Just like) Starting over'(빌보드 5주 1위)에서 마지막 곡 'Hard times are over'까지 만남과 헤어짐, 상념과 그리움, 재회와 형용할 수 없는 기쁨 등 사랑의 원초적 감정들을 여실히 전달해낸다.
그 와중 더할 나위 없이 수려한 멜로디를 담은 아들을 위한 곡 ‘Beatiful boy (Darling boy)’나 고작 15분 만에 완성되었지만 변화무쌍한 화성진행에 계단을 오르내리는 듯 기타 아르페지오 주법으로 아내에 봉헌하는 ‘Woman'으로 심란한 세상에서 마침내 가족에 정착한 그의 마음 가득 피어오른 평온함을 짐작할 수 있다. 사상가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에 녹아났음을 천명하는 ’Watching the wheels'는 그가 마련한 해답이자 일종의 ‘Let it be'인 것이다.
악을 쓰거나 살을 깎는 듯한 고음, 때로는 신음을 질러대 존 레논의 앨범을 망친다고 악명이 자자하던 오노 요코도 비교적 평안해 'Kiss kiss kiss'의 전위성 정도를 제외하면 앨범의 작위적 터치를 가하지 않는다. 단출한 피아노 연주에 귀엽게 노래하는 ‘Yes I'm your angel'과 힘을 쭉 빼고 블루지한 색소폰 솔로에 몸을 얹는 'Hard times are over'는 분명 그녀가 선사하는 보컬의 최고점에 자리해 1982년 발표하는 솔로작 < It's Alright >에 훌륭한 토대가 된다.
원인이 우상화의 폐해를 타고 돌격한 마크 채프먼이 쏜 다섯 발의 총탄이든, 아니라면 상상외의 거대권력이 자행한 짓누름이든 허망히 세상을 등진 ‘스마트 비틀’의 유고작. 세상을 사랑으로 물들이려했던 두 명의 꿈은 앨범 재킷 아름다운 키스가 흑백으로 담겨있듯 말 그대로 환상이 되어버렸으나 그들의 노래는 남아 오늘날까지도 우리를 울린다.
-수록곡–
1. (Just like) Starting over (John Lennon) [추천]
2. Kiss kiss kiss (Yoko Ono)
3. Cleanup time (Lennon)
4. Give me something (Ono)
5. I'm losing you (Lennon) [추천]
6. I'm moving on (Ono)
7. Beautiful boy (Darling boy) (Lennon) [추천]
8. Watching the wheels (Lennon) [추천]
9. Yes, I'm your angel (Ono)
10. Woman (Lennon) [추천]
11. Beautiful boys (Ono)
12. Dear Yoko (Lennon)
13. Every man has a woman who loves him (Ono)
14. Hard times are over (Ono)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