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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Tree
박효신
2004

by 김소연

2004.05.01

대중 매체들을 통해 알앤비의 강풍이 거세게 휘몰아쳐왔지만 원류격인 소울의 미풍도 조용하고 잔잔하게 불어왔다. 최근만 하더라도 아소토 유니온, 얼바노 등이 본격 소울 음악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소개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 이들만큼 오리지널 소울을 구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박효신도 항상 소울 싱어 지망도임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이제는 앨범 이름까지 <Soul Tree>로 써 붙이고 소울에 대한 자신의 열망을 역설하려한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Soul Tree>에서 열매를 맺은 곡들은 버터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소울의 이국적 정서보다도, 한국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발라드 곡들이 많다. 한마디로 알찬 가요들로 꽉꽉 들어찼다는 것인데, 이것만으로도 '잘나가는' 음반으로써의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

특히나 김광진(작곡), 박용준(편곡) 콤비+허승경(작사, 김광진의 부인) '니가 들려준 말'부터 김현철(작곡), 이소라(작사)가 오랜만에 재결합한 '그 흔한 남자여서'도 만날 수 있다. 또한 김광진과 허승경이 힘을 합치고 긱스의 원년멤버 강호정이 편곡의 손을 보탠 '몰랐죠'까지, 1990년대 초중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가요들을 즐겨들었던 사람들이라면 박효신의 음반에서 뜻밖의 소득을 건졌다 생각할 정도다. 화려한 참여 뮤지션들의 면면이 아닐 수 없다.

친근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김광진의 멜로디와 강호정이 덧붙인 도회풍 편곡이 만난 '몰랐죠'는 맑은 어린 아이의 목소리로 시작, 기대를 한껏 받고 있는 알앤비 싱어 앤과 이소은이 피처링으로 참여해 노래를 더욱 빛냈다. '니가 들려준 말'은 전형적인 김광진 특유의 이별 정서가 응축되어 있는 곡이며, '그 흔한 남자여서'는 클래시컬한 편곡과 청각 세포를 자극하는 멜로디에 남성 심리를 파고드는 가사와 함께 이미 은근한 인기를 예약해 두고 있다.

물론 소울에 대한 고민도 여러 곡에서 드러냈다. 자신이 직접 작곡하고 이소라가 친히 가사를 써준 'Hey U come on'의 신나는 펑키 스타일과 특유의 창법, 영문 가사로 감칠맛 나는 보컬을 선보인 'Believe in you'가 그것이다. 김범수가 목소리를 빌려주는 우정을 과시한 '친구라는 건'의 흥겨운 브라스의 향연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오히려 앞서 언급했던 곡들이나 선율, 편곡 모두 박효신의 보이스칼라와 찰떡궁합을 이루는 타이틀곡 '그 곳에 서서'와 같이, 조금은 전형적이지만 잘 짜여진 곡들에서 팬들은 즐거움을 얻을 것이 사실이다. 하림이 상큼하게 불어준 휘슬이 이끄는 '찾을 수 없는 길'도 마찬가지다.

박효신의 보컬은 칭찬받을만한 성장세를 이뤄가고 있고 그것은 소울의 깊은 맛을 내고 싶어서라는 것이 공언된 그의 이야기다. 그러한 지향을 가졌다는 것은 가수의 자의식을 공고히 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국 박효신은 많은 연인들과 젊은이들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한국 가수다. 그것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가장 기본적인 지향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Soul Tree>가 꽃피우려는 소울의 진정성을 따지고 들며 배척하기 전에 박효신이 노래를 통해 수용자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효용가치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브라이언 맥나이트 등과 같은 미국적 알앤비, 소울에 근접하려는 노력도 좋은 일이지만, 지금의 탄탄한 가요 수록곡들이 더 조밀한 완성도와 감동을 준다. 엉성하게 만들어진 곡은 한 곡도 없는, 괜찮은 가요 앨범이다.

-수록곡-
1. 나처럼 (작사 : 방시혁 / 작곡 : 김도훈)
2. Hey U come on (이소라 / 박효신)
3. 그 곳에 서서 (채정은 / 신재홍)
4. Believe in you (Sam lee / Sam lee)
5. 몰랐죠 (허승경 / 김광진)
6. 너를 꿈꾸며 (연주곡, 신재홍)
7. 찾을 수 없는 길 (신재홍, 박효신 / 신재홍)
8. 친구라는 건 (한경혜 / 황찬희)
9. 보낼 수 없는 너 (윤사라 / 신재홍)
10. 늘 그대로 (김태윤 / 신형)
11. Want it !! (하림 / 하림)
12. 왜 눈물만 나는지 (이기찬 / 이기찬)
13. 니가 들려준 말 (허승경 / 김광진)
14. 그 흔한 남자여서 (이소라 / 김현철)
김소연(mybranch@iz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