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결산번외편] 2019 에디터스 초이스(Editors' Choice)

by IZM

2019.12.01



에디터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을 소개하는 연말결산번외편, 2019 에디터스 초이스다. 2년 전, 한 장이라도 더 한 곡이라도 더 소개하고자 했던 '투 머치 인포메이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한 특집이 어느덧 세번째를 맞았다. 이즘 연말 결산에 오르지 않은 작품 위주로, 에디터 개인이 강력 추천하는 작품들을 모았다. 베일에 싸여 있는 이즘 에디터들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기도 하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우리는 음악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찰리 XCX(Charli XCX) < Charli >
팝의 미래를 개척하는 찰리 XCX와 친구들. 혁신의 최전선에서 성실하고 눈부시게 전진한다. 크리스틴 앤 더 퀸즈(Christine And The Queens)와 함께한 'Gone'은 천재의 작품. 처음 듣고는 공중제비라도 돌고 싶은 마음이었다.

빅 씨프(Big Thief) < U.F.O.F >
포근한 선율에 차가운 고독을 실어 노래한다. 그 깊이를 가늠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도 이 앨범을 듣고 있다.

라비나(Raveena) < Lucid >
우아한 목소리에 처음 반했다. 디아스포라의 슬픔을 담아낸 메시지에 두번째로 반했다. NPR 데스크 라이브(NPR Desk Live)를 보고선 완전히 반했다.

민수 '민수는 혼란스럽다'
우리의 문제인지, 아님 내 문제인지. 2019년에도 혼란스러웠던, 방황하는 청춘들을 위로했던 노래.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거야'에 대한 인디의 대답.

< 겨울왕국 2 (한국어 버전) >
푸른 하늘 위로 아렌델 깃발이 휘날려! 5년을 기다려 다시 만난 겨울왕국, 원작을 뛰어넘는 '초월 더빙'에 N회차 관람은 필수였다. '변치 않는 건' 항상 '숨겨진 세상'을 위한 내 마음❄️



마돈나(Madonna) < Madame X >
마돈나는 올해 가장 그다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마담 엑스는 기득권을 향한 저항, 소수자들의 연대, 사랑과 평화, 그리고 여성을 노래했다. 파두(fado)와 라틴 팝, 디스코와 트랩이 혼재된 음악도 근사했다. 미국 내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God Control'의 뮤직비디오는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명작.

있지 '달라달라'
2019년의 가장 영리한 하이브리드. 과감한 일렉트로닉 음향에 감각적으로 배치한 힙합 브레이크, 중독적인 팝 멜로디가 강력했다. 신인답지 않게 안정적인 보컬, 댄스 퍼포먼스도 역할을 했다. 아이돌 그룹의 데뷔곡 중 이보다 깊은 인상을 남긴 곡은 많지 않다.

천용성 < 김일성이 죽던 해 >
독특한 제목에 먼저 이끌린 앨범은 그야말로 올해의 발견이었다. 천용성은 느긋하고도 어딘지 처연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김일성이 죽던 해', '대설주의보' 등 포크와 가요 감성을 두루 갖춘 것이 포인트. 올해 천용성에 '입덕'한 이는 나뿐만이 아닐 테다.

박정현 < The Wonder >
박정현 개인의 디스코그래피 내에서도, 올해의 팝 알앤비 앨범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었다. 특히, 소박하고 수수하게 부를 때 오랜 내공이 발휘됐다. 정동환, 선우정아 등 후배 뮤지션과의 합동 작업도 좋은 호흡을 들려줬다.

정재일 < 기생충 >
영화만큼이나 음악도 놀라웠다. < 옥자 >(2017)에 이어 봉준호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정재일은, 영화 속 상승과 하강의 이미지를 그만의 바로크 스타일로 표현했다. 뛰어난 선율감, 다이내믹이 돋보인 '믿음의 벨트'와 '짜파구리'는 한국 영화음악 역사에 남을 수작이다.



씨잼(C Jamm) < 킁 >
유쾌하게 풀어낸 자기 고백의 결과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며 끝난다. 장르를 뛰어넘어 구축한 그의 고유영역은 그렇게 탄생했다. 올해의 앨범.

블랙 키스(The Black Keys) < Let's Rock >
새로운 시도에 대한 요구는 이내 등장하는 강한 기타 소리에 묻혀버렸다. 고민하지 말고 Let's Rock.

뱃사공 'Rainbow (Feat. YDG)'
어떠한 꾸밈없이 툭 던지는 위로의 한 마디. 당신 인생의 이야기.

루엘(Ruel) 'Painkiller'
한국의 '힙'한 국민 프로듀서들이 선택한 다음 타자.

톤즈 앤 아이(Tones And I) 'Dance monkey'
유럽을 넘어 미국까지. 흘러가는 사회 현상으로 치부하기엔 갓 데뷔한 아티스트의 내공이 심상치 않다.



페이 웹스터(Faye Webster) < Atlanta Millionaires Club >
감미로운 하와이안 기타, 느릿하게 흘러가는 언어가 혼란을 정돈한다. 그야말로 초콜릿만큼 달콤한 휴양지.

놀이도감(김민수) < Playbook >
16mm 필름과 카세트 테이프라니. 완전 반칙이다.

태연 '사계(Four Seasons)'
격하게 감정을 쏟아내지도, 폭발적인 고음을 내지르지도 않았지만 절정의 꽃을 피웠다. 우리는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여유를 즐기면 된다.

릴러말즈 '야망(feat. ASH ISLAND, 김효은, Hash Swan, CHANGMO)'
단출한 구성과 6분의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다. 자기 과시, 허세가 힙합의 슬로건이 된 요즘, 야망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는 힐링의 텍스트가 되었다.

솔란지(Solange) 'Almeda'
갈색 피부, 굴곡진 머리카락 그리고 검은 나날들. 지울 수 없는 검은 운명은 솔란지로 인해 '블랙 파워'로 거듭난다. 이곳에 '비욘세 동생'이라는 꼬리표는 없다.



와이즈 블러드(Weyes Blood) < Titanic Rising >
오케스트라의 우주 위로 부유하고, 노스탤지어의 바다 아래로 침잠하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 Igor >
타일러의 사운드 감각이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그것도 무서운 속도로.

리틀 심즈(Little Simz) < Grey Area >
자신을 둘러싼 회색 영역 속에서 마침내 빛을 발하다.

공원소녀 < 밤의 공원 (The Park In The Night) part three >
진정한 웰메이드 팝은 의외의 곳에서 등장한다.

캐롤라인 폴라첵(Caroline Polachek) 'So hot you're hurting my feelings'
쉽고 강렬하다. 체어리프트(Chairlift) 키드가 제시한 신스팝의 현대식 변용.



개리 클락 주니어(Gary Clark Jr.) < This Land >
진정한 소울의 의미.

드랩 마제스티(Drab Majesty) < Modern Mirror >
큐어! 수지수! 조이 디비전! 디페시 모드! 레트로 붐에 고딕도 넣어줘요!

에바 맥스(Ava Max) 'Freakin me out'
메인스트림에 진출하기 위한 인디팝의 가장 모범적인 형태.

디브(DIIV) 'I like before you were born'
그 왜 있잖아요. 요즘 유행하는, 왠지 모르게 쓸쓸하고 고독한 청춘들의 90년대 바이브. 발렌타인 어쩌고라던가.

비바두비(Beabadoobee) 'Space cadet'
개 같은 나의 청춘(이었던 것).



스터길 심슨(Sturgill Simpson) < Sound & Fury >
'소리와 분노'라는 거친 제목과 달리 블루스 록의 엔진 소리가 시원하고, 경쾌하고, 묵직하다.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 < No Geography >
약물의 도움 없이도 환각적 파티를 즐길 수 있다.

시거레츠 애프터 섹스(Cigarettes After Sex) 'Heavenly'
천국에서 듣거나, 천국에서 들리거나, 둘 중 하나는 확실하다.

블랙 퓨마스(Black Pumas) 'Color'
사냥 준비를 마친 두 짐승의 카리스마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 < Western Stars >
외유내강.



갤런트(Gallant) < Sweet Insomnia >
< Ology >가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한 결과물이라면, < Sweet Insomnia >는 1990~2000년대 알앤비의 감각과 부지런히 소통한 앨범이다.

마할리아(Mahalia) < LOVE AND COMPROMISE >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여성 알앤비 가수. 뮤지션의 색깔이 분명하면서도 대중적인 선율을 지닌 앨범을 만난다는 건 참 기쁜 일이다.

킹 프린세스(King Princess) 'Cheap queen'
고귀한 'Queen'과 값싼 'Cheap'이 공존하는 제목이라니. 아이러니를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해 열어보게 된 곡이다. 호기심 덕분에 좋은 곡을 발견할 때가 많다.

십센치(10cm) '방에 모기가 있어'
그런 날이 있다. 멋진 옷들 사이에서 친근한 트레이닝복이 더 눈에 들어오는 날이. 나에게는 이 곡이 트레이닝복이었다.

콜드(Colde) '마음대로'
귀를 사로잡는 도입부에 이끌려 듣고 나면, 슬픈 노랫말을 담담하게 소화하는 화자의 태도를 주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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