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지금 어떤 존재로 우리에게 기억되는가. 각자에게 의미가 중요하든 그렇지 않든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사람이라면 그 이름이 생소하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1962년 블루스에 대한 존경과 경배의 마음을 담아 ‘롤링 스톤즈’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한 지 어느덧 반백년이 지났다. 상상이 되는가. 하나의 밴드의 이름을 내건 세월이 50년이라니 말이다.
역사의 집필은 승리자에게만 주어지듯, 이 시간의 길이만으로도 그들은 야만적인 로큰롤 생태계의 최종 승리자임과 동시에 장대한 히스토리의 집필 권한을 가진 '전설' 그 자체다. 세월의 기록을 담아낸 기념 앨범 < Grrr! > 발매를 앞두고 신곡을 통해 회귀본능을 드러낸다. 영국이 자행했던 전쟁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임은 물론, '자기야! 나랑 춤춰볼까!?'라는 식의 한결같은 끼(?)를 감추지 않는 타이틀 트랙 명은 'Doom and gloom'되시겠다.
젊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고희(古稀)를 전후로 하는 이 노인들은 이미 안중에도 없을지도 모르겠다. 또, 관심이 있다 한들 ‘할아버지들이 뭘 얼마나 더하겠어?’라는 식의 의구심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우는 진정 모르시는 말씀이다. 스스로에 감행해낸 ‘스톤즈 리바이벌’성의 작풍(作風)은 초기 히트곡인 ‘Brown sugar', 'Sympathy for the devil', 혹은 ‘Get off of my cloud'와 같은 데뷔 초기의 곡들과 이어 듣기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항구적이며 원색적인, 원초적이기까지 한 ‘태초의 록큰롤 트랙’을 다시금 되살려냈다.
살려냈다 뿐인가. 믹 재거, 키스 리처드, 찰리 와츠, 론 우드는 각자의 포지션에서 세월이 무색할 정도의 ‘록 스피릿’을 숨 가쁘게 뿜어내며 여전히 음악을 즐기고 있다. 변함없기에 팬들은 더할 나위 없이 기쁜 마음, 감사한 마음으로 들을 것이다. 그들의 음악에 생소한 록 팬들에게도 곧 발매할 앨범의 프로모션을 통해 ‘롤링 스톤즈’라는 록밴드가 어떤 음악을 하는지, 그리고 했었는지 다시금 환기 시켜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살아남는 자가 강자다. 50년의 세월을 음악, 록의 이름으로만 몰두해 생존하며 전 지구적인 성공을 이뤄냈다. 또, 록을 단순한 분파에서 상위 음악이 되도록 하는데 절대적인 공헌을 했다. 아무리 로큰롤이 죽었다고 떠들어도 그렇지가 않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도 하루 24시간 한순간의 빈틈도 없이 그 누군가는 롤링 스톤즈 음악의 재생버튼을 누르고 있다. 그들은 죽으려고 해도 죽을 수 없는 밴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