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믹스 인터뷰

엔믹스(NMIXX)

by 손민현

2025.04.17

좌충우돌 믹스팝에 이즘이 매번 관대하지만은 않았다. 서로 다른 음악을 섞는다는 당돌한 발상에 혹독한 기준을 세웠을지도, 새 장르를 창조하겠다는 포부에 애정 섞인 비평을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드디어 필진 모두가 엔믹스에 품은 기대감은 작년의 ‘Dash’로 모아졌다. 질주의 시동을 건 엔믹스는 반등의 기세를 이어 < Fe3O4: Forward >로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 성숙한 음악과 차분한 변화의 이유가 궁금해졌다.


늦은 밤 JYP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엔믹스를 만났다. 하루 스케줄을 마친 후라 피곤함, 어색함, 어려움이 함께 하는 만남일 텐데도 성실하고 꾸밈없는 인터뷰였다. 믹스팝을 향한 애정과 목표 등 여섯 멤버의 뚝심과 가치관은 이즘이 엔믹스를 만나고 싶었던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대부분의 의문이 즐겁게 해소되었다. 어려운 질문에 또렷하고 밝은 대답이 오고간 두 시간. 이즘에게도, 엔믹스에게도 특별한 순간이었다. (손민현)




데뷔한지 3년이 지났다. 데뷔 당시 세웠던 목표는 무엇이고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생각하는가.  

규진: ‘행복을 주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결과적으로는 이뤘고 앞으로도 계속 이뤄갈 예정이다. 팬들의 행복감을 높게 채워준 것 같아 개인적으로 100%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지우: 데뷔 전에 선배들을 지켜보면서 음악방송 1위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다. 이번 활동도 세 번이나 1위에 올랐으니 이미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큰 콘서트를 열어보고 싶다.


릴리: 개인적으로 예술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최종적으로는 사람들이 인정하는 독보적인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그 예술에는 퍼포먼스 같은 다른 분야도 포함되나? 

릴리: 그렇다. 하지만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3년간 활동하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설윤: 데뷔 시기가 코로나와 겹쳐서 음악 방송에 올랐을 때 관객이 없어서 그게 가장 아쉬웠다.


최근 남미 투어까지 마쳤는데 반응은 어땠는지.

규진: 세계적으로 K팝 반응이 뜨겁다는 걸 느꼈다. 관중이 가사까지 외우고 있어서 함께 무대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우리도 받은 에너지만큼 관객에게 돌려주겠다는 마음이었다.


최근에 발매한 < Fe3O4: Forward >는 전에 비해 힘을 뺀 것 같다. 이번 앨범은 언제부터 준비했고 그동안 내부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규진: 이전의 넘치는 에너지도 좋았지만 그만큼 새로운 방향성도 시도해보고 싶었다. 장르도 바꾸고 진중한 분위기도 보여드리고 싶어서 변화를 주었다.


해원: 작년 10월부터 앨범 녹음을 시작했고 전곡의 녹음 수정을 많이 거치는 등 작품 완성도 전반에 많이 신경 썼다. 타이틀에만 힘을 주기보다는 수록곡의 퀄리티 그리고 앨범 전체를 들었을 때 비로소 한 작품이 완성되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힘을 뺐다기보다는 ‘여유’에 가깝다.


릴리: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이 알고 보면 가장 많이 노력한다’는 말도 있지 않나.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해왔고 그 노력이 중첩되어 무대에서 여유롭게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힘을 뺀 느낌을 받았다면 그런 경험치가 투영된 것 같다.



규진


High horse’를 처음 들었을 땐 어땠는지, 그리고 이 곡을 선공개한 이유도 궁금하다.

지우: 너무 좋아서 데모를 하루 종일 들었다.


규진: 지금 인터뷰하는 이 장소에서 처음 들었는데 멜로디와 사운드가 평소와 다르게 진해서 놀랐다. 드디어 이런 음악을 우리가 도전할 때가 왔구나 하는 기대감과 우리가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함께 몰려왔다. 그만큼 곡을 많이 연구하고 녹음도 많이 수정했던 것 같다. 가사를 생각하면서 공을 많이 들인 곡이다.


해원: 앨범 전체를 놓고 봤을 때 ‘High horse’가 1번이어야만 할 이유가 충분했다.


릴리: 팬들은 우리의 색다른 시도를 좋아해줄 것이라 확신했다. 기본적으로 멜로디도 좋고 엔믹스의 ‘스킬’이 확실하게 들어가 있다. 발전하면서도 새로워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곡이자 우리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가진 결의를 내걸기 충분한 곡이다.


곡의 안무는 노래와 함께 소화하기에는 다소 힘들어 보이기도 한다. 화려한 보컬과 함께 퍼포먼스까지 어렵게 구성한 이유는 무엇인지.

릴리: 엔믹스는 항상 쉬운 길을 택하지 않는다(웃음). 가사가 전하는 주제의식도 명확하고 이에 맞춰 우리의 역량을 모두 표현하고자 안무까지 어렵게 가져간 것 같다.


규진: 노래도 좋지만 우리는 춤에도 욕심이 있고 둘 중 어느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엔 버거웠지만 연습생 때부터 보컬과 퍼포먼스 양쪽으로 어려운 곡들을 많이 소화해 와서인지, 일단 하니까 되긴 되더라(웃음).


‘High horse’와 타이틀 곡 외에도 소개하고 싶은 곡이 있다면? 이전에 발매한 곡도 좋다.

배이: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부터 가장 좋아하는 곡이 ‘Papillon’이고 이 곡을 소화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어떨지 너무 기대됐다. 지난 < Fe3O4: Break >에 수록된 ‘Break the wall’도 고음이 많고 가창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이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이번 공연 때도 불러봤는데 공연에서 특히 빛을 발하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규진: 이전 앨범 3번 트랙 ‘Run for roses’를 정말 좋아한다. 바이올린 사운드에 처음 매혹되었는데 멜로디도 좋고 퍼포먼스까지 함께 할 때 그 에너지를 좋아한다. 무대를 꾸밀 때 퍼포먼스와 가창의 시너지를 잘 보여주는 곡이라 무대를 할 때마다 도파민이 솟는다.


배이, 릴리


또 < Fe3O4 > 3부작의 주된 음악적 지향점은 힙합이다. 힙합이라는 장르 안에서 엔믹스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배이: 타이틀이 모두 힙합이었는데 세 곡 모두 느낌이 다르다. ‘Dash’는 화려하고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었다면 ‘별별별 (See that?)’은 삐딱했고, ‘Know about me’는 성숙한 절제미가 있다. 같은 장르에서도 다양한 모습을 나타낼 수 있는 게 우리의 강점이다.


릴리: 여기에 지우와 규진의 랩이 곡들을 더 빛내준 것 같다.


랩과 힙합 음악을 평소에도 즐겨 듣는가? 혹시 있다면 어떤 뮤지션을 좋아하는지.

규진: 연습생 때부터 랩을 해왔고 다양한 랩 스타일에 관심이 많다. 빠르고 센 랩과 싱잉 랩 모두 좋아해서 도자 캣, 피에이치원(pH-1), 도우치(Doechii) 등 국내외 가리지 않고 즐겨 듣는다.


릴리: 켄드릭 라마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를 좋아한다. 가사에 담긴 의미를 깊게 알아보는 것도 좋아해서 좋아하는 앨범이 있으면 가사 검색 웹사이트 지니어스에서 트랙마다 맥락과 정보를 찾아볼 정도다.


지우: 마찬가지로 켄드릭 라마를 좋아한다. 다양한 플로우를 구사하는 게 큰 매력이라고 생각하며 억양이나 랩 스타일을 참고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분위기의 힙합 음악을 많이 찾아 들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다른 멤버들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가.

설윤: 여러 K팝 음악을 좋아하고 최근에는 리센느를 많이 듣는다. ‘Love attack’은 정말 좋은 곡이다.


해원: 즐겨 듣던 K팝에서 꼽아보자면 샤이니 선배님의 ‘방백’과 f(x) 선배님의 ‘미행’ 등을 정말 좋아했다. 


동시대에 활동하는 K팝 팀들 중 음악이나 퍼포먼스 측면에서 눈이 가는 팀이 있다면?

지우: 이번에 활동 기간이 겹쳐서 싸이커스라는 팀이 리허설하는 모습을 보며 놀랐다. 퍼포먼스와 라이브 모두 대단하더라.


릴리: 개인적으로 엔시티 그룹 분들의 음악을 좋아한다.



설윤, 지우

한 곡에서 분위기가 자주 뒤바뀌는 믹스팝에 대한 멤버들의 생각도 궁금하다.

규진: 데뷔 초에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여러 장르를 섞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 소화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자연스럽게 넓어지고 여러 음악을 배우고 알아가는 것도 좋다.


해원: 사실 처음부터 엔믹스는 새로웠고 늘 변화를 주었기 때문에 이제는 익숙해진 것 같다. 원대한 꿈을 말하자면 K팝도 많은 선배들이 길을 개척하고 성과를 쌓아서 완성되지 않았나. 믹스팝 역시 엔믹스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음악 사이트에 한 장르로 남았으면 좋겠다.


현재 아이돌 가창력을 논할 때 엔믹스는 빠지지 않는다. 보컬 실력을 뽐낸 대표곡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규진: ‘High horse’가 가장 어렵기도 했지만 그만큼 실력을 가장 잘 보여준 곡 같다. 이 곡을 녹음할 때는 발음, 발성, 한 소절 한소절 엄격하고 섬세한 기준을 두기도 했다. 


릴리: 테크닉과 감정 표현이 많이 담긴 곡인데 이를 빠른 시간 안에 보여줘야해서 정말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설윤: 애드립과 고음이 많아서 타이틀 중에서는 ‘Love me like this’다. 가창력과 이에 대한 기대에 부담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계속 칭찬 받다 보니 더 잘하고 싶어지는 욕심도 생긴다.


요즘은 레코딩 비하인드도 찍어서 올리는데 부담이 되거나 신경 쓰이지는 않는지. 

릴리: 약간 완벽주의자 성향이라 ‘Run for roses’ 녹음할 때 처음에는 실수를 공개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 사람들은 완벽하게 녹음된 것으로 듣게 될 텐데 발전하는 과정을 팬들께 보여드려도 좋을 것 같았다. 더 인간적인 모습이었는지 실제로 공개된 후 많은 공감을 산 것 같다. 이후에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도 가끔씩 실수할 텐데, 나도 당연히 그럴 수 있겠구나 하고 마음을 편히 먹게 되었다. 


보컬 실력에 비해 퍼포먼스에 집중된 음악이 많다는 의견도 있다.

릴리: 기준은 각자 다르다고 생각한다. 퍼포먼스를 중시하는 팀도, 음원을 중시하는 팀도 있다. 그런데 퍼포먼스를 포기하기엔 엔믹스는 아까운 춤 실력을 가졌고 우리 음악에서 퍼포먼스의 비중도 크다. 보컬을 강조하기 위해 퍼포먼스가 없는 곡을 내기보다는 모두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곡이 좋다고 생각한다.


혹시 자작곡에 대한 욕심도 있는가.

규진: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욕심은 늘 있다. 부끄럽지만 자작 랩을 써보기도 하고 나중에 직접 만든 음악을 부르면 너무 재밌을 것 같다.


해원: 연습생 시절에 릴리 언니와 함께 작곡 수업도 들어서 작곡을 시도해보고 있다. 그런데 K팝에서 많이 다루지는 않는 인디 밴드 음악이나 사이키델릭한 힙합과 록을 좋아하다보니 가사를 쓰고 팀 곡으로 꾸리려고 하면 늘 어렵다. 


각자 솔로 활동을 한다면 어떤 스타일로 해보고 싶은가.

릴리: 피아노로 작곡을 시작해서 막상 곡을 쓰면 발라드가 많이 나온다. 자주 듣는 스타일은 아니라 최대한 활발한 노래를 쓰려고 도전하고 있다. 솔로로는 내 목소리와 어울리는 펑키(Funky)한 스타일이나 알앤비로 가고 싶다. 아! 생각해보니 록도 좋아하니까 해보고 싶다.


지우: 잔잔한 피아노 위에서 부르는 발라드처럼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이지리스닝 곡을 해보고 싶다.


규진: 에너지가 강하고 동시에 시크한 퍼포먼스를 시도해보고 싶다. 최근 나온 예지 선배님의 ‘Air’ 같은 곡이 좋을 것 같다. 



해원


엔믹스는 예능에도 많이 출연하는데 무대에서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예능과 무대에서의 마음가짐은 어떻게 다른지.

해원: 본업은 가수고 예능은 나의 본업에서 벗어나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필드라고 생각해서 오히려 긴장하거나 떨지 않는다. 하지만 무대에서는 실패하면 안 된다는 부담을 갖는다. 편하게 마음을 가져서 부담 없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잘 비춰진 것 같고, 무대에서는 아직까지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해원은 엔믹스의 리더로서 어려운 점이 있는지?

해원: 좋은 리더가 되려면 본인에겐 엄격하고 남에겐 관대해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하지만 나를 포함해 멤버들을 대하는 엄격함과 관대함을 구분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리더로서 뿌듯할 때도 있나?

해원: 멤버들이 어딘가에 혼자 출연해 1인분을 해낼 때다. ‘엔믹스 6분의 1’이 아니라 온전한 ‘1’이라는 게 보일 때 참 뿌듯하다.


다른 멤버들은 리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규진: 든든하다. 연습생 때부터도 늘 상위권에 있던 해원 언니와 릴리 언니였는데 둘이 중심을 잡고 있어 든든하다. 밖에 보이는 모습으로도 늘 잘 하고 있지 않나. 멤버들에게 현실적인 조언도 많이 해줘서 좋다.


지우: 회의나 인터뷰 때 멤버들의 말이 막히면 해원 언니가 든든하게 뒷받침을 해준다. 순발력과 말솜씨까지 믿음직스럽다.


마지막으로 이즘의 공식 질문이다. 각자의 인생 음악을 공유해주기 바란다.

릴리: 한 곡만 선택하기 정말 어렵지만 내가 좋아하는 모든 점을 가진 퀸의 ‘Bohemian rhapsody’다. 가족들과 노래방을 가거나 하면 꼭 부르는 애창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렸을 때 집이나 파티에서 모두 같이 불렀던 기억이 기분 좋게 남아있다.


배이: 아리아나 그란데의 < Dangerous Woman >이다. 노래에도 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중학생 때 정말 많이 들어서 지금도 이 음반을 들으면 여름방학 놀이터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 후로 서울에 거주하게 되어 이제는 그런 여유를 느끼기가 힘든데 내게는 당시의 기억을 부를 수 있는 앨범이다.


지우: 오디션 때 불렀던 태연 선배님의 ‘11:11’을 고르고 싶다. 그 곡을 부르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수도 있으니까 내 인생의 음악이다.


설윤: 아이유 선배님의 < 팔레트 > 앨범을 좋아한다. 듣고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던 곡이 앨범에 수록된 ‘이런 엔딩’이다. 곡의 감정이 섬세하게 잘 느껴진다.


해원: 세 살 때부터 ‘Waltz No. 2’(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을 흥얼거리면서 아버지 발에 올라타서 손을 마주잡고 아버지가 움직이는 대로 춤을 추다가 아버지 품에 안겨 잠에 들었다. 어릴 적 내내 그렇게 잠들어서 첫 기억에 남은 곡이고 처음 푹 빠진 노래를 고르자면 이매진 드래곤스의 ‘Demons’다. 그리고 못의 ‘날개’와 이상은 선생님의 ‘새’는 곡의 가사를 정말 좋아한다.


규진: 꿈을 키우게 해준 태연 선배님의 ‘I’다. 뮤직비디오를 볼 때부터 사랑에 빠져서 이런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고 이런 곡을 부르고 싶었다.




정리: 손민현

진행: 소승근, 손민현, 한성현, 정기엽, 임선희

사진: 임선희, JYP엔터테인먼트

손민현(sonminh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