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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2003

by 김도헌

2015.11.01

알코올과 마약, 가십으로 얼룩진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삶에도 순수의 시절은 있었다. 국립 청소년 재즈 오케스트라에서 노래를 부르던, 스탠더드 재즈를 사랑하고 다이나 워싱턴과 사라 본을 흠모하던 사춘기 소녀 시절 말이다. 이 차세대 재즈&소울 디바는 열렬한 과거 사랑뿐만 아니라 자신의 진실된 삶을 노래로 옮긴다는 든든한 철학으로 이미 독특한 존재였다. 그가 사랑하다 마지않았던 프랭크 시나트라의 이름을 빌린 < Frank >는 스무살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비밀스러운 일기장이자, 세상에 바치는 고백이 담겨있다.

'재활원에 가기 싫다'는 애처로운 고백과 '사랑은 지는 게임'이라는 처절함을 겪기 전 에이미의 이야기는 자유분방하고, 진중하진 않더라도 생활 밀착형의 내용을 담아 친숙하다. 스무 살의 그는 연약한 남자친구에게 한심함을 담아 충고를 날리다가도 ('Stronger than me'), '세상에 이보다 큰 사랑은 없다'는 '(There is) No greater love'에서는 열렬한 사랑을 노래하기도 한다. 'I heard love Is blind'의 혼란스러운 감정과 'Fuck me pumps'의 냉소적인 비판 등 다소 가려져 있던 싱어송라이터로의 자질을 다시금 확인케 한다. < Back To Black >의 짙은 울림은 아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나이에 걸맞은 당당함과 거칠 것 없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굴레 없는 메시지의 전달력을 높인 것은 마찬가지로 여러 요소를 융합한 음악의 공이 크다. 에이미 와인하우스 음악의 평생 동반자였던 살람 레미(Salaam Remi)와의 첫 만남도 이때였는데, 나스(Nas)와의 작업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자칫 평범할 수 있는 멜로디에 소울 기반 샘플의 힙합 비트를 심어놓으며 재즈의 자유스러운 분위기와 곡의 리듬감 모두를 잡아냈다. 피아노 선율과 기타 리프의 소울풀한 분위기를 힙합으로 전환하는 'You sent me flying', 재즈 코드웍 진행의 힙합 비트 'October song'의 그루브가 훗날 'You know I'm no good'의 바탕이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그가 만들어낸 나스의 명곡 'Made you look'을 활용한 'In my bed'의 재치는 놀랍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이런 모습은 동시대 수없이 등장했던 영국 태생 여성 싱어송라이터들과 확실히 구분되는 지점이었다. 무거운 카리스마로는 피제이 하비도 있었고, 맑은 목소리로는 케이티 멀리건도 있었으며 클래식과 포크를 섞은 다이도(Dido)도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스탠더드 재즈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편안한 서민적 분위기의 일상성을 담은 가수는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유일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데뷔, < Back To Black >의 성공으로 빈티지 소울의 유행이 시작되었으며 'Mercy'의 더피(Duffy), 팔로마 페이스(Paloma Faith), 그리고 현 시대의 아이콘 아델(Adele)이 등장할 수 있었다.

가식이나 허세, 욕심이 없는 당찬 신인의 데뷔작이었다. 그는 무수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업적 성과에 대한 무관심을 내비쳤고, 소속사의 홍보 방식이 앨범의 본래 의미를 훼손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태생부터 아티스트였던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음악이었지, 세간의 관심이 아니었다. 그런 에이미 와인하우스에게 블레이크 필더가 다가왔고, 술과 마약이 따라왔으며, 타블로이드의 취재 경쟁과 잔인한 파파라치들의 플래쉬 세례가 쏟아졌다.

비극적인 삶으로 마무리된 27년 인생이지만, < Frank >에는 때 묻지 않은 순진한 음악 소녀의 이야기가 있다. 재활원에 갈 정도로 술독에 빠지지도 않았고, 망나니 애인에게 사랑받기 위해 몸도 받지 않는 마약에 손대지 않아도 됐었던 순박한 기록이었다. 현실이 이 앨범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수록곡-
1. Intro / Stronger than me [추천]
2. You sent me flying / Cherry
3. Know you now
4. Fuck me pumps [추천]
5. I heard love is blind [추천]
6. Moody's mood for love / Teo licks
7. (There is) No greater love [추천]
8. In my bed [추천]
9. Take the box
10. October song [추천]
11. What is it about men
12. Help yourself
13. Amy amy amy / Outro / Brother (hidden track) / Mr magic (Through the smoke) (hidden track)
김도헌(zener12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