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지 연말 앨범 결산차트에서 영예의 1위를 차지한 가수는 백스트리트 보이스도,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그리고 어셔도 아니었다. 주인공은 놀랍게도 비틀스였다. 활동하지도 않은 '죽은' 그룹에게 1등을 뺏겼으니 후배가수들로선 창피한 일이다.

오래 전부터 뉴 밀레니엄 최초의 팝 스타는 비틀스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근래 뚜렷한 대형신인도 없거니와 비틀스 전설이 오랫동안 누적되어 마침내 신세대도 파고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활동 당시 비틀스가 남긴 차트1위 곡을 모은 앨범 '1'이 그래서 의미가 각별했다.

그동안 비틀스 앨범을 산 사람들은 주로 20-30대였다. 그런데 이 앨범은 주로 어린 10대들이 구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마침 같은 시점에 '이 시대의 비틀스'라는 백스트리트 보이스의 신보가 나왔다. 누구든 백스트리트 보이스가 우세할 것이라고 했다. 결과는 반대였다. 두 신구 최고그룹간의 경쟁을 두고 당시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틴에이저를 상대로 한 인기전쟁에서 비틀스가 완승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작년 말 전 멤버 조지 해리슨의 죽음으로 비틀스는 또 한차례 재조명될 호기를 맞았다. 점점 갈수록 최강이자 무적이다. 이러다 보니 올해 팝의 트렌드는 비틀스처럼 '상큼한 록을 하는 4인조 그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어떤 장르이건 간에 그들처럼 직접 악기연주를 하면서 선율이 잘 들리는 곡을 써내는 '비주얼' 그룹이 뜰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예측은 뮤지션들도 공감한다. 하지만 끝에 가선 한결같이 고개를 내젓는다. “그런 내공과 완벽한 조건을 갖춘 그룹이 과연 있을까?” 존재도 없는 그룹과 대결을 해야한다니 요즘 가수들 입장에선 스트레스다. 비틀스를 넘으면 그것은 슈퍼스타덤으로 가는 자동티켓을 얻은 것과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비틀스는 지금도 살아있는 현재진행형 그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