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겨울 2집 <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 > (1989)

퓨전재즈의 문법을 주류 속에 확고하게 진입시킨 작품. 현재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로 주목받고 있는 김종진의 친구 서도호가 데뷔작에 이어 앨범 재킷을 책임졌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이미지를 화가 이중섭의 색감이 연상되는 강렬한 색채와 그림으로 형상화했다. 밴드의 최대 히트곡 '어떤이의 꿈', 연주곡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 나이 차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을 격려한 곡 '열일 곱, 스물 넷' 등이 이 음반에 담겨있다.
2011/ 07 안재필(rocksacrifice@gmail.com)
이데아 1집 < 이제는 더이상 헤메이지 말자 >(1989)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 봐도 신선하다. 기타의 넥과 헤드스톡 부분을 여성의 다리와 하이힐로 표현하다니, 센세이셔널한 디자인이다. 재킷은 기타 모양과 금속성을 대변하는 은빛 채색을 통해 앨범에 어떤 음악이 담겨 있는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바로 간파하게 해 준다. 그렇다. 헤비메탈. 그것도 스피드메탈이다. 음악팬들에게 인기를 끈 노래는 발라드인 '이제는 더이상 헤메이지 말자'였지만. 고정관념일지는 몰라도 헤비메탈을 표현하는 디자인으로는 네 줄보다는 여섯 줄을 다는 게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2011/07 한동윤(bionicsoul@naver.com)
동물원 3집 < 시청앞 지하철역에서 >(1990)

작은 컵 안에 수록곡과 관련된 귀여운 힌트들이 오밀조밀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흡사 오랜 친구에게 이야기를 해주듯 풀어쓴 특유의 가사처럼 친절하다. 소박한 색채, 넓은 빈 공간을 자연스럽게 드러낸 것 또한 동물원의 음악스타일 그대로다.
2011/07 조아름 (curtzzo@naver.com)
이승환 2집 < Always >(1991)

가요계의 어린왕자는 변진섭과 이문세가 주도한 발라드 독점현상에 반기를 들며 혜성처럼 나타났다. 훗날 여린 모습 뒤에 숨겨둔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기에 이르지만, 소포모어 앨범까지만 해도 온화한 감수성을 모토로 하는 곡들이 대다수였다. 다만 '회상이 지나간 오후', '슬픔에 관하여' 등에서 강조되는 마이너한 감성은 앞으로 드러낼 이중적인 모습에 대한 전조를 드리우기도 했다.
흐릿하게 보이는 남자의 옆모습과 열려 있는 엘리베이터, 그 안에 서있는 소녀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부조화스럽다. 검은 색 의상과 모자에 가려 보이지 않는 표정에선 섬뜩함마저 느껴질 정도. 이처럼 균형감을 상실한 재킷사진의 파격은 뮤지션 본인의 밝음과 어두움을 모두 드러내며 여느 작품보다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오는 듯한 실루엣은 2년 후 변화에 대한 욕망을 감추지 못한 채 좀 더 뚜렷하게 본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그것이 롱런의 출발점이었다.
2011/07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서태지와 아이들 2집 < 하여가 >(1993)

데뷔앨범의 성공 뒤에는 소모포어 징크스가 빛과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공교로운 징크스를 따돌리고 1집의 대박이 단발적인 이슈가 아니었음을 공포한다. 당시만 해도 앨범 커버에는 가수의 사진이 들어가는 것이 공식이었고 그들의 1집도 이를 피할 수는 없었다. 2집에서는 어색한 포즈로 서있던 세 사람의 사진은 사라지고 서태지의 'S'를 디자인한 로고를 박아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앨범으로 탈바꿈했다. 커버의 혁명은 음악에도 이어졌다. 국악을 접목을 시킨 '하여가'는 가요계 역사가 되었고 적극적인 메시지를 가진 '죽음의 늪', '수시아'로 서태지와 아이들은 10대들의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얻었다.
2011/07 김반야 (10_ban@naver.com)
넥스트 1집 < Home >(1993)

알록달록한 꽃, 푸른 들판, 탐스런 열매가 맺힌 키 큰 나무, 맑은 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 모든 것이 평화롭다. 20세기를 향해 쉼 없이 달려온 인간들이 만든 완벽한 세상의 모습이다. 너무도 아름답기에 오히려 손 댈 의욕이 사라지는 한 폭의 그림 속에는 문명의 발달 속에 버려진 인간, 현대 사회의 가족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숨어있다. 영화 < 매트릭스 >를 연상시키는 비틀어진 고층 빌딩, 뾰족한 톱니바퀴가 가득한 뒷면이 받침이 되어 표지는 진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2011/07 조아름 (curtzzo@naver.com)
듀스 3집 < Force Deux >(1995)

데뷔 때부터 그룹의 로고가 되어 왔던 겹겹으로 둘린 원은 그대로지만 삐뚤빼뚤한 모양새가 마음에 걸렸다. 뭔가 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인가? 아니나 다를까 이 앨범을 끝으로 해체를 선언했으니 원 모양이 저렇게 나온 데에는 무슨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중심에 자리 잡은 사각형 틀 안의 앨범 타이틀은 그래도 위안을 줬다. 검은색의 다부진 폰트가 음악의 견고함을 자부하는 것 같았기 때문. 앨범은 단단한 매무새의 다양한 흑인음악 작품들로 디자인과 관련한 추측에 부응했다.
보통 주얼 케이스와 달리 3집은 검은색 비닐로 커버를 구성한 점이 독특했다. 하지만 비닐을 쓸데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버렸다가 케이스에 들어가지 않는 크기의 화보를 방불케 하는 부클릿을 유실하는 사태를 맞은 이가 여럿 있었다. CD와 케이스, 트랙리스트가 적힌 후면의 카드만이 남은 초라한 상황이 되자 그들은 비닐을 버린 것을 후회했다. 이런 일이 빨리 발생했으면 차라리 다시 음반을 구입했을 텐데, 사건이 발생할 즈음 음반은 레코드 가게에서 거의 회수된 시점이었다.
최근에 인터넷 중고 음반 쇼핑몰에 올라오는 듀스 3집을 보면 비닐 유무에 따라 많게는 10,000원까지 가격 차이가 나니 비닐의 위대함을 실감하게 해 주는 구성이기도 하다.
2011/07 한동윤(bionicsoul@naver.com)
이소라 < 이소라 Vol.1 > (1995)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이 촉발한 '모든 음악의 댄스화 현상' 속에서 홀로 빛났던 발라드 음반이다. 초현실적 그림으로 여성의 슬픔을 표현한 커버 아트부터가 국내의 여타 음악들과는 그 음악의 질이 애초부터 다름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직 이 앨범 커버의 훌륭함을 모르겠다면, 당시 발매된 국내 앨범들을 주욱 나열한 후 다시 한 번 이 음반의 커버를 찬찬히 보라. 그러면 답이 나온다.
2011/07 여인협(lunarianih@naver.com)
김광석 < 다시부르기 2 > (1995)

선홍색 잇몸을 환하게 드러내며 웃는 김광석의 < 다시 부르기 1 >은 동물원과 자신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베스트 형식의 앨범이었다. 2년 뒤 김광석은 조금 더 나아가 자신의 원류를 찾으며 직접 '한국 모던 포크 음악'을 선정, 재조명한다.
'김광석'이란 신문에 그를 있게 한 노래 제목들이 머리기사로 굵게 쓰여져 있다. 이런 디자인은 건즈 앤 로지스가 1989년에 발매한 < GN'R Lies >에서 사용되어 있어 신선함은 덜하다. 하지만 한대수의 '바람과 나', 이정선의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양병집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김의철의 '불행아'와 같은 초기 모던포크 뮤지션들은 물론 백창우의 '내 사람이여', 한동헌의 '나의 노래'와 같은 민중가수들의 노래들이 있다.
김광석이란 신문을 발매하기까지 조동익과 그의 밴드들이 편집장 역할을 톡톡히 하며 원곡의 분위기를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재해석했다. 대한민국 포크록계에 길이 남을 명작을 만들고 1년 뒤 그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가객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신문 왼편에 까까머리 학생의 긴장한 얼굴을 자꾸 보게 된다. 그립다.
2011/ 07 이건수(Buythewayman@hanmail.net)
패닉 2집 < 밑 >(1996)

'아무도'를 내세웠건만 '달팽이'로 인기를 얻은 젊은 그룹은 성공의 기쁨보다는 초조함이 컸다. 이대로 '발라드 가수'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 싫어 2집은 작정하고 비뚤어져 버렸다. 실험적이고 괴기한 노랫말과 실험성으로 무장한 작법은 그로테스크풍의 커버 그림에서도 고스란히 표출된다. 충격적인 가사로 서막을 여는 '냄새'와 오히려 수면장애를 유발하는 '불면증', 신랄하게 학교를 비판했던 '벌레' 등은 한때 교총과 학부모 모임에서 '판매금지 요청'을 받기도 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밑'을 개척한 청년들은 '실험정신'과 '패기'라는 음악적 정체성을 찾았다.
2011/07 김반야 (10_b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