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돌아왔다!
불혹(不惑)인 카일리 언니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감이다. 40의 나이에 이런 섹시 컨셉트로 자신의 이미지를 극대화해서 성공을 거둔 건 그와 마돈나(Madonna) 외엔 없는 것 같다. 도대체 이 자부심과 대담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외모에 대한 자신감은 공주병으로 비하되기도 했지만 카일리 언니는 상대방을 불쾌하지 않게 잘 포장한다. 또 그의 미모는 충분한 객관성을 담보하고 있지 않은가.
3년 만에 발표한 이 신보는 통산 10번째 앨범으로 1988년에 첫 음반을 발표한지 19년이 됐으니 거의 2년 마다 한 장의 음반을 공개하며 앉으나 서나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를 시도하며 달려온 셈이다. 1집의 성공이 부담스러웠는지 소포모어 앨범부터 1990년대 후반에 발표한 'Can't get you out of my head'로 재기에 성공하기까지 오랜 시간 여러 실험과 시도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맞춤형 서비스를 일궈냈다.
카일리 언니 음악의 가장 큰 축은 댄스와 일렉트로니카다. 데뷔 이래 이 두 가지를 놓은 적이 없었다. < X >도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두터운 전자음과 교태 넘치는 카일리 언니의 간드러지는 보컬이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마지막 트랙 'Cosmic'을 제외하곤 아무 곡이나 랜덤으로 틀어도 클럽에서 먹혀들 정도로 관능적인 그루브를 품고 있다. 첫 싱글로 간택된 '2 hearts'는 모타운 사운드를 구연하고 있고 니요(Ne-Yo)의 분위기를 풍기는 'All I see', 틴 아이돌 스타일의 'Wow', 멜로디 훅이 자연스레 귀에 와서 박히는 'Like a drug'과 'In my arms', 마치 프린스(Prince)의 1980년대 곡을 듣는 듯한 'Heart beat rock', 1980년대 댄스 팝 스타일을 그대로 되살린 'The one' 등이 앨범의 전체 등급을 끌어올린다.
2000년 이후부터 자신의 음악과 인기에 더 확실한 자신감이 붙어 싱글 히트에 연연하지 않는 과감한 태도를 견지하며 앨범 제작과 라이브 무대를 자신 있게 리드한다. 이 점은 마돈나를 연상케 하지만 마돈나에게 부족한 점은 경영능력과 작곡실력. 그러나 2000년에 내놓은 < Light Years >부터는 점차 송라이터 실력을 보여주고 있고 이번 작품에서도 'In my arms'와 'Heart beat rock', 'The one', 'No more rain', 'Stars', 'Wow', 'Cosmic'에서 자신의 이름을 작곡 크레디트에 명기하고 있어 자신과 마돈나를 점차 오버랩시키고 있다.
섹시 컨셉트로 주구장창 우기는 카일리 언니는 1988년에 데뷔하자마자 'I should be so lucky'와 'Locomotion'으로 인기를 얻어 벼락 스타로 등극했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흐르면서 대기만성 형 가수로 정착해 가는 것 같다. 인생과 모든 것은 세월이 정의해준다.
-수록곡-
1. 2 hearts
2. Like a drug
3. In my arms
4. Speakerphone
5. Sensitized
6. Heart beat rock
7. The one
8. No more rain
9. All I see
10. Stars
11. Wow
12. Nu-di-ty
13. Cosm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