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스 프레슬리는 애초 위험한 존재였다. 기존 가치에 대한 공경과 엄숙주의가 지배하던 시대에 어른을 능멸하는 듯한 격렬한 흔들거림과 외침은 그 자체로 50년대 미국사회에 대한 모반을 의미했다. 당시 한 경찰이 "만약 그가 TV가 아닌 길거리에서 그렇게 몸을 놀려댔더라면 우린 그를 체포했을 것"이라고 한 말은 상황을 실감나게 압축한다.

음악계는 물론, 학계 종교계 언론 모두가 그를 '소년 범죄를 부추기는 불량배'로, '말썽의 표본'으로 몰아 부쳤다. 엘비스가 소개한 음악 로큰롤도 '모든 지구상의 구레나룻 10대 비행소년들의 돌격대 사운드', 심지어 '공산주의 음악'이라는 비판에 쓸려갔다.

하지만 56-57년 2년 동안 무려 9곡의 전미차트 1위곡을 쏟아낸 가공할 그의 성공은 삽시간에 '안티 엘비스'의 파고를 잠재워버렸다. 로큰롤 혁명이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자 기성사회도 이성을 되찾고 엘비스를 바로 보기 시작했다. 막상 찬찬히 살펴본 그는 너무도 예의바른 젊은이였다. 트럭운전사 때 어머니 생일선물로 드리기 위해 노래를 녹음했으며, 출세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가난한 부모를 위한 집 장만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식은 뒤바뀌었다.

엘비스는 그로써 로큰롤의 발광과 따뜻한 인간미라는 대치되는 측면 사이에 위치한 '평화적 지점'에 안착했다. 어른들은 그의 사나운 율동과 로큰롤의 소란을 불안해하면서도 '누군가 자신의 자동차가 멋지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차를 주어버리고 대뜸 옷도 벗어주는' 선량함에 안심했다. 그의 집이자 무덤이 있는 미국 멤피스 소재의 그레이스랜드에는 이렇게 써있다. '남들과 부(富)를 공유하는 것은 재능만큼이나 그의 면모에 핵심을 이룬다!'

10대들은 그의 반역적 제스처에 열광했고 어른들은 무대 뒤의 겸손함과 깨끗함에 압도되었다. '위험했지만 너무 위험하지는 않은' 이러한 점 때문에 그는 전세대의 인정을 획득했고 지금도 '국민영웅'으로 숭앙되고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망 25주기인 올해는 물론, 그는 때를 가리지 않고 줄기차게 부활을 거듭한다.

그가 미국사회가 낳은 시대적 이념적 산물임은 명백하다. 당시 사회주의의 소련과 이념 대결을 펼치던 냉전시대의 미국은 자본주의가 반드시 '빈익빈 부익부'의 모순된 체제가 아님을 증명해줄 '신분상승의 모델'이 필요했다. 남부의 촌놈에 노동계급 후손이었던 엘비스는 완벽한 빈민층의 성공사례였다. 59년 미시시피 지방의회는 그를 '수천만이 본받을 만한 귀감'으로 공식 명문화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대서양 저편 영국의 비틀스도 엘비스로부터 '가난한 사람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을 얻었다.

하지만 그의 혁명이 결코 환경의 단순 결과물만은 아니었다. 그에겐 천재적 가창력이 있었다. 흑인이 많은 미시시피에 자라난 그의 목소리는 애초 흑백이 융합된 상태였다. 백인이면서 흑인의 노래를 부른 것이다. 얼마나 노래가 검었으면 처음 무대에 섰을 때 백인들이 "저 애는 어째서 검둥이 소리가 나는 거지?"하며 놀랐을까.

그것이 바로 로큰롤의 정체였다. 엘비스는 목소리 하나로 '로큰롤이 흑백 퓨전의 평등화 소산'이며 또한 '예술적으로 우수한 음악'임을 입증했다. 그가 나타난 이후 사람들은 백인의 스윙재즈와 스탠더드 팝을 뒤로 물리고 흑인 로큰롤을 듣기 시작했다.

로큰롤 즉 록을 꿈꾸는 지구촌의 모든 젊은이들이 그를 추종하는 것은 순리였다. 초기 비틀스 음악은 멤버 폴 매카트니의 고백대로 '엘비스의 사운드를 더 세게 내는 것' 뿐이었으며 브루스 스프링스틴도 흉내에 만족하지 않고 로큰롤의 제왕 얼굴 한번 보고자 그레이스랜드 담을 넘으려고 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없었다면 비틀스도, 레드 제플린도, 너바나도 없다. 후대 록에 대한 초유의 채권자인 셈이다. 그의 음악은 '20세기의 문화유산'을 넘어 '영원한 생명체'가 되어 이 시대를 관통한다. 신세대들도 다시 알게된 비틀스에 이어 엘비스 음악도 서거 25주기와 함께 재조명의 순간을 맞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