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이재환) 인터뷰
켄(KEN)
이즘과 첫 인연을 맺은 < 사운드플래닛 페스티벌 2025 >의 이재환이 생생하다. 백스테이지에서 함께 만난 롤링홀의 김천성 대표는 무대 위 폭발하는 힘을 높이 샀고, 임진모 역시 ‘몹시 예의 바른 청년’이라며 입을 모아 그를 칭찬했다. 약 한 달 뒤, 뮤지컬 일정을 마친 늦은 밤에 다시 만났을 때도 특유의 열정은 조금도 식지 않았다. 눈을 반짝이며 질문 하나하나 성의를 다하는 자세를 통해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이번 인터뷰의 키워드는 ‘자신감’이다. 어린 시절, 가수라는 확고한 꿈을 향해 나아갔던 지난날을 추억할 때, 본격 솔로 활동을 통해 다양한 도전으로 쌓은 경험을 전할 때, 그리고 10년 차 뮤지컬 배우로서 앞으로 보여줄 모습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줄 때를 포함한 모든 행간에 이유 있는 여유가 느껴졌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더 물어보셔도 된다”며 웃음을 주던 켄은 긍정 가득한 에너지로 공간의 온도를 끝까지 높였다.

2024년 미니 앨범 < Puzzle > 발표 후 솔로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홀로서기를 하며 음악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지.
항상 다양한 장르를 보여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간 소리에 관한 레슨도 많이 받고 공부도 하면서 스스로 소리를 잘 쓰는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한 다재다능의 모습을 담는 것이 우선이었다.
< 사운드플래닛 페스티벌 2025 >에서 롤링홀의 김천성 대표가 ‘완전 Rock’이라고 표현했는데,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하는가?
먼저 페스티벌마다 원하는 콘셉트와 취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준비한다. 그 다음은 팬, 대중, 관계자분들이 선호할 법한 곡을 고른 후 레퍼토리는 다양하게 가져가려고 노력한다.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당시에는 정말 즐거웠다. 무대 하나하나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솔로로 전향한 당시엔 발라드 위주였고 올해 발매한 음악도 감성적인 분위기인데 록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도전의 일환이다. 솔로 전향 당시와 현재 소리 쓰는 방식이 매우 달라져서 노린 부분도 있다. 물론 밴드 붐이 일어나기 전, 군대에 있을 때부터 밴드 음악을 하고 싶었다. (정확히 보컬적으로 어떤 부분이 다른가?) 발라드는 정말 섬세해야 한다. 감정을 우선순위로 가져가 가사 전달을 명확히 해야 한다. 록 기반 사운드의 경우, 밴드와 나의 목소리가 하나로 뭉쳐야 하고 일단 현장을 즐기는 게 크다.
보통 어떤 곡을 불렀을 때 반응이 좋은가?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또는 변진섭의 ‘숙녀에게’를 좋아하신다. < 사운드플래닛 페스티벌 >에서는 건스 앤 로지스의 ‘Sweet child o’ mine’가 반응이 좋더라. 팬분들은 ‘Bye my only universe’를 많이 찾아주신다.
평소 즐겨 듣는 음악 스타일은 어떤가.
현재 뮤지컬을 연습하고 있어 팝적인 요소가 필요하다. 그래서 브루노 마스, 루더 밴드로스(Luther Vandross), 제임스 잉그럼(James Ingram)의 음악을 듣고 있다. (페스티벌과 뮤지컬을 준비할 때 음악적 모드가 달라지는 것 같다) 맞다. 페스티벌 준비 당시에는 마룬 파이브, 콜드플레이의 무대를 많이 찾아봤다.

어릴 때부터 꿈이 가수였는가?
그렇다. 태어나서 제일 처음 들었던 노래는 어머니가 흥얼거린 ‘첨밀밀’이었고 김건모 선배님의 노래를 정말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태권도를 같이 다니던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에 가서 < 야인시대 >의 주제곡 ‘야인’을 불렀는데 다들 너무 잘한다고 하더라. 그때부터 온갖 무대라는 무대는 다 나갔다. 시장에서 열리는 가요제, 밀리오레, 대구 동성로까지 가서 1, 2등 따오곤 했다. (웃음)
아이돌로 데뷔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오디션을 보고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에 입사했다. 당시 노래로 뽑혔지만 춤을 정말 못 췄다. 춤 연습하다가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다고 하자 멤버 형들에게 혼났던 기억도 있다. (웃음) 그러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 마이돌 >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연습하다가 문득 ‘나 이거 아니면 아무것도 못 하겠구나’라는 생각에 그날부터 밤새서 연습했다. 새벽까지 남아서 춤 연습하시는 모습을 좋게 보셨는지 최종 멤버로 발탁되어 연습 3개월 만에 데뷔하게 되었다.
빅스 활동 당시 콘셉트돌, 판타지돌 등 아이돌 신에서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참여했는가?
‘다칠 준비가 돼 있어’부터 시작이었다. 사실 분장을 세게 하고 렌즈도 끼고 화려한 수트까지 입었다 보니 처음에는 적응을 잘 못했다. 점차 ‘이것이 빅스의 정체성이구나’ 깨달았다. 음악적으로 안 좋은 곡들은 하나도 없었다.
지금 돌이켜 보았을 때 빅스 활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일단 콘셉트가 큰 몫을 했던 것 같다. 당시 활동하던 팀이 정말 많았는데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채울 수 있는지가 성공한 아이돌의 기준이었다. 우리는 체조경기장을 채웠었다. 비스트, 인피니트 형들을 보면서 우리도 꼭 큰 무대에 서자고 다짐했었는데 마침내 이뤄낸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빅스의 곡 중에 다시 역주행했으면 하는 곡이 있는가?
‘Black out’과 ‘Desperate’를 좋아한다. 그리고 물 위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여 ‘물미두’라고 불리는 ‘Love me do’도 생각난다. ‘태어나줘서 고마워’는 빅스를 모르시는 분들도 생일 노래로 자주 찾아주시는 효자곡이다.

뮤지컬 신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인데 시작을 기억하는가?
2015년에 < 체스 >로 시작하여 이제 10주년이 되었다. 처음 회사를 통해서 제안이 들어왔을 때 정말 부담이 컸다. 대극장에다 주인공 역할이고 라이브로 2시간 넘게 채워야 하니…그때도 ‘지금 이걸 못하면 나중에 홀로서기 했을 때 아무것도 못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임했다. 그냥 하겠다고 부딪혔다. 멘탈이 많이 세졌다.
곧 < 킹키부츠 >도 투어를 시작하는데 이재환만의 ‘찰리’를 표현한다면?
내가 생각하는 찰리는 대문자 ‘T’이다. (웃음) 꽤 현실적이고 분위기를 자주 깨는 친구인데 그 캐릭터 안에서 내가 표현하는 찰리는 귀여운 것 같다. 슬프면 정말 슬프고, 들뜨면 정말 들뜬다는 포인트를 살려 자기 감정을 잘 나타내려고 했다.
< 킹키부츠 >는 찰리와 롤라의 관계가 주된 요소이다. 3명의 롤라와 호흡은 어떻게 다른가?
(강)홍석이 형은 진실성을 정말 중시한다. 대사 하나를 던지더라도 그 안에 진심을 눌러 담는다. (서)경수 형의 경우, 형과의 모든 호흡이 잘 맞는다. 내가 하는 대사나 제스쳐에 대해 돌아오는 반응이 재미있다. (백)형훈이 형과는 함께 이번 시즌에 새롭게 캐스팅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전에 < 노트르담 드 파리 >도 같이 참여한 적이 있어 정말 편하다. 정리하면 홍석이 형은 아빠, 경수 형은 할머니나 이모, 형훈이 형은 친구 같은 엄마다. (웃음)
< 킹키부츠 >의 최애 넘버도 궁금하다.
‘Step one’. 저 진짜 잘해요. (웃음) 그리고 ‘Soul of a man’. 1막에서는 찰리가 무얼 하든 롤라가 나오기만 하면 딱 가려지는 느낌이 있다. 그때의 외로운 감정을 이용해서 ‘Soul of a man’ 연기에 녹여 보았다. 그러니 옆에서 홍석이 형이 ‘너 미쳤다’며 내 성장에 욕심이 난다고 하더라. (뮤지컬을 꼭 보러 가야할 것 같다) 진짜 기대해도 좋다. 경수 형과 2017년 < 타이타닉 > 이후로 오랜만에 만났는데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라. CJ PD님은 신발 공장 맡겨도 되겠다고 하셨다.

유독 작품의 관계자에게 칭찬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일단 분위기가 너무 좋고 재미있다. 특히 오늘 리허설을 보러 갔는데 다들 일어나서 같이 춤추고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그 중심에는 심설인 연출님, 양주인 음악 감독님 그리고 이현정 안무 감독님이 계신다. 설인 연출님은 작품에 푹 빠져있다. 연기를 너무 잘하신다. < 킹키부츠 > 그 자체다. 주인 음악감독님은 노래를 직접 불러주시는데 소리를 너무 잘 쓰셔서 출연진 모두 감탄하면서 듣는다. 현정 감독님은 눈이 6개인 것 같다. (웃음) 동작 하나하나 다 캐치하는 게 정말 신기하다.
보컬, 작사작곡, 뮤지컬 등 음악 관련 여러 분야에서 활동 중인데, 추후에 도전해 보고 싶은 영역은?
오히려 알앤비를 안 해봤다. 소울이 충만한 곡을 도전하고 싶다. 또 미치게 뛰어놀 수 있는 밴드 음악이나 실험적인 장르도 해보고 싶다. 기존에 없는 장르나 여러 장르를 섞은 기괴한 느낌? 음악 외에는 예능. 유튜브 예능을 포함한 모든 예능 프로그램을 간절히 원한다.
지금까지 자신의 작품 중 추천하거나, 다시 한번 소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금 회사에서 냈던 곡들은 다 좋다. 회의도 자주 했고 콘셉트도 잘 만들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다. 특히 ‘너에게’, ‘Love day’를 좋아한다. 뮤지컬의 경우, < 광염소나타 >도 생각이 많이 난다. 지금 하고 있는 < 킹키부츠 >도 절대 잊지 못할 작품일 것 같다.
이즘 공식 질문이다. 지금의 이재환을 만든 인생 음악은?
김범수 선배님의 ‘슬픔 활용법’, (박)효신 형의 ‘1991年, 찬바람이 불던 밤....’을 굉장히 좋아했다. 브루노 마스의 ‘Marry you’도 정말 많이 들었다. ‘A song for you’의 엘리엇 야민(Elliot Yamin) 버전도 즐겨 듣는다. 투애니원 선배님의 ‘아파’를 편곡해서 회사 오디션에 붙었던 기억도 난다. 해외 아티스트 중 찰리 푸스와 보이즈 투 멘을 좋아해서 둘이 함께한 ‘If you leave me now’는 천 번 넘게 들었다.
진행: 손민현, 임동엽, 임선희, 정하림
정리: 임선희
사진: 정하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