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마스 건(Mamas Gun)의 리더 앤디 플랫츠(Andy Platts)가 작곡한 곡은 < 슈퍼스타K 2 > 준우승 이후 일년 만의 등장에 어울린다. 브릿 팝의 짙은 냄새는 ‘미국 출신’이라는 배경에 맞물려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고, 가성의 사용은 소몰이와 고음으로 집중된 국내 남성 보컬 스타일에도 단연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노래는 기대치가 높았던 신인에게 개성을 만들만한 환경을 구축했다. 안타까운 건, 이 좋은 조건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무리 가성을 썼다 해도 노래의 시작부터 끝까지 들리는 창법은 김동률의 그늘에서 벗어나질 않는다.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했던 새내기가 김동률 화(化) 되어 버리니 청각에서 새로운 색깔은 찾기 어려운 것이다.
조력자를 너무 믿은 탓일까. 오랫동안 준비한 작업에선 도움을 받았다기보단 지배를 당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 곡에서 존 박은 없다.
2012/03 이종민(1stplanet@gmail.com)
★★ 가요계의 사분면에서 자신이 어느 지점에 위치해야 할지에 대한 결정은 반길 만했다. 슈퍼스타케이에서 얻은 인기와 팬덤을 즉각적으로 소모하지 않고, 김동률과 이적이 속한 음악 전문 기획사와 손을 잡아 진정성 있는 뮤지션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는 곧 오디션의 아마추어리즘 아닌 프로페셔널을 향한 외적, 내적 절치부심이다.
기대했던 ‘Falling’은 그러나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곡에 ‘존 박’ 자신이 없다는 것. 영국 밴드 마마스건이 작곡하고 본인이 직접 작사와 프로듀싱을 맡았다는 사실은 아티스트로서의 자긍심과 자의식을 한껏 높였을 테지만, 자의식을 얻는 대신 정체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
슈퍼스타케이에서 사람들을 매혹시켰던 저음의 굵은 목소리는 곡의 전면에 부각된 가성 뒤로 밀려나 거의 보이지 않는다. 빛깔이 희박해져 가수의 이름을 모른 채 듣는다면 누구의 노래인지 판별할 수 없을 정도이니 말 다했다. 전반적인 창법 역시 홍보 문구처럼 담백하고 신선하기보다는 힘없고 어설퍼 보인다. 때문에 ‘제발 날 감싸주세요, 이런 날 잡아주세요’라는 보호본능을 자극하기에 적합해 보이는 가사 또한 공허한 울림으로만 느껴진다.
보란 듯이 다시 링 위에 올라서려면 본인 스스로 가지고 있는 목소리의 강점을 알고, 그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곡을 선택했어야 했다. 곡에 주도되지 말고 곡을 주도했어야 했다. 존은 자신이 어느 사분면에 위치해야 할지를 영리하게 선택했지만, 정확히 어느 좌표여야 할지를 짚지 못했다.
2012/03 박현아(hapark85@gmail.com)
이 싱글은 앨범 다섯 수록곡 가운데 돋보인다. 영국 밴드 ‘마마스 건’의 멤버 앤디 플래츠 손에서 빚어진, 브릿팝 요소가 지배적으로 가미된 노래라는 것부터 예상 밖이다. 후렴구를 온전히 수놓고 있는 가성은 듣는 이로 하여금 존 박에 대한 새로운 체험을 가능케 하며 곡의 전면에 부각된 풍성해진 보이스 질감도 감상의 가치를 높인다. 그러나 '그만의 무언가'를 설명해 내는 데는 실패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음악을 예감하거나 실감하게 만들 임팩트는 부족하다.
가사를 직접 쓰고 프로듀싱도 본인이 했다. 싱어송라이터로의 자기 방향을 분명히 설정해 둔 자세다. 아마추어 딱지를 떼어내고 전문가수라는 정체성으로 첫 단추를 꿰어야 하는 입장에서, 대중에게 각인된 기존의 이미지가 음악적 선택의 자유를 방해하는 심리적 굴레로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Falling'은 이러한 고민 끝에 일궈진 신인(이라기엔 애매한) 뮤지션의 의미 있는 궤도이탈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전례를 견주지 않는다면 그리 아쉬울 것 없는 시작이다.
2012/03 윤은지(theothersong@naver.com)
★★ 살짝 늦은 감이 있다. <슈퍼스타K2> 동기들 대부분이 소속사를 찾고 브라운관에 모습을 비추는 동안 존 박의 소식은 소문만 무성했다. 웅성거림이 잠잠해질 쯤에 김동률이 이끄는 뮤직팜호(號)에 승선했고 올해 2월이 되어서야 첫 작품을 내놓았다.
출발선에 서서 한참을 고민했을 것 같다. 몸과 마음을 온전히 쏟을 수 있는 음악을 찾는 고민이었으리라. 그럼에도 앨범 대부분의 곡들이 김동률적이라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반면 김동률을 벗어난 브릿팝적 접근과 존 박의 가성이 돋보이는 ‘Falling’은 자신과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어느 정도 담아냈다는 점에서 수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다르기’를 향한 집착이 너무 강해보이는 것이 문제다. 앨범 전체 색깔과의 어울림에 도달하는 데도 실패했다.
2012/03 이수호(howard19@naver.com)
‘Falling’ 속엔 엇갈린 개성이 놓여 있었다. 다시 말해 샤니아 트웨인(Shania Twain)을 흥분시키고, 고음이 곧 가창력이라는 편협한 공식을 깨트린 중저음의 중후한 보이스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생뚱맞게 끼어든 시규어 로스(Sigur Ros)풍 가성. 출신에서 묻어나는 감성적 포용성을 활용해 브릿팝을 나름 느낌 살려 표현하였지만 불필요한 시도이다. 그만의 그루브는 여전히 무겁고 낮은 곳에서 살아있고 그것을 떨칠 수 없기에.
2012/03 김근호 (ghook040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