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하고 명료하다. 찰랑거리는 톤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기타 스트럼과 타이밍 맞춰 들어와 풍성함을 더하는 바이올린이 먼저 익숙한 밑그림을 그려내고 최상엽의 보컬이 덧칠을 맡는다. 올 초 발매한 ‘잠깨’가 그러했듯 ‘사랑은 어쩌고’ 역시 대중이 떠올리는 루시의 색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주무대를 선회한다. 스타일 다각화를 꾀했던 ‘못 죽는 기사와 비단 요람’과 ‘Boogie man’ 중 전자만 성공으로 귀결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익히 내릴 법한 결정이다.
일견 기존 공식의 답습처럼 보이지만 결국 옳은 답을 도출해 냈다면 그 선택을 비난하기 어렵다. 게다가 청량함으로 대표되는 밴드의 상징성이 잘 표출되었기에 제법 달가운 결과이기까지 하다. 물론 경로 변경은 그 자체로 음악적 가치가 있지만 모든 발걸음이 미개척 지역을 향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당장의 반복이 단순 퇴보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예감이 들 때가 있다. 지금의 루시도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