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싱어 송 라이터'라는 타이틀도 그리 큰 메리트는 되지 못하는 형편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들은 소수이며, 소중한 인재임에는 틀림없다. 거기다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여성'이라면 더욱더 귀할 수밖에. 드라마 '백조의 호수' 삽입곡 '거짓말'이나, 영화 < 너는 내 운명 >의 '오빠'에서의 그 독특한 보이스를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선우정아'라는 이름이 그리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바로 여성 싱어 송 라이터 선우정아의 데뷔앨범이다.

우선 앨범 제목부터가 < Masstige >이다. 'Mass(대중)'과 'Prestige product(명품)'가 합쳐진 신조어로 그녀의 음악적 지향점을 압축한다. 선우정아의 음악에서 'Prestige product(명품)'은 재즈와 소울 감성에 근저한 그녀의 음색일 것이고 'mass(대중)'은 이보다는 농도가 좀 엷어진, 그래서 범(汎)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곡일 것이다. 사람들이 어쩐지 쉽게 범접하지 못할 것 같은 재즈를 좀 더 팝 쪽에 무게가 실린 곡에 녹여 듣는 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겠다는 의지이다.

상기하듯, 싱어 송 라이터답게 거의 모든 곡을 작사, 작곡하고 단 세 곡만은 다른 작사가, 작곡가에게 맡기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타이틀 곡 '순수'다. 신인인 그녀가 검증된 작곡가의 곡을 타이틀로 내세운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게 겁을 낼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그녀가 멜로디를 붙이고, 가사를 쓰며 부른 곡들이 참 괜찮다.

'Lovely devil'만 보더라도 브라스 세션이 세련되게 어우러지는 분명한 재즈곡이지만 그 위를 흐르는 상큼한 멜로디 라인은 결코 난해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이런 느낌들을 간직한 채 펑크(funk)의 리듬까지 가세한 '아파'도 마찬가지. 무엇보다도 그녀의 목소리는 블루스 넘버 'Love is beautiful'에서 정점에 이른다. 지나치게 감정을 이입해 그 속에 매몰되어 부담스러움을 주기보다는 언제나 소리와 감정의 적절한 수위조절로 듣는 이들과 감동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의 데뷔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색깔이 뚜렷한 앨범이다. 자칫 생경할 수 있는 장르들을 대중적인 감성으로 녹여내려는 'Masstige'정신이 음반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이것이 음악적 아이덴티티는 놓치지 않으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기를 원하는 그녀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아 보이는 이유이다. 일률적으로만 흐르는 가요계에 선우정아가 그려내는 이 '격조'높은 음악이 활짝 꽃을 피울 수 있기를 바란다.

-수록곡-

1. 오늘도 누군가 (선우정아)

2. 순수 (작사: 전해성 / 작곡: 전해성)

3. Lovely devil (선우정아)

4. 멜로디 (전해성)

5. 미쳤대도 좋아 (선우정아)

6. 내가 나에게 (선우정아 / 신진용)

7. 여자라구요 (강우경 / 선우정아)

8. 아파 (선우정아)

9. 불완전한 사랑 (선우정아)

10. Love is beautiful (선우정아)

11. 만18세 (선우정아)

12. 떠돌이별 (선우정아)

Produced by 선우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