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파씨(YOUNG POSSE) 인터뷰

영파씨(YOUNG POSSE)

by 소승근

2024.09.20

정선혜, 지아나, 위연정, 도은, 한지은 다섯 명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고, 왈가닥 톰보이고, 얌전한 모범생이고, 수줍음 많은 소녀이며, 악바리 같은 노력파다. 인터뷰 내내 병립할 것 같지 않은 이 여러 가지 모습들을 보고, 확인하고, 느꼈다. 영파씨의 뮤직비디오와 많은 영상에서 보여준 그들의 모습에는 살벌한 N.W.A.도, 느끼한 엘엘 쿨 제이도, 냉소적인 스눕 독도, 눈이 부리부리한 투팍도 있지만 실제 모습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0대의 학생이자 20대의 젊은이다. 이 갭을 극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음악 이야기가 모든 것을 녹였으니까. 지난 9월 10일 구의역에 위치한 RBW 엔터테인먼트 빌딩에서 2024년 최고의 신인 중 한 팀인 영파씨를 만났다. 



영파씨의 이번 콘셉트는 1980 ~ 1990년대의 힙합이다. 그때 음악을 많이 들었나?
정선혜: 연습생을 시작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힙합에 관심이 생겼고 올드 힙합 외에도 여러 가지를 들었다. 힙합은 문화이기 때문에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됐다.

그러면 올드스쿨 힙합 MC 중에 괜찮다 느낀 아티스트가 있는가? 최근 래퍼들 중에서도 좋다.
정선혜: 해외 래퍼 YG 곡을 듣고 좀 강렬하다고 느꼈다.

위연정: 연습생 때부터 도자 캣과 아이스 스파이스 음악을 좋아했다.

한지은: 연습생 시절 비비 노래를 즐겨 들었는데 특히 ‘한강공원’과 ‘Bad sad and mad’를 좋아한다.

도은: 이하이의 음악을 좋아한다.

지아나: 아리아나 그란데를 좋아한다.

힙합에는 각자 언제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위연정: 알앤비를 좋아했는데 연습생 시작하면서부터 3년 정도 힙합을 중점적으로 들었다.


위연정

뮤직비디오에서 보면 천방지축, 말괄량이 같은 모습이 자연스럽다. 나이 대에 맞는 자연스러운 이미지인 것 같은데 평소 성격이나 텐션은 어떤가?
모두: 영상에서 보신 모습 그대로다.

정선혜: 우리끼리 있으면 말도 굉장히 많다. 그렇지만 각자 생각도, 고민도 많아서 얘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다. ‘Scars’같은 곡도 다른 분들이 귀엽다고 느낀 것과는 반대로 우리는 우울한 곡이라고 느껴서 이런 부분들을 얘기하다보니까 가사도 쓸 수 있게 됐다.

소속사에서 힙합 강의도 진행한다고 들었다.
위연정: 공식적인 형태는 아니고 자연스럽게 작곡이나 랩 수업할 때 힙합을 알려주신다. 멤버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그러면 대표님이나 프로듀서 분들이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음악적인 가이드라인과 콘셉트는 회사가 정할 텐데 그렇다면 멤버들의 자율권은 어느 정도인가.
정선혜: 많은 기회를 준다. 이번에는 곡이 먼저 나왔고 가사를 같이 써보자고 했다. 콘셉트도 먼저 나왔는데 세부적인 것을 멤버들에게 물어봤다. 그러면 우리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좋은 게 있으면 받아주신다.


정선혜

Macaroni cheese’부터 통일된 주제가 음식이다. 
위연정: 이상하게 먹는 거에 대한 결핍이 있어서 그게 나타난 것 같다. 마카로니 치즈도 우리끼리 놀면서 시작한 곡이다보니 그렇고 < XXL >과 < Ate That >도 직접 작사에 참여하다 보니 우리의 먹는 이야기가 담기고 있다.

‘Ate that’에서 영화 < 터미네이터 2 > 장면을 따라한 것이나 선혜가 엘엘 쿨 제이처럼 옷을 입은 것 또 CG를 제거한 뮤직비디오 버전처럼 콘셉트 자체가 다른 그룹들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한지은: 뮤직비디오 감독님께서 모션을 적극적으로 보여주시면 저희가 따라한다.

앨범 소개 글도 자유분방한테 이것도 직접 썼나?
위연정: 처음부터 회사로부터 제안을 받았는데 ‘MZ스러운’ 이미지로 많이 고쳐준 것이다.

정선혜: 이번 < Ate That >에는 거의 90% 비율로 저희 코멘트가 남아있는데 이 콘셉트에 몰입해서 더 재밌게 작성했다.

조금 더 나이가 들면, 혹은 진심으로 음악 안에 담고 싶은 가사는 무엇인가?
정선혜: 방금 생각났는데 연습생 때 타입 비트에 화가 났던 것을 담은 곡이 있다. 이 노래를 월말평가 때 스탠딩마이크를 세우고 프리스타일처럼 했다. 소속사 직원분들에게 우리의 마음을 전달하는 노래였는데 대표님도 마음에 들어 하셨다. 

위연정: 보통 가사를 쓰거나 탑 라인을 쓸 때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그 노래는 하루 만에 완성됐다.

가사의 영감은 어디서 받는 편이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는 무엇인가?
정선혜: 평소에도 생각이 많은 편이다. 우리끼리 떠들면서 장난치거나 혹은 스트레스 받을 때도 영감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냥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가사가 툭 나온다. 

위연정: 화날 때 특히 잘 떠오른다. 영화를 보거나 실제로 누군가의 무대를 봤을 때도 큰 영감을 받는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멤버들의 강점은 무엇인가?
위연정: 모든 멤버들이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랩을 시작했다. 선혜는 딕션과 힘이 굉장히 좋고 톤도 훌륭하다. 지은은 어린데도 허스키한 목소리가 좋다. 도은은 발성이 좋고 지아나는 메인 보컬인데도 불구하고 랩을 굉장히 잘한다.

한지은: 연정 언니는 톤이 강점이다. 음색이 특별하다.


한지은

연습생 기간은 어느 정도였고 랩을 처음 들었을 때 어땠는가?
위연정, 정선혜: 원래 춤을 먼저 추기 시작했기 때문에 랩을 배운다기보다 무대를 배운다는 느낌으로 시작했다. 춤이랑 같이 하다 보니 좋았다. 지금은 춤보다 랩을 더 많이 한다.

소속사나 키겐 대표님이 참고하고 배우라고 레퍼런스로 준 가수는 누구였나?
위연정: 릴 체리와 릴 우지 버트를 들려주셨다. 처음 들어보는 스타일이고 굉장히 좋았다.

보컬리스트로서의 욕심은 없는가?
정선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기를 좋아한다. 록도 좋아하고 재즈 노래 부르는 것도 좋다.

위연정: ‘힐 코레오’라는 안무를 좋아해서 이 춤을 출 수 있는 섬머 워커 스타일에 도전하고 싶다.

한지은: 지금은 비비처럼 다양한 분위기를 소화하고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

도은: 다른 멤버들에 비해 연습생이 5개월 정도로 짧은 편이어서 아직까지 취향을 찾고 있는 중이다.

지아나: 음색을 보여줄 수 있는 감성적인 노래, 알앤비 발라드를 시도해보고 싶다.


지아나

성장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일까.
지아나: 사실 춤에 자신이 없어서 혼자 무대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노래와 춤 모두 좋아하는데 노래 쪽에 강점이 있어서 이쪽으로 밀고 갔다.

도은: 춤이랑 노래, 랩 중에 하나를 특별히 잘하는 건 없지만 그래도 노래를 더 잘하고 싶다.

한지은: 목소리가 큰 편이 아니라 발성과 발음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성량을 키우고 싶다.

위연정: 평소에도 표현하는 것에 서툴다. 음악적으로도 비슷한 것 같아서 표현 방식을 많이 넓히고 싶다.

정선혜: 외국어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무대에서는 체력이 더 강해져야 많은 것을 보여주겠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서도 영파씨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고 있는데 외국어가 서툴다 보니 대답을 못해서 내 자신이 답답하고 미안할 때가 많다. 다양한 외국어를 배우면 작사에도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고.

랩과 안무를 함께 하는 게 힘든데 연습할 때 중점을 두는 쪽은?
정선혜: 사실 이번 앨범은 라이브 연습을 따로 많이 하지는 못했다. 그룹 특성상 페스티벌에 많이 다니다 보니 저절로 연습이 되는 것 같다. 우리도 몰랐는데 다시 보니 많이 늘었더라. 방송하고 모니터링하면서 힘이 부족한 부분과 호흡 등을 바로 체크한다.

음악 방송 보니까 다른 팀보다 라이브를 더 많이 한다. 여러분이 라이브를 고집하나?
정선혜: 라이브를 안 하면 우리의 어색한 표정이 화면에 그대로 드러난다.

위연정: 첫 방송 촬영하고 나서 핸드마이크를 직접 부탁해서 바꿨다. 

어떤 콘텐츠에서 연정과 선혜가 지금의 힙합 분위기를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더 다른 걸그룹들처럼 부드러운 콘셉트로 변화를 줄 지에 대해 말하는 걸 봤다. 선혜는 지금보다 더 강한 힙합 스타일, 연정은 변화를 선택했는데 다른 멤버들의 의견은 어떤가.
한지은: 콘셉트에 맞추기보다 궁극적으로는 진짜 우리의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도은: 연습생 때 수록곡으로 월말평가를 본 적이 있다. 청순한 우리의 모습을 서로 견디지 못해서 많이 힘들었다. 그런 쪽보다 아직까지는 강한 쪽이 좋을 것 같다.

지아나: 강한 노래 안에서도 각자 멤버들만의 캐릭터성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노래에서도 각자의 매력을 잘 표현하는 게 좋겠다.


도은

힙합 페스티벌과 음악 방송의 차이는? 9월에도 < 랩비트 페스티벌 >에 서는데.
정선혜: 월말평가 때는 순서대로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2시간 동안 콘서트 구성을 취했다. 관객이 있다 생각하고 조명을 정하고 마이크도 넘기면서 호응을 유도했다. 이런 연습을 하면서 짜릿함도 느꼈고 무대가 고파졌다. 오히려 페스티벌 나가는 게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음악방송 나갈 때에도 카메라를 봐야 하는데 관객을 본 적도 많고 페스티벌에서는 과하게 신나고 흥분해서 톤이 높아지기도 한다.

월드 투어를 앞두고 있지 않은가.
한지은: 올해 10월에 한 달 정도 미국 투어를 할 예정이다. 많이 설렌다.



진행: 소승근, 임동엽, 손민현, 한성현
정리: 소승근, 손민현
사진: DSP 미디어
소승근(gicsuck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