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걸스 신데렐라의 최신유행 따라하기
영화 < 드림걸스 >의 성공과 함께 일약 신데렐라에 등극한 제니퍼 허드슨(27)의 데뷔작은 기대만큼 실망이 크다. 에피(드림걸스의 여주인공)의 뜨거운 가창력이 관객에게 감동과 찬탄을 불러일으킨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 'I am changing' 같은 곡을 상기한다면 그 아쉬움은 배가 된다. 비단 한국 팬들이 비욘세의 'Listen'에 더 강하게 매료됐더라도 리듬 앤 블루스를 즐겨 듣는 이들은 허드슨의 보컬이 '진짜 일품'이란 사실을 충분히 감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아리스타 레코드사와 함께 준비해 온 허드슨의 첫 음반 소식은 쉽사리 놓치기 힘든 유혹의 사파이어 같았다.
니요가 작곡한 첫 싱글 'Spotlight'와 함께 오프닝을 알리는 작품의 노래들은 그러나 허드슨의 진가를 도무지 확인할 수 없어 유감이다. 루다크리스나 T-페인 등 힙합스타와 협연한 'Pocketbook'과 'What's wrong (go away)' 등은 개성을 상실한 작위적인 사운드 일색이다. 언플러그드 무대에서 빛을 발하는 허드슨의 보컬은 이 때문에 잘 들리지 않을뿐더러 리듬 패턴 안에 갇혀버렸다. 허드슨 정체성의 상실이다. 에피를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왜 그가 최신유행 따라하기에 급급한지 적잖이 한 숨만 나올지도 모른다.
간혹 허드슨의 노련한 가스펠 창법이 멜로디 곳곳에 발산되곤 있으나 딱히 감동은 전무하다. 다이안 워렌이 선사한 'You pulled me through'나 판타시아와 듀엣으로 열창한 'I'm his only woman'이 대담한 보컬을 선사했더라도 대다수 곡들이 끝까지 참고 듣기 힘들만큼 따분하고 지루하다. 프로듀서로 팀발랜드와 미시 엘리엇, 신세대 작곡가 라이언 테더와 로빈 씨케, 그리고 언더독스 등 주류 팝 킬러들이 참여한 까닭도 일부 영향을 끼쳤겠으나 적어도 허드슨은 유행을 뒤쫓기보단 자기 장점을 살린 솔직하고 당당함을 주무기로 승부했어야 한다.
허드슨이 미모를 앞세운 비욘세가 아닌 이상 진솔한 음악성을 내세우는 게 여러모로 우선이었을 것이다. < 드림걸스 >를 다시 예로 들면, 에피가 디나보다 적어도 노래 솜씨만큼은 한 수 위에 있다. 그것을 이용했어야 한다. 이 같은 장르는 요즘 트렌드세터로 인기몰이에 나선 리아나에게 훨씬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리아나 노선을 허드슨이 쫓아가면 절대 안된다. 서로 다른 리그 선수들이다. 리아나가 휘트니 휴스턴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허드슨은 아레사 프랭클린을 흉내 냈어야 옳다.
이러한 컨셉 설정의 실패는 본질의 망각에서 비롯된다. 무엇보다 곡 하나하나의 테마 속엔 소울 싱어가 지녀야 하는 본연의 사상과 허드슨 특유의 마초우먼 기질이 온데간데 없다. 연주자도 아니고 마이크로 먹고 사는 노래꾼의 음반에서 곡이 좋지 않으면 그건 명백한 실패를 암시한다. 재능의 손실과 명곡 부재다. 화려한 엔터테이너를 꿈꾸는 데뷔작의 스타덤 욕망은 불완전한 아쉬움만 남길 뿐이다.
-수록곡-
1. Spotlight
2. If this isn't love
3. Pocketbook
4. Giving myself
5. What's wrong (go away)
6. My heart
7. You pulled me through
8. I'm his only woman
9. Can't stop the rain
10. We gon' fight
11. Invisible
12.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 (Highlights version) Dreamgirls
13. Jesus promised me a home over t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