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즘 선정 2011 올해의 팝 앨범

아델(Adele) < 21 >
스물한 살에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많지만 아델처럼 노래하는 스물한 살은 없다. 아델의 음색이 과연 20대 초반이 맞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은 더 이상 필요 없지만 그의 능력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아직도 유효하다. 두 곡의 넘버원 'Rolling in the deep'과 'Someone like you' 그리고 음반의 보석 'Turning tables'의 숙성된 보컬과 'Rumor has it'과 'Set fire to the rain'에서의 노래 장악력은 아델의 가창력에 대한 신뢰를 무한대로 확장한다.
아델은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와 부재(不在)와 조스 스톤(Joss Stone), 더피(Duffy)의 부진이라는 무주공산(無主空山)에 무임승차한 것이 아니다. 송라이터로서 한 단계 성장을 이룩한 < 21 >은 이 오해를 풀어줄 수 있는 확실한 해답이다.
2011/12 소승근 (gicsucks@hanmail.net)

브루노 마스(Bruno Mars) < Doo-Wops & Hooligans >
지금 정치계에는 하와이 출신의 혼혈인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있다면, 음악계에는 부르노 마스가 있다. 권한의 끝은 어디쯤이 될 것인가. 열기를 식힐 시간조차 주지 않았던 2010년 차트 대통령의 화려한 데뷔작. 두왑(Doo-Wop) 사운드를 기반으로 알앤비, 힙합, 소울, 레게 등을 녹여내 견고히 마감했다. '부르노 마스표' 음악으로 독창성, 완성미, 대중성 이 세 가지 핵심요소를 모두 만족시키는 승리를 거뒀다. 음악을 통한 지배는 이런 식으로 이루어져야한다.
2011/12 박봄(myyellowpencil@gmail.com)

콜드플레이(Coldplay) < Mylo Xyloto >
이만큼 많은 비교를 당한 밴드도 드물다. 데뷔 초 라디오헤드(Radiohead)와의 비교부터 < Viva La Vida >부터는 유투(U2)와의 비교까지, 먼저 길을 닦아둔 선배들이 워낙 대단했던 탓에 근 10년간 욕도 많이 먹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 Mylo Xyloto >는 콜드플레이가 그네들 모두를 극복한 '선을 긋는' 앨범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확실히 제시한 작품이라고는 단언할 수 있다. 극치의 탐미주의로 이전의 멜랑콜리 정서와 선을 긋고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를 통해 전 인류적 '보편성'을 획득한, 과거의 넥스트 빅 씽(Next big thing)이 어떻게 현재의 빅 씽(Big thing)이 되어 가는지 그 고민을 읽을 수 있는 작품.
2011/12 여인협(lunarianih@naver.com)

드레이크(Drake) < Take Care >
현재 힙합의 초국적 트렌드인 전자음 기반의 음악을 제시하지만 맹목적으로 유행에 동의하지 않았다. 드레이크(Drake)는 그 경향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다운템포로 방향을 틀어 자신만의 빛깔을 냈다. 래핑과 싱잉을 오고가는 보컬은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소. 수록곡들에서 표현하는 자기 회의와 연민, 침울한 공격성은 이 시대 젊은이들의 보편적인 고민과 잇닿으며 유대감을 키웠다. 앨범의 톤은 한없이 침잠함에도 음악계에서는 가뿐히 부상할 수 있던 이유다.
2012/12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플로렌스 앤 더 머신(Florence + The Machine) < Ceremonials >
이번에도 성공이다. 데뷔작 < Lungs >에서 록, 펑크, 빈티지 소울을 섞는 과감함으로 신선한 충격에 빠뜨렸다면 이번에는 웅장함으로 치장해 우리를 압도한다. 월 오브 사운드(Wall of Sound)를 무기로 삼은 기타, 드럼, 오르간, 코러스, 현악 모두 치명적인 소리로 돌변했다. 소포모어 징크스는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앨범 전체 곡으로 이렇게 진을 쳐 놓으니 2011년 동안 대적할 만한 작품 찾기는 그리 쉽지 않았다.
2011/12 박봄(myyellowpencil@gmail.com)

푸 파이터스(Foo Fighters) < Wasting Light >
누가 록이 죽었다고 했는가. 차트와 텔레비전을 넘어 거리에서까지 힙합과 일렉트로닉의 어깨동무가 잦아진 건 사실이나, 록은 끝나지 않았다. 시간을 버티다 보면 이렇게 감동의 로큰롤을 다시 만나게 된다.
2011년에 접어들었음에도 음악은 1990년대 그런지(Grunge)가 전달해준 열광을 다시 재건했다. 이건 그냥 냄새 좀 맡게 하거나 흉내 낸 모방품이 아니다. 앨범에 들어서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것이다. 마초의 기타와 보컬을 만나며 뛰놀던 옛날이 생각나는가. 그렇다면 그리워할 필요 없이 지금 바로 들으면 된다.
2011/12 이종민(1stplanet@gmail.com)

폴 사이먼(Paul Simon) < So Beautiful Or So What >
거장의 가슴은 여전히 따뜻하다. 그 온기는 음악 안에 온전히 전해진다. 수록곡 전체를 순수하게 기타만으로 작곡해 어쿠스틱의 감성으로 가득 채웠다. 에둘러 말할 것 없이 이번 작품은 1986년 작 < Graceland > 이후 솔로 커리어 중 최고의 음반이다. 노랫말의 종교적 접근은 자칫 심각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것은 사랑이며 서로에 대한 관심임을 이야기한다. 한때 천착했던 월드뮤직의 향취, 포크뮤직의 가녀린 선율,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멜로디의 전개까지, 시대의 마에스트로 폴 사이먼의 음악에는 곱씹을수록 깊은 맛을 느끼게 하는 정수가 담겨있다. 노장은 죽지 않았다. 아니, 그의 음악만은 영원불멸일 것이다.
2011/12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 < Stone Rollin' >
이제는 '장인'이라고 부르는 게 옳다. 신시사이저 대신 멜로트론(Mellotron)을 사용하며, 오케스트라, 코러스도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리얼 휴먼의 손길과 목소리다. 첫 곡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전혀 찾아보기 힘들다. 완벽한 실제 연주다. 미세한 부분, 거대한 부분 구분할 것 없이 그의 '장인정신'이 깃들어있다. 소울 아티스트가 표하는 로커빌리 스타일, 블루스, 로큰롤 등에 대한 정중한 경의.
2011/12 박봄(myyellowpencil@gmail.com)

러시안 레드(Russian Red) < Fuerteventura >
들을수록 좋은 음반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러시안 레드의 소포모어 앨범 < Fuerteventura >는 이런 희소성을 기꺼이 기다리게 만드는 명반이다. 빌보드 차트나 각국의 인기 차트에 오르지 못해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좋은 음악이 탄생한다는 것을 < Fuerteventura >는 증명한다. 완벽하지 않은 노래 12곡이 모여서 하나의 완벽한 앨범을 만들었다.
2011/12 소승근 (gicsucks@hanmail.net)

본 이베어(Bon Iver) < Bon Iver >
겨울이 부르고 겨울을 노래한다. 팀명도 프랑스어로 좋은 겨울(bon hiver)에서 유래되었을 만큼 한기(寒氣)가 서려있다. 보컬 저스틴 버논(Justin Vernon)은 미국 북서부 위스콘신의 작은 오두막에서 음악을 기록했는데, 이러한 채집 방식은 빙하나 설경같은 눈부신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소박하지만 하모니가 어우러진 보컬은 범상치 않은 전개와 맞물려 환상성을 더한다. 자연을 닮은 광활한 기운은 도시인들을 감싸며, 올해 그래미상 노미네이트는 물론 피치포크 선정 2011 최고의 앨범으로 도약했다.
2011/12 김반야 (10_b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