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부터 2002년까지 레코딩만 15년, '조용한 비틀' 조지 해리슨의 말년을 그린 유작 < Brainwashed >의 제작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밥 딜런과 함께한 슈퍼 밴드 트래블링 윌버리스(Traveling Wilburys) 활동은 물론 스승 라비 샹카르와의 지속적 교류와 비틀스 앤솔로지 촬영까지 겹쳤다. 설상가상 97년 도진 후두암이 기적적으로 나아가던 99년 자택에 침입한 괴한에 의해 무려 몸 40군데를 난도질당한 후, 끝이 머지않았음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그는 앨범 진행방향을 그린 일종의 음악적 유서를 남기고 편안히 갠지스 강으로 떠내려갔고, 남은 이들이 완성한 앨범은 조지 해리슨의 인생을 함축한 아름다운 연대기다.
비틀스 시절과 솔로 활동을 아우르는 화려한 음악 스펙트럼이 앨범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포문을 여는 'Any road'부터 농밀함의 절정에 이른 블루스 톤 기타로 귀를 간질인다. 해리슨은 레논에게 '9'가 있듯 '7'에 집착해 아끼는 트랙을 항상 7번째로 배치했다. 그래서 7번째이자 주인공인 'Stuck inside a cloud'에서 그는 평소 생사의 문제에 초탈한 현인같던 모습에서 벗어나 병과 죽음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담담한 톤으로 내뱉어 울림을 선사한다. 매카트니가 뽑은 해리슨 최고의 곡이자 그래미 최우수 팝 연주상을 수상한 'Marwa blues'의 연주는 앨범의 하이라이트. 시타르와 일렉트릭 기타, 동서양을 넘나들며 최고의 위치에 올랐기에 '해리슨'과 '현악기'는 이미 동의어다.
힘든 시기에 가족과 친구들이 전방위적으로 인생길 마지막을 함께 했다. 시대의 명곡 'While my guitar gently weeps'와 비슷한 'Run so far'은 원체 조지 해리슨이 기타에 참여한 에릭 클랩튼의 곡이었지만 두 사람은 역할을 바꿔 새로운 사운드를 생성해냈다. 앨범 전반에 흐르는 천재 프로듀서 제프 린의 사운드는 현대성의 구색을 갖춤에 일조한다. 링고 스타와 폴 매카트니도 앨범 제작에 생산적인 의견을 많이 피력했다고 한다. 아들 다니는 마지막 곡 'Brainwashed'에서 힌두교 사랑의 여신 파바티(Parvati)에게 기도를 바치며 아버지가 조용히 생을 마무리하는 것을 돕는다.
리듬 앤 블루스, 컨트리, 로커빌리, 클래식과 제3세계까지 음악이 지배하는 세상을 종횡으로 횡단하는 와중 가장 중요한 '자기 자신'을 잊지 않았다. 어린아이를 춤추게 하는 쉬운 멜로디의 음악부터 철학적 가사로 인생 뒤안길을 걷는 노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곡들까지 기복 없는 음악 인생을 걸어온 아티스트다. 갠지스 강에 흩뿌려진 선구자의 뼛가루는 녹지 않고 돌고 돌아 오늘날까지도 우리의 영혼을 부드럽게 울린다.
-수록곡-
1. Any road [추천]
2. P2 Vatican blues (Last Saturday night)
3. Pisces high
4. Looking for my life
5. Rising sun
6. Marwa blues [추천]
7. Stuck inside a cloud [추천]
8. Run so far
9. Never get over you
10. Between the devil and the deep blue sea
11. Rocking chair in Hawaii
12. Brainwashed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