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 속에서 마주한 익숙함, 제임스 블레이크 내한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

by 김도헌

2014.01.01



내심 걱정이 앞섰다. 인지도에서야 대중들에게 어느 정도 알려졌다고 하지만 제임스 블레이크의 음악은 분명 라디오 친화적이지 않으며, 라이브 공연에서 받을 수 있는 쾌감이나 짜릿함도 미미한 편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공연장을 향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혹시나 텅 빈 관객석에 아티스트도, 난해한 음악에 대중들도 실망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피어올랐다.

가정은 기우였다. 유니클로 악스홀을 꽉 채운 관객들은 이 낯선 음악에 언제든 환호를 내지를 수 있는 충실한 팬들이었다. 제임스 블레이크 또한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방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몸을 흔들며, 고개를 끄덕이며, 발로 박자를 맞추며 그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음악을 즐겼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도드라진 특징은 해외 라이브 공연과 상이한 방식의 진행이었다. 국내에서 자신이 덥스텝 아티스트로 알려졌음을 인식한 듯 각 노래마다 공격적인 루프를 삽입하고, 적극적으로 이펙터를 활용하고 다양한 샘플을 운용함으로써 대중들의 수요를 충족시켰다. 공연장을 꽉 채우는 베이스음이 온몸을 뒤흔들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몽환적인 선율은 오감을 만족하게 하는 쾌감을 만들어냈다. 실내 공연의 특징을 살려 드라이아이스와 각종 색 조명들을 활용한 환상적인 무대 구성도 경이로움을 자아냈다.

'I never should learn'의 가사 'My brother and my sister don't talk to me'가 공연의 시작을 알리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전주 한 소절만 흘러나와도 바로 어떤 곡인지 알아챌 정도로 관객석의 열기는 뜨거웠다. 여성 관객들은 'Marry me'를 외쳤고, 제임스 블레이크는 '적극적인 반응에 감사하다'며 수줍게 웃었다. 곧바로 이어진 'Life round here', 브라이언 이노의 이름을 짧게 언급하며 시작한 'Digital lion', 피아노 한 대로 만들어낸 'Our loves come back ' 등이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Limit your love'와 'Retrograde' 지점에서의 거대한 반응은 유명 팝 스타 못지않았다.

어떻게 흘러가겠다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지만 내용은 재발견의 연속이었다. 수줍음 가득했던 제임스 블레이크의 모습처럼 분명 대중들에게 쉬이 다가갈 수 있는 친절한 음악은 아니지만, 혼란 속에 숨겨져 있는 특유의 조화와 흐름은 왜 그가 현재 가장 사랑받는 아티스트 중 하나인지를 증명하고도 남았다. 의외의 발견 속에서 쏜살같이 지나간 90분이었다.
김도헌(zener12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