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상록수'의 가사 중 일부분이다. 이 곡을 만든 김민기는 모를지언정 이 노래만큼은 제 16대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식전행사와 TV 캠페인에서 김민기 대신 양희은에 의해 불려지면서 국민가요가 되었다.
민중을 계도했던 김민기의 노랫말도 중요하지만 서정적 선율은 음악인이라면 한번쯤 연주해보고 싶은 것이다. 김동성도 김민기의 음악을 사랑하는 음악인이었다. 경희대 작곡과, 독일 쾰른(K'o'ln) 음악대학 재즈과, 미국 버클리(Berklee) 음악대학 재즈편곡과를 졸업한 그는 러시아 국립 관현악단(The Symphony Orchestra Of Russia)과 함께 김민기의 고전을 클래식으로 편곡했다.
운동권 노래의 주된 레퍼토리라는 이미지에서 오는 어두움, 시대적 항체의 날카로운 각은 찾기 어렵다. 클래식과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새로운 클래시컬 연주음악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에 대해 대중들이 그의 음악에 부여했던 의미가 상실된다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같은 음악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아내는 소중한 작업이라고 볼 수도 있다.
많이 알려진 '상록수', '아침이슬', '봉우리', '가을편지' 등과 비교적 알려지지 못한 '꽃 피우는 아이', '날개만 있다면' 등의 곡들을 김민기의 노래에서 느꼈던 인간적인 냄새와 순수함이 아닌 서양 음악의 섬세한 테크닉으로 묘사한 것은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인간적인 냄새와 섬세한 테크닉. 무엇 때문인지 반대 성향의 종류로 보인다. 하지만 김동성 음악 감독은 그 둘의 중간지대에 위치한 평화 포인트를 잘 찾아내고 있다.
러시아 국립 관현악단의 음악이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곱씹어 보면 연주인들이 김민기 음악에 그만큼의 감동을 받았다는 얘기도 된다. 음악가의 감정과 결과물이 따로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음악이 러시아의 음악가들을 감동시켰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음반인 동시에 김민기에 대한 경외감마저 들게 하는 작품이다.
-수록곡-
1. 프롤로그
2. 상록수
3. 아침이슬
4. 가을편지
5. 아름다운 사람
6. 작은 연못
7. 꽃 피우는 아이
8. 날개만 있다면
9. 친구
10. 봉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