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집으로 돌아온 이승환은 후에 법정 다툼을 벌어야 했던 어수은의 '너를 향한 마음'으로 '91년 가을을 강타한다. 그리고 겨울에는 오태호의'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으로 확실하게 정상의 물고를 틀어쥔다. 이 음반은 91년 신승훈(이승환과 신승훈은 이 당시 발라드계의 라이벌로 하이틴 잡지에 소개되곤 했다)이 데뷔앨범으로 제기한 도전을 가라앉힌 것이었으며 신승훈의 2집과 함께 변진섭과 이문세가 주도권 다툼을 하던 발라드 음악계를 뿌리째 흔든 음반이 되었다. 결국 80년대 발라드 세대의 전성기는 서태지와 아이들로 인해 그 종지부를 찍었으며 90년대는 새로운 세대에 의해 새로운 음악으로 시작되었다. 이승환과 신승훈의 장점은 80년대 인기를 얻었던 가수들과 달리 싱어 송 라이터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승환의 히트곡은 번번이 다른 작곡가의 손에서 나왔으며 이러한 성향은 계속 이어진다.
그럼에도 이승환이 장수의 가능성을 견지한 것은 다른 가수들과 달리 라이브에서의 진가를 보여주면서부터였다. 이 자그마한 체구의 어린 왕자는 무대를 뛰어다니며 관중들과 호흡하기 시작했으며 전속 밴드 Always를 이끌고 종횡무진 전국을 누볐다. 앨범에서 줄 수 있는 묘미와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 덕분에 그는 라이브의 황제라는 영광스러운 닉네임을 얻었으며 이 전설은 시간이 지날수록 향기를 더한다.
최희준의 '하숙생'을 소프트 록으로 리메이크한 이 앨범은 '회상이 지나간 오후', '먼 시간 속의 추억', '이 밤을 뒤로'와 같은 수준작이 숨어 있으며 냉소를 알기 전 이승환의 따뜻한 미소에 쌓인 여린 감성이 묻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