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ZM 선정, 21세기 첫 25년 우리를 사로잡은 팝송 25곡

에미넴(Eminem) ‘Lose yourself’ (2002)
우리 어머니도 아는 래퍼. 한국인에게 ‘외국 힙합’에 대해 묻는다면 백이면 백 “에미넴!”이라는 답을 들을 수 있다. 2000년, 랩 스킬과 콘셉트를 동시에 잡은 명반 < The Marshall Mathers LP >가 등장하자 명성은 세상을 들썩였고, 수많은 ‘Stan’(극성팬)을 양산한 앨범의 여파는 3년 뒤 자전 영화 < 8 Mile >의 개봉까지 이끌었다. 사운드트랙의 첫 번째 곡이자 주제가인 ‘Lose yourself’는 2000년대를 이끌어 갈 분노를 품은 희망의 투쟁으로 이어졌다.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말아라”라는 가사는 대뇌와 심장을 격동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힙합을 모르는 이들도 서서히 고조되는 비트 위 무차별적 문장 단위의 라임을 통해 그 예술적 면모를 느꼈다. 국내에서는 타블로를 비롯한 여러 아티스트가 방송에 출연해 커버를 자처하며 어느새 한국에서는 곡을 완창하는 것이 ‘진짜 래퍼’의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았다. 대중에게는 아직도 힙합과의 동의어인 ‘Lose yourself’. 흑인의 저항 문화를 자신에게 투영한 백인 소년의 의지는 지구 반대편 한국까지 자극했고 아직까지 살아 숨 쉰다. (장대휘)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 ‘Sk8er boi’ (2002)
하이틴 감성의 힘은 공감대다. 가슴 뛰는 기타 전주부터 ‘He was a punk, she did ballet’로 이어지는 관찰 일지에 동시대 청소년들의 마음이 뒤따랐다. 열띤 사운드와 입체적인 청춘 서사는 사춘기의 복합적인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냈고, 모두의 앳된 시절을 포용하기에 충분했다. 스타일과 주제 모두 서구권 정서에 가까웠지만 내재한 보편성은 한국의 것과도 멀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수많은 팝 펑크 가수 중에서도 에이브릴 라빈과 국내의 인연은 유독 깊었다. 아시아 시장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한 수차례 내한 공연은 인기에 박차를 가했고, 10대들의 MP3 플레이어와 노래방 필수 수록곡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유행하던 닌텐도 게임 시리즈에도 활용되며 ‘Sk8er boi’는 시대를 풍미한 걸 넘어 순수했던 나날을 간직하고 있다. 이젠 에이브릴 라빈도 그의 노래를 듣던 이들도 변했으나 곡에 깃든 추억만큼은 그대로다. (박시훈)
어셔(Usher) ‘Yeah! (Feat. Lil Jon, Ludacris)’ (2004)
’Yeah!‘에 맞춰서 춤출 수 없는 자, 자존심을 건 댄스 배틀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리라. 단순한 구조로 울려 퍼지는 베이스 리듬에 따라 부르기 쉬운 훅과 감미로운 보컬을 더한 해당 곡은 2004년을 넘어 2000년대 댄스 팝신을 어셔의 무대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르내리는 신시사이저 음률과 808 드럼 사운드의 미니멀한 반복 진행 속에서 절묘한 샤우팅으로 클럽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구성은 프로듀서 릴 존이 유행시킨 크렁크 음악의 정수나 다름없었다.
애틀랜타에서 시작된 음악의 유행은 빌보드 차트를 점령하고 전 세계의 클럽을 어셔의 목소리로 적셨다. 미국의 대중음악 트렌드에 크게 영향 받았던 2000년대의 당시 한국 대중음악계는 말할 것도 없이 그의 목소리에 중독되어 있었다. 그는 그 시절 한국의 모든 남성 댄스 가수에게 동경의 대상, 모를 수 없는 음악적 기본 소양, 그리고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였다. 댄스 신고식이 기본이었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Yeah!’를 즐기지 못하는 자는 없었고, 존재할 수도 없었다. 발매로부터 20년이 지났음에도, 틱톡에서의 챌린지 유행이나 슈퍼볼 하프타임 쇼 등에서 보았듯 이 곡의 에너지는 절대 소멸하지 않았고, 불멸의 고전으로서 대중음악 역사에 남았다. (김태훈)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 ‘Because of you’ (2004)
록과 발라드가 비상하던 때 해외 노래도 예외는 아니었다. SG워너비와 버즈가 몰고 온 이별로 모두 감성에 젖어 있던 시기, 유독 호소력이 짙었던 'Because of you'는 앨범 내 다른 싱글보다도 더 많은 마음을 앗아갔다. 적당한 템포, 듣기 편한 멜로디, 기교 없이 목소리만으로 증명하는 가창력까지 당시 유행하던 요소를 고루 갖춘 노래는 애수의 바다로 우리를 인도했다. 2010년엔 < 슈퍼스타K2 >로 유명해진 김보경의 리메이크가 곡에 한 번 더 날개를 달아주었다. 간절함이 다시금 공명한 순간이었다.
진심에 감동해 가사를 들여다보면 예상외 실상에 멈춰 선다. 처음엔 대부분 그저 흔한 사랑 이야기로 받아들이지만 집요하게 탓하는 '너'는 사실 연인이 아닌 부모다. 그들의 철저한 외면으로 얼룩진 모든 어른아이의 심경을 대변하듯 켈리 클락슨이 읊는 유년 시절은 끝까지 처절하다. 토해낸 원망이 학대와 단절하겠다는 결연한 다짐으로 승화하기까진 3분 이상을 필요로 하지 않겠는가. 상처 치유를 위해 반복하여 들은 시간이 오래도록 수많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태웠다. (정하림)
비욘세(Beyoncé) ‘Listen’ (2006)
이 특집의 조건에 부합하는 요소가 아주 많다. 영화 < 드림걸스 >의 사운드트랙으로서 통제적인 남편에게서 벗어나 독립을 울부짖는 신파적 사연이 있으며, 발라드 스타일로서 각종 오디션과 노래방에서 보컬 실력 뽐내기 좋다는 이유도 있다. 애청 그 이상의 애창을 갈구하는 떼창의 민족을 대변한다. 걸 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 출신인 비욘세의 흠 잡을 데 없는 비주얼도 확실히 한몫 거든다. 우리를 사로잡았다기보다 우리가 사로잡았다는 표현이 더 맞지 않을까.
이런 형식의 예는 이미 역사가 깊다. 파워풀한 가창의 디바들이 차디찬 겨울에 개봉한 영화에서 애틋한 감성을 자극하는, 1992년 < 보디가드 >의 ‘I will always love you’가 그러했고 1997년 < 타이타닉 >의 ‘My heart will go on’이 그러했다. 시각적 콘텐츠와 함께하는 음악이 흥행하는 것을 보면 K팝이 퍼포먼스 중심으로 흐르는 것도 당연지사. 모두가 범지구적 인기를 구가했기에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본국 차트에서도 61위에 그친 ‘Listen’은 누가 뭐래도 ‘K-팝송’이다. (임동엽)
레이디 가가(Lady Gaga) ‘Poker face’ (2008)
누구도 레이디 가가의 시작을 보고 오늘을 예측하지는 못했다. 재즈 거장 토니 베넷과의 다정한 듀엣, < 스타 이즈 본 >으로 거머쥔 오스카 트로피, 빌보드를 장악한 브루노 마스와의 애절한 발라드는 2008년 'Poker face'의 전율을 기억하는 이라면 쉽게 겹쳐지지 않는 장면들이다. 파격을 넘은 충격적인 의상과 퍼포먼스는 논란을 몰고 온 동시에 거대한 인기를 휩쓸었고 직설적인 가사와 오토튠 가득한 후렴의 중독성은 데뷔와 동시에 그를 21세기의 새로운 팝 아이콘의 자리에 올렸다.
‘Po-po-po-poker face’를 읊는 무심한 표정과 그 반을 덮는 번쩍이는 선글라스, 그로테스크한 몸짓은 뮤직비디오 첫 장면부터 2000년대 후반의 일렉트로닉 팝 열풍 속에서도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는 독보적인 강렬함을 남겼다. 눈과 귀를 압도한 팝 스타의 영향력은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K팝 아티스트들은 앞다퉈 클럽 사운드를 선보이며 그를 오마주했고 < SNL > 부터 < 나는 솔로 >까지 각종 예능과 광고 속 '레이디 가가'의 모습은 당당함과 아이코닉함을 대표하는 문화 코드나 다름 없었다. 조커 카드를 수십장 손에 쥔 듯한 대담하고 치밀한 행보로 그는 ‘팝’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었다. (남강민)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 ‘I’m yours’ (2008)
싱어송라이터를 향한 모든 동경이 담겨 있다. 산들대는 멜로디, 쉽지만 강력한 코드, 대단한 장치인 것 마냥 끼우는 카포는 덤. 갓 배운 악기를 뽐내고 싶은 학생들에게도, 미래의 스타를 꿈꾸는 새싹들에게도 최고의 선택이었다. 거리 위 음악가들은 언어를 뛰어넘어 사랑의 설렘과 풋풋함을 흩뿌렸고 ‘난 네 거’라며 수줍게 고백하는 노랫말은 젊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어울렸다. 기타 한 대 둘러매고 자유로이 노래하는 모습이 ‘홍대 버스킹’ 이미지의 원형이 되기까지. 에드 시런이 해외 ‘싱송라’ 왕좌를 차지하고 나서도 이 곡만큼은 거리 공연 필수 레퍼토리로 살아남았다.
76주간 빌보드 싱글 차트 진입,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노래 후보 등 세계적으로 히트하는 중에도 국내에서 보내는 애정도는 남달랐다. 2006년부터 꾸준히 내한한 이력에 더해 < EBS 스페이스 공감 >에서의 공연이 결정적이었다. 정식 발매 전 최초 무대를 한국에서 가졌다는 사실은 마치 ‘I’m yours’가 우리를 위해 쓰인 듯한 특별함을 더했다. 받은 사랑만큼이나 얽힌 사연 또한 많지만 이러나 저러나 산뜻한 리듬을 즐기는 데는 문제 없다. 기분 좋은 스트로크 소리에 몸을 맡기길 바란다. 전주를 듣는 순간 당신도 통기타를 들고 싶어질 테니. (박수석)
콜드플레이(Coldplay) ‘Viva la vida’ (2008)
콜드플레이 최고의 곡은 무엇일까. 상처를 보듬어 주는 ‘Fix you’나 브릿팝의 황혼과 같은 ‘Yellow’ 등 숱한 명곡 반열에서 단 하나만을 정할 순 없겠지만 ‘인생 만세’를 노래하는 ‘Viva la vida’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솟구친다. 오케스트라 세션이 주는 웅장함과 멜로디 속 꿈틀대는 애환은 마치 인간의 삶을 압축한 것만 같다. 권력의 몰락을 황홀함으로 치환한 인생 찬가는 전 세계에 울려 퍼졌고 한국 또한 이에 호응했다.
지구촌의 사랑을 설파하는 이들은 올해 4월에 진행된 내한 공연에서도 그 메시지를 전했다.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후렴구는 모두를 하나로 만들었고, 그로 인한 감동과 전율은 밴드와 함께한 관객을 통해 완성됐다. 곡의 힘을 절감하는 순간은 비단 라이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결혼식 입장곡, 이벤트 BGM 등 여러 매체를 타고 흘러나오는 ‘Viva la vida’는 우리의 곁에 늘 자리한 채 감격을 선물한다. 지난 25년을 넘어 앞으로도 쭉 발광할 이 노래엔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많다. (박시훈)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 ‘Boom boom pow’ (2009)
어셔의 < Confessions >(2004)가 2000년대 초중반을 지배했다면 후반기는 단연 블랙 아이드 피스다. 이미 ‘Where is the love?’와 ‘My humps’로 차트 정복을 치른 다인종 4인조였지만 2009년 정규 5집 < The E.N.D. >의 성과는 눈부셨고 유일한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에 탑10 싱글만 다섯을 솎아 냈다. 상업성만큼은 가히 21세기의 < Faith >(1987)요 < Thriller >(1982)였다.
힙합과 일렉트로니카를 팝으로 떠먹기 좋게 다진 음악은 기계적 훅 반복과 단순명료 비트로 중독성도 지대했다. 타부의 감칠맛 나는 랩과 화끈한 퍼기표 가창까지 무기가 여럿이었으나 윌아이엠의 프로듀싱이 절대 비중. 태평양 너머 의무교육에 허덕이던 중고등학생들도 잠시 머리를 비운 채 너 나 할 것 없이 “붐붐붐 가라겟댓(gotta get that)”을 외쳤고 인생 예찬의 ‘I gotta feeling’과 급변 편곡의 ‘Imma be’ 인기도 이에 필적했다. < The E.N.D. >의 미래주의적 정서를 함축한 “내가 3008년을 살 때 넌 아직 2000년에 머물고 있네(I’m so 3008, you’re so 2000 and late)”란 노랫말도 유쾌하다. (염동교)
제이 지(Jay-Z) ‘Empire state of mind (Feat. Alicia Keys)’ (2009)
덕분에 미국 땅을 미리 밟아볼 수 있었다. 빌리 조엘을 오마주한 제목으로 시작해 브루클린 출생 제이 지가 본인의 힙합 신화를 랩으로 옮겼고, 맨해튼에서 나고 자란 앨리샤 키스가 나직하게 도시의 음성을 뽑아낸다. 1절을 듣자마자 이미 출국 완료다. 피아노 선율을 배경으로 힙합 발원지의 향취, 여러 거리의 기억들, 8백만 주민의 역사가 흐른다. 담백한 제이 지의 랩이 외지인의 아메리칸 드림과 여기 뒤따르는 어두운 그림자까지 사실적으로 표현했을지라도 이 도시의 초상화를 보며 우리는 꿈을 꿨다.
언어와 주제의 장벽이 높았음에도 한국을 사로잡은 이유는 거대도시를 선망한 우리의 시선과 낭만적인 동경이 곡에 입혀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 한정 위대한 힙합 아티스트로서 제이 지의 영향력보다 ‘송 오브 뉴욕’의 힘은 더 막대하다. 서방의 중심, 세계를 끌어당기는 강력한 마력, 높이서 이를 조망하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상상하며 그 소망을 대변하는 트랙. 차디찬 마천루에서 이국땅까지 ‘Empire state of mind’는 먼 한국 땅에 꿈을 배달했다. 다양성과 자유주의가 살아숨쉬는 ‘콘크리트 정글’로의 열망을. (손민현)
아델(Adele) ‘Rolling in the deep’ (2010)
제아무리 라디오가 예전만큼의 파급을 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우리 곁에 가까이 위치함은 사실이다. 특히나 쉽고 명확한 멜로디 라인과 마음을 울리는 호소력 짙은 음악을 격하게 반기는 우리의 취향상 그곳에는 꾸준히 호명되는 곡이 존재한다. 21세기로 국한하자면 본 리스트에 함께 선정된 비욘세의 ‘Listen’이나 켈리 클락슨의 ‘Because of you’ 등이 있겠다. 더구나 이들은 MP3 시대를 거쳐 아이튠즈 차트에 이목이 쏠렸던 시기와도 맞물려 수혜를 입었으니 정말이지 끊임없이 흘렀다.
이 흐름에 그래미의 동반자이자 더할 나위 없는 차트 성과를 남긴 영국발 블루 아이드 소울의 대표 주자 아델 또한 빠질 수 없다. 영미권에서의 저력과 달리 국내에선 유달리 독보적인 가창력의 소유자로 널리 흩뿌려졌으며 같은 앨범에 동봉된 ‘Someone like you’와 함께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몇 해 지나 발매된 차기작 < 25 >의 리드 싱글 ‘Hello’를 통해 굳히기 한판승까지 일궈냈으니 2010년대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여성 솔로 디바 타이틀은 분명 아델의 몫이어야 한다. (신동규)
칼리 래 젭슨(Carly Rae Japsen) ‘Call me maybe’ (2012)
이번 리스트 선정에서 논쟁이 있었던 곡이지만 필사적으로 배제를 막았다. 삶에 맞닿아 있는 음악이기에 그렇다.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 가볍고 설레는 가사. 이것이야말로 ‘대중음악’의 필수 요건 아니겠는가. 이를 증명하듯 빌보드 차트에서도 첫 주 38위에서 점차 순위가 오르더니 9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달성했고, 2012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싱글이라는 칭호까지 쟁취하며 당시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Call me maybe’는 미국과 한국만으로 한정할 수 있는 노래가 아니지만 국내 대중에게 특별한 의의를 지닌다.
2010년대 초반에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에게는 칼리 래 젭슨이 남긴 흔적이 필수적으로 존재한다. 초등학교, 혹은 중학교까지도 영어 시간 수업이 일찍 마치면 선생님이 틀어주시던 몇 안 되는 팝송의 대표 주자였기에 그렇다. 영어 가사를 잘 몰라도 실내화 가방을 발로 차대며 흥얼거리던 기억이 아른거린다. < 21세기 첫 25년 우리를 사로잡은 팝송 25곡 >이라는 제목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 그야말로 우리의 청소년기를 매료시킨 음악이다. ‘Call me maybe’는 그렇게 추억 속에 살아 있다. (장대휘)
이디나 멘젤(Idina Menzel) ‘Let it go’ (2013)
때는 2013년 말. 해외에서 먼저 개봉한 < 겨울왕국 >의 반응이 뜨겁다는 소식을 전한 나를 보는 주변의 반응은 싸늘했다. “너 오타쿠야?”하며 놀려대는 눈빛에 어떤 해명도 소용없었다. 상황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완전히 역전. 남녀노소 1,000만 관객이 극장을 찾았고 거리는 사운드트랙이 무한 재생이었다. 순진한 사랑의 듀엣 ‘Love is an open door’, 노크 소리를 빼놓을 수 없는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 등 양상은 다양했지만 결국 모두의 원 픽은 해방의 찬가, ‘Let it go’였다.
이번 리스트를 기획하며 주제가 비중이 너무 높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렇다고 ‘Let it go’를 뺄 수는 없었다. 이만큼 어른들의 커버 영상 업로드 대기열과 아이들의 공주 드레스 행렬이 거셌던 곡이 또 어디 있겠는가. 해외 성우 이디나 멘젤과 국내 더빙판에서 노래를 부른 박혜나의 가창 비교, ‘다 잊어’로 해석한 한국어 가사에 관한 번역 논쟁 등 인터넷 세상까지도 뜨겁게 타올랐다. 최근 <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의 ‘Golden’도 부인할 수 없는 이 노래의 간접 후손이다. 끝없이 이어질 애니메이션 히트곡 명단에서 < 겨울왕국 >과 ‘Let it go’ 강점기는 절대 잊히지 않을 역사로 남을 것이다. (한성현)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 ‘Happy’ (2013)
퍼렐 윌리엄스의 2013년엔 뭔가가 있다. 넵튠스, 엔이알디(N*E*R*D) 등으로 활동한 때에도 해외와 국내 매니아층 사이 인기는 컸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인지도를 키운 삼연타는 분명 이때 시작이었다. 12주간 빌보드 1위를 차지하며 전세계를 강타한 로빈 시크 ‘Blurred lines’를 프로듀싱하고, 바로 아래 순위에 다프트 펑크와 함께한 ‘Get lucky’를 쏘아 올렸다. 그 후발주자가 바로 이 ‘Happy’였으니, 그의 이름이 들어갔다 하면 고공행진이던 때였다.
영화도 누구나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 천만영화가 되고, 음악도 마찬가지의 논리로 장기 집권의 흥행에 닿는다. 그런 의미에서 ‘Happy’는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놀거리다. 도입부터 꿈틀거리는 허리를 씰룩대게 만들고, 타격감 있는 스네어에 맞춰 박수를 자아낸다. 여기에 주제마저도 행복! 가족 혹은 연인, 아니면 혼자라도 웃음은 언제 어디든 관통하지 않는가. 독특한 아이디어로 쐐기를 박은 세계 최초 24시간 뮤직비디오는 그야말로 쾌락의 장, 유행처럼 번진 도파민의 프로토타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피 팝 바이러스, 퍼렐 박사가 해냈다. (정기엽)
마룬 파이브(Maroon 5) ‘Sugar’ (2014)
한국이 사랑하고 한국을 사랑하는 밴드. 1집의 ‘This love’, ‘Sunday morning’, 광고에 삽입되었던 ‘Moves like Jagger’, ‘Lucky strike’와 한국에서만 특별히 공연하는 ‘Lost stars’도 후보에 있었지만 결론은 ‘Sugar’였다. 세계적 스타의 앨범 커버에 한국인이 작업한 경기도 저수지의 모습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그들이 한국에 가지고 있는 각별한 애정이 드러난다. 팬들 역시 2015년 내한 당시 ‘Yes! Please’를 인용한 팻말 이벤트로 아티스트에게 곡에 대한 사랑을 눈앞에서 선사했다.
한국의 뜨거운 마룬 파이브 사랑은 차가운 숫자와 데이터로도 증명된다. 2025년 3월 기준 멜론 플레이리스트에 가장 많이 담긴 해외 아티스트로 2,308만 회 수록된 마룬 파이브가 선정되었다. 특히 ‘Sugar’는 해외 음원 최초로 2015년 멜론 연간 종합 차트에서 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숫자라는 부문에선 뮤직비디오도 빼놓을 수 없다. 인류애가 샘솟는 결혼식 서프라이즈 공연 영상은 곡만큼이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여전히 역대 유튜브 조회수 순위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깜짝 공연으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장식한 것처럼 이 노래도 그들이 가장 많이 사랑받은 시절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이재훈)
마크 론슨(Mark Ronson) ‘Uptown funk (Feat. Bruno Mars)’ (2014)
전 세계가 펑키 리듬으로 뒤집어졌다. 서울, 부산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모든 업타운과 다운타운 또한 예외 없이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그루브를 즐겼다. 1970년대 원류부터 돌이켜봐도 펑크(Funk)라는 단어가 이 정도로 침투한 적은 없었다. 재밌는 것은 노래의 주인이 싱어가 아닌 송라이터였다는 점이다. 2006년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생전 마지막 걸작 < Back To Black >을 제작하며 인기 대열에 올랐지만 국내에서는 이 곡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원작자만큼 조력자도 중요하다. 2009년 비오비의 ‘Nothin’ on you’에 참여하며 단번에 입지를 다지더니 5년 만에 마크 론슨과의 협력으로 정점에 올랐다. 그 사이에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Just the way you are’, ‘Marry you’ 같은 음악들이 히트 행진을 이어갔지만 브루노 마스를 21세기 MJ로 만든 건 ‘Uptown funk’였다. 자신의 이름처럼 ‘B’로 시작해 ‘M’으로 성공을 이뤄냈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무명 프로듀서가 이제 막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뮤지션을 데리고 음악계를 지배한 격이다. (임동엽)
샘 스미스(Sam Smith) ‘I’m not the only one’ (2014)
‘남자 아델’. 데뷔 초기 그에게 잠시 따라붙었던 수식어를 잊을 수 없다. 아델의 팬으로서 부랴부랴 곡을 틀자마자 맞닥뜨린 감상은 기대 이상의 반전이었다. 익숙한 발라드 감성과 전개는 팝에 관대하지 않은 이 땅에도 낯설지 않았다. 방점은 절륜한 가창에 찍혔다. 애인의 외도를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감정선은 여느 여성 보컬보다 더 섬세했고 음성의 미세한 떨림은 듣는 이의 영혼마저 흔들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한 흥행 예감은 이내 그의 미성이 곳곳에서 울려 퍼지며 현실이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제2의 누군가가 아닌 제1의 샘 스미스로 공명했다.
최근에는 과거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의견도 종종 보인다. 허나 ‘Unholy’ 등 근래 작업이 음악보다 가십으로 소비되는 이유는 단지 파격적인 콘셉트에 대한 거부감 때문만은 아니다. 당장 데뷔 앨범 < In The Lonely Hour >에 수록된 가스펠 풍의 ‘Stay with me’도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노래와 레코드를 수상했지만 국내 한정으로는 ‘I’m not the only one’의 인기에 미치지 못했다. 그만큼 한국 보편의 대중음악 취향을 정확하게 관통한 것. 먼 타국 20대 청년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마음을 울리는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박수석)
시아(Sia) ‘Chandelier’ (2014)
뮤직비디오를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은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생생하다. 어린 소녀의 전위적 현대 무용과 표정 연기 뒤로 3옥타브 솔까지 올라가는 절규의 고음이 갖는 임팩트란! ‘She’s gone’과 ‘Tears’로 단련한 노래방 민족에게 빼먹을 수 없는 필수 코스로 등극했다. 심지어 금색 가발로 얼굴을 숨긴 주인공이 신비주의를 표방하면서, 오히려 지구 반대편 사람들까지 호기심을 갖고 찾아보게 했다.
대중에 전면으로 나서지 않은 방식은 상업적 마케팅이 아닌 시아 개인을 지키기 위한 생존 전략이었다. 연인의 사망, 아웃팅과 우울증, 약물 중독으로 은퇴를 선언했지만 계약 상을 이유로 1장의 앨범이 더 발매되어야 하는 상황. 모든 것을 가린 채 활동한 6집 < 1000 Forms Of Fear >는 역설적으로 인생 첫 빌보드 1위를 기록했다. 그렇게 ‘Chandelier’는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과 스스로를 일으킨 강력한 날개가 되었다. 가발로 도저히 숨겨지지 않는 재능이었다. (임선희)
제시 제이(Jessie J),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니키 미나즈(Nicki Minaj) ‘Bang bang’ (2014)
2025년 'Golden'이 실력자 판가름의 척도라면 2014년은 'Bang bang'이었다. 기교로 청중을 휘어잡는 제시 제이, 떠오르는 샛별 아리아나 그란데, 최고 주가를 올리던 니키 미나즈의 합세는 'Lady Marmalade'의 부활과도 같았다. 신나는 분위기 덕분에 누구나 즐기기 좋았지만 부르는 처지에선 도전에 가까웠다. 비트 위주 멜로디가 목소리를 부각하는 데다 웬만한 고음 소화력 없이는 함부로 시도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그러니 가창력을 입증하고 싶은 아티스트는 주저 없이 이 노래를 선곡했다.
보컬 전쟁이 한바탕 펼쳐진 후엔 수많은 퍼포먼스가 뒤따랐다. 선두는 < 프로듀스 101 >의 창작 안무 무대. 이에 매료된 국민 프로듀서들이 주인공으로 분해 학교 장기자랑에 올랐고 트랙의 인기는 커버 댄스 열풍으로 번져나갔다. 그 시절을 떠올려보자. 닳도록 돌려 본 연습 영상, 너도나도 서고 싶었던 센터, 하이라이트 구간에 날아든 치명적인 윙크와 친구에게 보낸 열띤 환호 등 스치는 조각이 많다. 선정적인 가사와 다르게 우리나라에선 하이틴 감성을 재생하는 추억의 페이지다. (정하림)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Love yourself’ (2015)
제목에 한 번, 감미로움에 두 번 속았다. “너 자신을 사랑해라”가 아니라 “가서 너 자신이나 실컷 사랑해”일 줄이야. 에드 시런과 베니 블랑코가 작업할 당시 원래 후렴구에 ‘Fuck yourself’가 담겨 있었다고 하니, 어쿠스틱 발라드라는 외피를 뒤집어쓴 날 선 디스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타이틀 ‘What do you mean’도, 댄스 홀 ‘Sorry’도 아닌 이 곡을 택한 것은 저스틴 비버의 음색이라는 결정적 당김 때문이었다.
때 묻지 않은 미성이 변성기를 지나 무게감을 가지게 되며 한 층 폭넓은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그야말로 음악적 성숙. 커리어보다 스캔들, 각종 기행 등 사생활이 주목받았던 구설수 아이콘이었기에 < Purpose >의 진중함이 더 크게 밀려왔다. 돌이켜보면 다사다난한 유년 시절부터 안정된 가정 속 아버지인 지금까지, 우리는 그의 성장과 함께 달려왔다. 불안정한 사고뭉치에서 미워할 수 없는 실력의 뮤지션으로 거듭난 중핵에는 ‘Love yourself’가 자리 잡고 있다. (임선희)
에드 시런(Ed Sheeran) ‘Shape of you’ (2017)
우리나라는 바 문화가 그리 발달한 편이 아니다. 선명한 멜로디와 발라드를 좋아하고 외모지상주의는 극심하다. ‘Shape of you’는 하나씩 따져보면 맞지 않는 요소투성이다. 에드 시런을 비주얼 가수로 보긴 힘들고, 첫 가사부터 연인을 탐방하러 클럽 대신 바로 향한다는 내용이다. 가창력을 자랑할 파트도 전무하다. 그럼에도 이 리듬 위주의 심플한 댄스 트랙은 ‘Thinking out loud’와 ‘Photograph’ 등 기존 그가 발표했던 감성적인 어쿠스틱 팝과 비교를 불허하는 막대한 흥행을 거뒀다. < 프로듀스 101 > 시즌 2의 퍼포먼스 경연곡으로도 쓰일 정도였다.
런칭 10주년을 맞아 애플뮤직이 발표한 재생 횟수 랭킹에서 1위를 차지했을 정도의 체급이니 당연한 일인가도 싶다. 그러나 노래의 국내 히트에는 분명한 특수성이 있다. 2010년대 중반은 어땠는가? 춤이 우선하는 아이돌 연습생 서바이벌이 일반인 대상 기성 오디션 프로그램을 대체하고, 트로피컬 하우스가 인기를 끌었으며 유튜브의 성장으로 국내와 해외의 히트곡이 점차 동기화를 이루는 때였다. 2017년 1월 등장한 ‘Shape of you’의 활약은 곧 과도기의 상징이었다. 한국인의 전통적인 선호 양상이 흔들리며 새로운 취향과 소비 방식이 정립되는 순간, 그 변곡점에 에드 시런이 있었다. (한성현)
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 ‘Havana (Feat. Young Thug)’ (2017)
생경하지만 ‘흥’의 민족이라면 자연스레 몸이 반응할 수 밖에 없는 라틴 리듬. 샤키라와 제니퍼 로페즈가 그 흥행 가능성을 증명했으나 꾸준한 발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17년 세계가 ‘Despacito’로 뜨거울 무렵에도 한국은 조금 달랐다. 발라드의 연이은 역주행으로 K팝 그룹마저 차트 상위권을 내어주는 진풍경이 펼쳐졌고, 대형 히트곡 ‘Despacito’ 역시 잠깐의 라틴 팝 유행처럼 지나가는 듯했다. 그리고 그때는 몰랐다. 몇 개월 후 등장한 피프스 하모니 출신 카밀라 카베요의 ‘Havana’가 한국인의 취향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질 줄.
타악기가 아닌 피아노로 만든 라틴 그루브는 마냥 낯설지 않았다. 급하지 않은 템포와 따라부르기 쉬운 발음에 이국적인 흥을 덧입히니 잠깐 정신을 놓으면 어느새 흥얼거리고 있었다. 들려오는 곳이 많으면 익숙해지는 법. 음악 방송과 시상식에서는 아이돌 그룹의 특별 무대가 이어졌고, 예능 속 댄스타임에서는 짙어진 분위기로 ‘Toxic’과 ‘Sexyback’을 잇는 섹시계의 대표곡으로 자리잡았다. 지금처럼 챌린지 문화가 활발하지 않았던 시기였음에도 유명 유튜버와 댄스팀의 커버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부담없이 다가와 잊고 지낸 흥을 꺼낸 ‘Havana’의 타이밍이 한국을 들썩였다. (남강민)
앤 마리(Anne-Marie) ‘2002’ (2018)
2025년에 2002년을 기억하는 매개체는 두 가지다. 한일월드컵과 앤 마리의 노래 ‘2002’. 그해에 우리는 ‘대~한민국!’을 외쳤지만 영국의 11살짜리 금발머리 소녀는 보이밴드 엔싱크의 ‘Bye bye bye’와 래퍼 넬리의 ‘Ride wit me’, 아이돌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Baby one more time’을 따라 부르며 자신만의 추억을 차곡차곡 쌓았다. 그리고 16년 후에 가수가 된 그는 흐릿해져가는 그 기억의 연결고리들을 하나로 묶어 낭만적으로 추출했다.
2018년에 영국 차트 3위에 오른 기록보다 국내 음원차트 2위라는 성적이 특별할 만큼 지난 25년은 국내에서 우리 음악이 초강세를 보이는 시기였다. 그 사이 드문드문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팝송은 존재해왔고 ‘2002’는 그런 대표곡 중 하나다. 선명한 선율과 은근히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은은한 리듬 그리고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코러스까지 이 노래는 한국인들이 좋아할 요소를 풀 패키지로 장착했다. 11살 금발 소녀의 아름다운 회상은 우리의 아름다운 나날과 맞닿아 있다. (소승근)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Bad guy’ (2019)
모든 젊음은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성장한다. 남들과 다르고 싶고, 이왕이면 멀찍이 앞서고 싶은 욕심 따위의 것들이다. 그러나 누구나 이러한 소망을 이룰 수는 없다. 그렇게 해소되지 못한 절대다수의 한숨은 끝내 새 시대의 아이돌 혹은 아이콘을 찾아내고, ‘워너비’란 명찰을 붙인 뒤 열과 성을 다해 그들의 행보를 따른다. 2020년대로 접어드는 문턱에서 Z세대를 하나로 끌어모으며 등장한 빌리 아일리시는 명실상부 그 주인공이다.
불과 10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더없이 익숙한 이름. 비단 글로벌 차트 성적에 국한되지 않은 무형의 파급력은 아날로그의 흔적을 역으로 쫓는 ‘디지털 원주민’ 밀레니엄 세대의 취향은 물론 그 반대로 순행하는 미니멀리즘, 또 우울과 분노가 주된 정서로 자리 잡은 조울 반응의 표상이 되어 모든 청춘 앞에 군림했다. 우리 또한 자유로울 수 없었기에 그의 메시지와 십 대라고는 믿기지 않는 사운드 퀄리티에 순응하는 건 잇따른 수순. 훗날 지금의 젊은 층이 당시를 돌아본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빌리는 어설픈 위로를 건네기보다는 같이 아파해줄 줄 알았어” (신동규)
찰리 푸스(Charlie Puth) ‘I don’t think that I like her’ (2022)
유독 우리나라에서 열띤 사랑을 받는 팝스타들을 열거해 보자. 앞다투어 등장하는 여러 이름 속에서 찰리 푸스를 빼놓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떠나간 이를 추억하는 메가 히트곡 ‘See you again’과 팬메이드 뮤직비디오로 역주행을 이뤄낸 ‘Dangerously’ 그리고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Attention’까지. 비단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 세계적 가수인 데다 젊은 나이에 등장해 10년 동안 꾸준히 뇌리에 각인되었기에 수많은 후보 중 단 하나만을 추려내기가 제법 어려웠다.
최후의 승자는 리스트 내 유일한 2020년대 발매작인 ‘I don’t think that I like her’이었다. 찬찬히 구성 요소를 뜯어 보면 대중이 열광할 포인트가 참 많다. 단박에 꽂히는 멜로디와 시원한 고음은 흥행을 위한 필수 조건이나 다름없으며, 숏폼 콘텐츠에 최적화된 후렴구로 동명의 챌린지가 SNS를 뒤덮기도 했다. 이 밖에도 ‘Light switch’, ‘Left and right’, ‘That's hilarious’ 등의 곡으로 2022년을 지배했으니, ‘한국인이 사랑하는 남성 팝스타’의 왕좌는 쉽사리 바뀔 것 같지 않다. (박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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