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였던 순간, 네 명의 눈으로 바라본 콜드플레이 2025 내한 공연

콜드플레이(Coldplay)

by IZM

2025.04.30


흡사 엘비스 프레슬리의 1956년 2주간의 뉴 프런티어 호텔 레지던시 콘서트처럼 2025년 4월 16일부터 4월 25일까지 열흘간 펼쳐진 콜드플레이 내한 투어는 기념비적이다. 20세기 가장 높은 파급력을 가진 록밴드의 6회 공연은 동아시아 최고의 공연시장 일본에서나 가능할법한 일. 작년 카니예 웨스트 리스닝 파티와 얼마 전 지드래곤 단독 콘서트에 이어 고양종합운동장이 이 초대형 이벤트를 책임졌고 팔레스타인-칠레 출신 싱어송라이터 엘리아나와 트와이스, 한로로 같은 오프닝 액트로 상차림이 풍성했다. 방탄소년단 진과 ‘Apt.’의 로제 등 깜짝 게스트가 화제성의 불꽃에 기름을 끼얹었다.


지구촌과 인류애의 인플루언서가 된 콜드플레이답게 친환경소재 물품과 지속적인 환경 관련 메시지까지 콘셉트가 명확했다. 대중음악가의 사회참여는 존 레논과 보노 같은 선배들의 계승이나 사람에 따라선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사실. 역시나 청중을 하나로 묶은 건 음악이었고 영국향 진한 포스트 브릿팝 계열의 초기작부터 미국 시장을 비롯해 전 세계를 호령한 월드와이드 팝 넘버를 아우른 스물세 곡이 팬들의 가슴에 알알이 박혔다. 의외로 내한 소식에 시큰둥했던 이즘 필자들이 “이번 아니면 또 언제 보겠나”란 마음으로 내딛은 발걸음은 공교롭게도 일자가 다 달랐다. 상이한 시공간에서 각자의 오롯한 감상과 추억으로 가닿았을 이 기념비적 이벤트를 < 함께였던 순간, 네 명의 눈으로 바라본 콜드플레이 2025 내한 공연 >이란 이름으로 돌아본다. (염동교)



관람 일자: 4/16 수요일 (1회차) / 좌석: 3층 지정석

입장 지연, 페트병 반입 금지 등 현장 운영과 관련한 잡음이 직전까지도 끊이지 않았지만 모든 게 희석됐다. 일단 시작부터 연출에 매료됐다. 의도를 애써 파악할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와닿은 빛의 물결이었다. 첫 곡 ‘Higher power'가 시작되며 발광하던 자이로 밴드는 'Charlie Brown'에서 가장 다채로웠고, ‘Yellow'가 연주될 땐 온통 노랗게 물들었다. 세계적인 투어인지라 이미 정보를 많이 알고 있었음에도 실제로 마주했을 때 황홀함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특히 핸드폰을 내리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 보자던 멘트 이후 이어진 ‘A sky full of stars'가 하이라이트. 제목에 걸맞게 불꽃이 하늘을 수놓았지만 사진을 한 장도 남기지 않고 바라보며 온전히 눈에 담았다. 기억이 휘발됐어도 제일 선명하게 남은 이유다.


‘사랑이 모든 걸 이긴다’ 따위의 문장을 잘 믿지 않는다. 추상적이라 와닿지도 않을뿐더러 문제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공연을 보고 나선 조금 바뀌었다. ‘People of the pride’에서 무지개 깃발을 펼치고 ‘Something just like this'에서 외계인 탈을 쓴 채 수어를 구사한 크리스 마틴의 모습, 관객을 초대해 함께 ‘Up&up'을 부른 순간과 스탠딩존에서 강강술래를 하며 즐기는 관객들까지. 그날 고양종합운동장은 소리의 영역임과 동시에 애정과 연대의 공간이었다. 집으로 향하며 끝을 장식했던 ‘Believe in love'란 말이 마음에 걸렸다. 노래가 세상을 바꿀 순 없겠으나 콜드플레이처럼 사랑을 외치는 아티스트가 늘어난다면 이상적인 그 말에 잠시라도 기대볼 수 있지 않을까. 음악의 힘을 여실히 체감한 하루였다. (정하림)



관람 일자: 4월 18일 금요일 (2회차) / 좌석: 1층 지정석

비교적 차분했던 수요일과 달리 주말을 향한 희망감 품은 관객들의 반응이 더없이 뜨거웠고 오프닝을 맡은 트와이스 리더 지효도 이 점을 짚었다. 몽환적인 ‘Paradise’와 드러머 윌 챔피언의 두드림이 우렁찼던 ‘Viva la vida’에서 청중의 합창이 드넓은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가사 없이 흥얼거릴 수 있는 콜드플레이표 후렴구의 승리. ‘In my place’나 ‘Talk’ 같은 명곡의 부재를 인지하기 어려울 만큼 히트송 퍼레이드가 이어졌고 뮤즈의 ‘Will of the people’이 떠오르는 하드록 풍 ‘People of the pride’와 귀염뽀짝 외계인 마스크를 쓰고 등장한 ‘∞ (Infiniy sign)’처럼 덜 알려진 트랙들도 각기 개성을 뿜어냈다.


“Chris, I’m in trouble unless you play trouble(크리스 마틴 형, ‘Trouble’ 연주하지 않으면 서운할 거예요)”란 깃발을 휘날린 남성 관객을 단상 위로 끌어 올려 함께 부른 ‘Trouble’과 무작위 지목에 이은 “브라더, 시스터 좋아 보이네요”라는 마틴의 명명 및 호출이 슈퍼스타와의 동질감 및 친밀감을 선사했다. 8년 전 2017년 4월 잠실 콘서트를 상기하는 장대한 시각적 스펙터클과 새로운 색상을 뿜어낸 친환경 소재 팔찌와 3D 고글을 통한 시각 스펙터클은 역대급 밴드만이 실현 가능한 초대형 쇼 다웠다. 돌아가는 길은 고되었다. 어느 정도 예상한 수순이었지만 사방에 인파로 콱 막힌 상황이 당혹스러웠다. 다행히 매번 이렇지 않았다고 들었지만 향후 있을 콘텐츠를 대비해 현지 경찰과 서울교통공사가 사전 협의하여 좀 더 원활한 이동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염동교)




관람 일자: 4/19 토요일 (3회차) / 좌석: 스탠딩

2017년 4월 15일 토요일을 기억한다. 갓 스무 살이 된 한 소년이 인생 처음으로 콘서트를 간 날이었다.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콜드플레이의 무대는 환상적이었다. 음악이 선사하는 기쁨에 취한 소년은 이 행복을 절대로 잊지 말고,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채 살아가자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났다. 어느새 스물여덟 살이 된 소년은 그사이 참 많이 찌들었다. 8년간 이리저리 치이며 절망의 늪으로 몰릴 때마다 그날의 기억을 재생하며 살았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Yellow'를 따라 부르며 환하게 웃고 있는 과거의 얼굴은 아무리 영혼이 혼탁해지더라도 잃고 싶지 않았던 내 마음속 최후의 '순수함'이었다. 그 순백의 정서 하나만큼은 놓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버티며 살았다.


2025년 4월 19일 토요일을 기억한다. 예전만큼 콜드플레이의 음악을 즐겨듣지 않지만, 그럼에도 나는 공연장에 가야만 했다. 최대한 자유롭게 놀기 위해 일부러 뒷번호로 예매했다. 첫 곡 'Higher power'부터 필사적으로 놀았다. 과거의 내 모습을 다시 한번 되찾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몸부림이었다. 잊고 지냈던 'The scientist'의 감동이 감성을 적셨을 때, 어느새 나의 몸짓은 인위적인 텐션 업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행복의 춤사위로 변해있었다. 공연이 무르익으며 뜻이 맞는 사람들이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우리는 다 같이 노래를 부르고 손을 맞잡으며 원을 그렸다. 그 과정에서 서로 대화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모두 동일한 행복을 공유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신기했던 8년 전과는 다른 감정이었다. 그때보다 조금은 익숙해졌기에, 약간의 여유가 있기에 느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기쁨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끝내 스물로 회귀하지는 못했다. 대신 스물여덟의 현재를 더욱 아끼게 되었다. (김태훈)




관람 일자: 4/22 화요일 (4회차) / 좌석: 3층 지정석

‘평소에 별로 찾아 듣지 않으니까…’ 하는 생각으로 남의 일이라 생각했던 콜드플레이의 콘서트에 결국 동참하고 말았다. 일기예보를 보고 마음 졸인 것과 달리 다행히 나서기 전 비가 그친 네 번째 공연 당일, 화요일임에도 대화역 일대를 가득 메운 인파를 뚫고 표를 수령하고 나니 오프닝 게스트 트와이스는 이미 세 번째 곡을 부르고 있었다. 계단을 헤매다 겨우 들어가 자리에 앉으니 갑자기 달아오르는 기분. 이윽고 저녁 8시, ‘Higher power’로 무대를 연 직후 나오는 ‘Adventure of a lifetime’에 나는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주변에서 다들 내 MBTI의 세 번째 글자가 T 같다고 하지만, 몸을 집어삼키는 볼륨으로 나오는 ‘Paradise’와 ‘Viva la vida’에 울컥했던 그날의 나는 분명 F였다. 카메라에는 황금빛으로 담긴 ‘Yellow’, 에메랄드처럼 빛났던 ‘Clocks’의 초록색 등 손목 밴드를 활용한 연출을 보며 사람들이 콜드플레이의 공연에 반딧불처럼 모이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Something just like this’ 타이밍에 나왔던 엄청난 댄스도 잊을 수가 없다. 딱 하나, 원래는 ‘Goodfeelings’를 부를 차례에 게스트로 블랙핑크 로제가 나와서 ‘문 고글’ 안경 체험을 제대로 할 기회가 없었다는 게 아쉬웠지만 두 번이나 부르고 간 ‘Apt.’는 어디서도 누리지 못할 특별한 경험이었다. 결제할 때는 가격에 손이 벌벌 떨렸으나 보고 나니 가성비는 충분했다. (한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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