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마이너 인터뷰
루카 마이너(Luca minor)
싱어송라이터 루카 마이너의 개성은 보컬에 있다. 공기를 한껏 머금은 질감과 차분하고 부드러운 소리, 얇고 길게 이어지는 프레이즈와 섬세한 호흡 조절. 나른하면서도 서늘한 분위기가 감도는 음색이 언뜻 쳇 베이커(Chet Baker)를 연상케 한다. 이국적 정취가 넘실대는 가창은 재즈를 기반으로 한 음악과 어우러지며 그만의 세계를 이룬다. 신예로서 이만큼 확실한 자기 색깔을 갖추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음악만큼이나 눈에 띄는 건 현재 그의 위치다. 그는 옥상달빛 김윤주가 설립한 레이블 ‘와우산 레코드’의 막내이자 유일한 남성 가수이며, 여성 보컬이 주를 이루는 재즈 신에서 흔치 않은 남성 신인이다. 작년 10월 두 번째 앨범 < 21st Century People >을 발표하고 자신만의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루카 마이너를 와우산 레코드의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여리고 조심스럽게 들리는 음악과 달리, 스스로 엄격하고 높은 음악적 기준을 부여하는 강인한 음악가의 면모가 인상 깊었다.

요즘에 어떻게 지냈어요?
앨범 내고 단독 공연 마치고 좀 쉬고 있어요. 요즘 작업실 공간을 만들고 있는데, 앞으로 거기서 제가 좋아하는 재즈 스탠다드를 커버하는 영상을 찍으려고 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준비하는 기간이에요.
루카 마이너라는 활동명은 어떻게 지었나요?
루카는 세례명이에요. 신실한 가톨릭 집안이라 예전부터 집에서 “루카야, 이루카” 이렇게 많이 부르셨죠. 그래서 일단 루카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루카는 이 세상에 너무 많으니까 뭘 하나 붙이면 좋겠더라고요. 마침 그때 브루노 메이저(Bruno Major)의 음악을 듣고 있었어서 ‘나는 마이너로 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이건 처음 얘기하는 건데, 음악적으로 메이저하게 갈 거라는 목표 의식 같은 게 없었어요. ‘나는 그냥 마이너 정도 선으로 가야겠다’ 했죠. (웃음)
지난 10월 31일에 두 번째 앨범 < 21st Century People >을 발표했죠. 앨범을 낸 소감이 궁금합니다.
뭐랄까. 낸 것 같지 않아요. (무슨 뜻이냐고 묻자) 처음부터 의도하는 바가 뚜렷했던 3년 전 첫 앨범과는 달리, 이번 앨범은 준비하는 과정이 ‘혼돈의 카오스’ 같았어요. 제가 올해 들어 여러 가지로 좀 힘들었는데요, 그걸 승화할 방법이 없어서 로봇처럼 2주에 한 곡씩 노래를 썼어요. 그러다 이걸 모아서 2집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죠. 앨범을 염두에 두고 쓴 곡들이 아니라 공통점을 찾고 메시지를 고민하면서 앨범으로 엮다 보니 쉴 틈이 없었어요. 그렇게 작업하다 막상 앨범이 딱 나오고 나니까 뭔가 더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10곡이 모자란가 싶기도 하고요.
자기표현의 일환으로 곡을 만들고 있었는데, 만들다 보니 앨범이 된 거군요.
저는 좀 그런 편이에요. 만들어야 해서 만드는 음악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2주에 한 곡씩 노래를 썼으면 앨범 작업 기간도 길지 않았겠는데요.
맞아요. 원래는 정통 재즈 스탠다드 같은 곡도 몇 곡 있었는데, 회사와 함께 결이 비슷한 곡을 추리다 보니 앨범이 주로 팝, 재즈 팝으로 정리되어 빠졌어요. 대신 예전에 써둔 데모가 들어가기도 하고 그랬죠.
앨범에 대한 만족도가 어때요?
솔직히 만족도는 항상 좀 아쉬워요. 저는 스스로에게 계속 무언가 더 원하거든요. 욕심도 나고요. 처음으로 낸 EP에 수록한 곡이 내고 보니 너무 아쉬워서 얼터너티브 버전으로 다듬어 1집에 다시 수록한 경우가 있는데요. 그래도 이번에는 그렇게까지 하진 않을 정도라고 생각해요. ‘이건 좀 잘했는데?’ 싶은 포인트도 있고요. (웃음)
앨범 제목이 < 21st Century People >, ‘21세기 사람들’이란 뜻이죠. 의미심장한 제목인데, 어떤 의미인가요?
제목만 보면 좀 거창한데요,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시대에 관한 얘기예요. 소셜 미디어 같은 걸 통해 우리가 여러 다른 형태의 삶을 점점 많이 보고 접하잖아요. 그러면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서로의 삶을 더 평가하고 손가락질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남들에게 자신의 좋은 모습, 더 괜찮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게 되죠. 저부터도 그렇고요. 그런 세태가 좀 짜증도 났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루카 마이너가 생각하는 21세기 사람들은 남들에게 가급적 좋은 모습을 전시하고, 결점은 가리고자 하는 사람인가요?
일부는 그런데요, 저도 21세기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알 수가 없어요. 사실 저는 원래 다른 사람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에요. 남이 잘 사는 거 봐도 부럽다는 생각도 잘 안 들고, 그냥 ‘삶이 다르구나’ 하죠. 근데 그 보이는 빈도가 높아지고, 심지어는 여기에 상업적인 연출이나 광고도 상당히 많아졌잖아요. 다 눈에 띄어야 하고, 후킹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진짜 인간적인 걸 보여주는 콘텐츠는 없어진 게 지금의 세상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앨범으로 당장 21세기 사람들을 정의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모습, 휴머니즘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군요.
네, 그래서 가사를 일부러 더 솔직하게 썼어요. 원래는 가사를 쓸 때 좀 정제된 단어를 쓰고 싶기도 한데요, 이 앨범에서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할 거니까 일상적인 날 것의 단어를 써야겠다 했죠.

그래서인지 가사만 보면 어떤 면에서는 건조하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거든요. 근데 대부분 영어 가사라 의미보다 음악이 먼저 들리는데, 음악만 들으면 굉장히 따뜻하고 감미로워요. 이렇게 상반된 감상은 의도한 건가요?
그건 제 ‘특’인 것 같아요. 루카 마이너 특. 저는 평소에 생각도 많고 스스로에 대한 채집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그런 얘기를 음악적으로도 무겁게 내면 조금 듣기 힘들 것 같았어요. 예를 들어서 이번에 자우림 선배님들이 낸 앨범 있잖아요. 전 메시지와 음악이 일치하는 그 앨범이 정말 좋았거든요. 근데 제가 우울하거나 슬픈 이야기를 음악까지 슬프게 쓰면 이건 너무 밑으로 떨어지는 거죠.
말씀하신 자우림처럼 무겁고 우울한 가사를 음악적으로도 어둡게 표현하는 팀도 있는데, 루카 마이너의 음악은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군요.
제가 그렇게 잘하면 저도 그렇게 하겠어요. (웃음)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의 3집 < My Favourite Faded Fantasy >를 들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 트랙 정도 빼고는 ‘와 이 사람 진짜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을 정도거든요. 그런데도 듣기 좋아서 CD도 사고 LP도 사고 그랬는데, 저도 그렇게 심연의 사운드를 내서 예쁘면 할 것 같아요. 저는 아직은 어쩔 수 없이 조금 밝고 따뜻하게 표현하게 돼요.
그럼 언젠가 본인이 생각할 때 이 정도면 괜찮다 싶을 정도로 깊어지면 루카 마이너의 음악도 바뀔 수 있겠군요.
네, 많이 바뀔 수 있을 것 같아요.
회사에 소속된 아티스트로서 만든 앨범은 처음이었죠. 만들면서 회사의 반응은 어땠나요? 김윤주 대표는 한참 전부터 루카 마이너의 이번 앨범이 무지 좋다고 얘기했었는데.
저는 좀 질책을 원하는 스타일인데, 저희 회사 분위기가 그런 건지 막내니까 잘 적응하라고 그렇게 해 주신 건지 그냥 다 좋다고들 하셨어요. 많은 분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제가 심연으로 딥하게 빠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심리적인 안정감이 있었겠군요.
오히려 불안감이 더 컸어요. 혼자 작업할 때는 내 음악이 더 알려져야 하고 뭐 그런 생각을 별로 안 했거든요. 근데 회사가 있으니까 나를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열심히 일해줬는데 조금이라도 더 많이 들리게 해야 한다, 나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는 책임감이 들어서요. (웃음)
앨범 내고 유튜브에서 전곡을 라이브로 쭉 부른 영상도 봤는데 재밌었어요. 세트에서 아트워크와의 연결성도 보이고.
그날 거기서 커버도 찍고 다 한 건데요, 진짜... 재미있진 않았어요. (웃음) 엄청난 강행군이었거든요.
사실 서구 팝 시장에는 앨범을 내고 라이브 클립을 내는 시도가 많잖아요. 단순히 무대에서 부르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렇게 프로덕션도 있고, 연주자들도 왔다 갔다 하고 마지막에는 파티 같은 연출도 있고. 그래서 보기 좋았는데 뒤에는 힘든 시간이 있었군요.
아마 제가 제일 편했을 거예요. 준비해 주시는 분들이 더 힘드셨겠죠. 원래는 몰랐는데 현장에 가보니 원 테이크로 10곡을 불러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몇 번만 끊어주세요, 하고 세 번에 걸쳐서 찍고 원 테이크처럼 보이게 붙였죠.
새 앨범에서 본인에게 각별한 노래는 무엇인가요?
4번 트랙 ‘La vita è bella’, 6번 ‘Monologue’, 7번 ‘처음 그날처럼 영원히’요. ‘La vita è bella’는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뜻인데요, 인생이 아름답다고 말이라도 해야 진짜 아름다워질 것 같다는 마음으로 쓴 노래였어요. 무거운 마음으로 만들었지만 음악으로는 안 그런 척하는 볼레로 리듬의 곡이라 원래는 클래식 기타 중심의 미니멀한 라틴 사운드를 생각했는데, 피아노와 현악기가 들어가면서 생각보다 웅장하게 나와서 좋았어요. ‘Monologue’는 한 4, 5년 전에 도입 1분 정도 써놓은 상태였는데, 그 뒤에 좀 더 일기장처럼 솔직한 얘기를 써도 되겠다는 마음에 만든 곡이라 남달라요. 보통 노래 부를 때 감정적이지 않은 편인데, 그 노래를 녹음할 때는 울컥하기도 했죠. ‘처음 그날처럼 영원히’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노래예요.
반대로 좀 아쉬운 수록곡도 있나요?
9번 트랙 ‘Sleepless night – Sketch’요. 제가 토니 베넷(Tony Bennett)을 정말 좋아해서 토니 베넷 풍의 아메리칸 스탠다드, 트래디셔널 팝 사운드를 해보고 싶었어요. 오케스트레이션까지 다 써서요. 근데 시간이 없어서 아쉽지만 ‘Sketch’를 붙여서 낼 수밖에 없었어요. 나중에 꼭 다시 하고 싶어요. 3번 ‘Masquerade’도 사실 베이스를 좀 다르게 해보고 싶었고 편곡도 달랐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요.
그럼 좀 더 여유를 두고 만들었어도 되지 않아요? 제작의 마감일을 철저히 정해놓고 작업하는 편인가요?
네, 제가 정말 계획적인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항상 데드라인을 촉박하게 잡고 ‘이때까지 안 하면 사람이 아니다’, ‘다른 사람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다’ 하면서 작업하는 편이에요. 아직까지 안 지킨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보통 레코딩 산업은 아티스트 중심이라 곡을 만드는 아티스트가 늦으면 제작이 밀리기도 하잖아요. 이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분위기도 있고요. 그래도 루카 마이너는 최대한 지키는 타입이군요.
이 업계가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건 맞는데 그래도 다 같이 편하게 하려면 최대한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밀리면 믹스도 밀리고, 마스터도 밀리고... 안 그래도 다들 일이 많은데 기한이라도 맞춰 드려야죠. 이번에 처음 회사와 일을 하면서 협업의 가치를 배웠어요.

음악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27살에 음악 전공 입시를 시작해서 28살에 1학년이 됐어요. 그때까지 인생을 인생답게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죠. 원래 영어 교육을 전공했어서 영어 학원에서 학생들 가르치고 과외도 하면서 부족함 없이 지냈는데, 제가 그 돈으로 자꾸 오디오 인터페이스 같은 걸 사게 되더라고요. 제 인생의 낙이 겨울마다 유럽에서 두세 달 정도 시간을 보내는 건데요, 그렇게 다른 환경에 있으면 곡을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기더라고요. 그러다 27살 3월부터 입시를 준비해서 이듬해 다시 대학에 갔어요.
집에서 반대하진 않았나요?
부모님께선 제가 11살 때부터 반대하셨어요. (웃음) 원래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는데, 11살 때부터 반대하셨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일하면서 몰래 입시를 준비했죠. 근데 웃긴 건 그때는 부모님과 같이 살 때인데 제가 아침 9시부터 6시까지 8개월 동안 피아노를 치고 있는데도 별말씀을 안 하시더라고요. 워낙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셨나 봐요. (웃음) 그러다 서울예대 합격하고 나서 붙었다고 말씀드리니까 아버지께서 ‘좋은 학교네, 잘했다’고 하셨죠.
이번 앨범이 완벽히 재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루카 마이너의 음악은 재즈에 기반을 두고 있죠. 다시 학교에 가고 음악을 배우면서 재즈를 베이스로 삼을 생각을 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재즈 음악을 좋아했나요?
아니요, 어릴 때는 자우림, 김윤아 님의 솔로 앨범, 권진원 교수님, 데미안 라이스 등의 음악을 좋아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토니 베넷을 알게 됐는데, 그때 이미 그분의 치매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때니까 비교적 최근이죠. 인간의 귀가 참 신기한 게 입시를 준비하면서 재즈를 좋아하게 되어 하루에 대여섯 시간씩 들으니까 그게 내재가 되더라고요. 그걸 다 카피하면서 몸에 좀 밴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작곡 전공이라 노래를 직접 할 거라고는 상상을 못 했어요.
그럼 어떻게 노래를 하게 됐어요?
원래는 뮤지컬, 영화 음악 같은 걸 하고 싶었는데 1학년 때 곡을 쓰고 나니 이걸 발매하고 싶더라고요. 근데 같은 학교에는 보통 파워 보컬 친구들이 많아서 ‘그냥 내가 데모를 불러볼까?’ 하고 만들었더니 친구들이 좋다고 너가 이걸로 발표하라고, 그러면서 시작하게 됐어요.
노래를 부를 생각이 없었던 작곡 지망생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은 과정이 궁금합니다.
찾았다기보단 듣기 싫은 걸 하나씩 빼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요. 보컬이라면 이 정도 사운드는 나와야지, 이런 듣기 싫은 ‘쿠세’(버릇, 습관)는 없어야지 하면서 첫 번째 EP를 냈죠. 그 앨범을 들으면서 같은 식으로 덜어내고 다듬고 하면서 앨범을 냈더니 또 다르게 나왔고요. 저만의 색깔이나 어떻게 소리를 내야 하는가는 지금도 그렇게 계속 찾고 있어요.
직접 부르고 들어보고 스스로 피드백하면서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나 지금에 이르렀군요.
맞아요. 처음에는 그냥 숨소리만 내뱉었던 것 같은데, 2학년 때인가... 학교에서 권진원 교수님께 보컬 레슨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분께서 쓰시는 특유의 테크닉이 있거든요. 그게 너무 좋아서 따라 하려고 노력하기도 했고, 좋아하던 토니 베넷의 모창도 해보면서 소리를 만들어 보기도 했죠. 그 모든 게 블렌딩이 되어 제 목소리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루카 마이너가 생각할 때 이 사람 보컬 진짜 탁월하다고 생각하는 가수는 누가 있나요? 한국 가수든, 해외 가수든.
우선 우리나라에서는 권진원 교수님 목소리가 진짜 보물 같은 목소리라고 생각해요. 성별은 다르지만 따라 하고 싶은 목소리죠. 외국에서는 살바도르 소브랄(Salvador Sobral)이란 포르투갈 가수가 있어요. 파두 가수는 아니지만 파두의 요소도 좀 섞여 있죠. 초기에는 재즈 스탠더드를 좋아해서 1집에 재즈 스탠더드가 몇 곡 들어가기도 했는데, 점점 포크와 팝의 경계에 있는 음악을 해요. 그러면서도 재즈 베이스가 확실히 느껴지고요. 2017년에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우승했는데, 우승 곡인 ‘Amar Pelos Dois’가 진짜 레전드예요. 제가 원래 노래 듣고 잘 안 우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앨범으로는 < Sílvia & Salvador >(2025)라는 듀엣 앨범을 추천해요. 얼마 전에 독일에서 공연도 보고 왔다니까요.
꼭 들어볼게요. 권진원 씨의 보컬은 흔히 말하는 디바의 가창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말하는 노래 잘하는 가수의 범주에 들어가진 않지만, 막상 그분처럼 노래하기란 결코 쉽지 않죠. 목소리에 특유의 밀도가 있잖아요.
밀도라는 표현이 정확해요. 그렇게 소리를 밀도 있게 내면서 테크니컬하고 여리게 소리를 내는 게 절대 쉽지 않아요. 막 가슴을 치는 것 같은 소리가 있거든요. 그래서 해보면 ‘이걸 어떻게 하신 거지?’ 싶어서 공부도 많이 했어요.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요. 그게 제가 좋아하는 보컬의 공통점 같아요.

루카 마이너의 음악에는 영어 가사가 많죠. 재즈를 기반으로 하는 음악이다 보니 영어 가사가 더 어울릴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그게 맞긴 한데 그것 때문만은 아니에요. 원래 처음에는 재즈 스탠다드 같은 곡을 쓰고 싶었는데 여기에는 영어가 잘 붙고 노래하기도 편하니까 영어 가사를 붙였죠. 그러다 어느 순간 한국어로 된 가사를 쓰면 진짜 딥하게, 심연의 언어가 나온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영어라는 가면을 쓴 걸 수도 있어요. 필터링일 수도 있고요. 제 입장에서는 이번 앨범의 ‘처음 그날처럼 영원히’, ‘머무르고 싶어요’ 같은 곡들도 너무 딥한 곡이긴 해요. 또 한 가지 이유는, 영어로 된 가사들은 제가 사랑하는 상대에게 쓴 얘기들이 많아요. 사랑했던 사람들이 공교롭게도 다 외국인이었고, 당사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쓴 거였죠.
개인적으로는 루카 마이너의 한국어 가사 곡들이 참 좋았습니다. 영어 곡을 부를 때와 한국어 곡을 부를 때 소리를 내는 게 조금 다른데, 그게 참 매력적이라 언젠가 한국어로 된 오리지널 곡을 더 많이 듣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감사합니다. 근데 제가 노래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한국어로 노래하기가 정말 어려워요. 그래도 노력해야죠. (웃음)
노래를 전공한 사람은 아니라지만, 라이브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좋습니다. 저도 두 번이나 무대를 봤는데 뛰어난 공연이었어요. 집중력도 뛰어나고 보는 입장에서 몰입감이 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라이브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사실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몰입하는 게 좀 어려워요. 그래서 몰입하는 척을 해야 할 때가 있어요. 눈을 감고 이 노래만을 생각하면서 내가 집에 혼자서 부르는 중이라고 생각하죠. 그렇게 하는 모습을 집중력이 뛰어나다고 봐주신 걸 수도 있어요. 라이브가 항상 어려운 건 이전보다 이번이 더 좋아지고 싶기 때문인 것 같아요. 보컬에 대한 콤플렉스도 있고요. 그렇지만 관객 분들의 입장에선 제가 노래를 전공하지 않았고 긴장이 되고 그런 건 알 바가 아니잖아요. 그냥 루카 마이너라는 아티스트의 무대를 보러 온 거니까 그걸 보여주는 게 제 임무라고 생각해서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그럼 본인은 라이브보다 스튜디오에서 작업할 때가 더 좋은가요?
원래는 그랬어요. 부담이 있으면 행복이 치고 들어갈 틈이 없더라고요. 근데 얼마 전에 앞서 얘기한 살바도르 소브랄 공연을 감명 깊게 보고 ‘나도 저렇게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에너지를 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기 위해선 내가 무대에서 행복하게 불러야겠다 싶었죠. 그런 마음으로 이번 단독 공연을 했는데, 이제 공연의 재미도 조금 알 것 같아요. 행복을 가득 담아 노래했거든요. 작업과 라이브의 밸런스를 찾아가고 있어요.
요즘 음악 외적인 활동도 제법 활발한 것 같습니다. 블로그의 글도 재밌게 읽었고, 레이블 식구인 썬더릴리(Sun the Lily)와 함께 와우산 라디오 ‘S&L’도 진행하고 있죠. 해보니 어떤가요?
솔직히 처음에는 하기 싫고 재미도 없었어요. 썬더릴리도 모르는 사람이고... 근데 하다 보니 너무 친해진 거예요. 회사에서 제가 가장 막내고 그 바로 위가 썬더릴리 누나거든요. 나이 차이도 크지 않고요. 지금은 2주에 한 번 누나를 만나서 논다는 개념이 되어서 정말 재밌어요. 블로그는 앨범 작업하면서 코멘터리 차원으로 글을 올렸는데, 다 하고 나니 그렇게 쓸 만한 일상이 없어요. ‘오늘은 일 때문에 누구를 만났다’, ‘오늘은 악보 사보를 했다’ 맨날 그런 거거든요.
아티스트 입장에선 매번 반복되는 일상이겠지만, 음악 팬의 입장에서는 그런 거 하나하나가 다 콘텐츠가 될 수 있죠.
저희 대표님도 똑같은 말씀을 하세요. 좀 하라고. 저는 소셜미디어도 나름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그것도 그래요. 저는 식단 관리를 해서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똑같이 운동하고 거의 똑같이 먹고 하거든요. 그런 게 재밌을까요? (웃음) 그래도 음악을 열심히 만들어놓고 썩힐 수는 없고 제가 열심히 홍보해야 하니까 고민이 많아요. 소셜미디어도 그냥 일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착실하게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끝으로 이즘의 공식 질문입니다. 루카 마이너를 음악 세계로 인도한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요.
저를 음악의 세계로 인도한 아티스트는 토니 베넷입니다. 앨범으로는 권진원 교수님의 < 나무 >(2006) 앨범이에요. 입시 때 엄청 많이 들은 앨범이었죠. ‘노을’이라는 곡이 있는데, 제가 가장 우울했던 시기에 저를 살려준 노래예요. 그러다 학교에 들어가서 교수님과 연이 생겼는데, 그리고 나서도 그 앨범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진행: 정민재, 한성현
정리: 정민재
사진: 정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