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판도도 예전 같지 않았다. 당대의 걸작,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 Dark Side Of The Moon >이 1년이 넘도록 차트의 상위권을 지키고 있었고 대략 25분에 달하는 프로그레시브 넘버 두 곡으로 음반을 채운 마이크 올드필드(Mike Oldfield)의 < Tubular Bells >가 그 다음에 있었다. 여기에 '지기 스타더스트'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와 엘튼 존(Elton John), 록시 뮤직(Roxy Music)까지 차례로 정상을 넘보고 있었으니 롤링 스톤스 자신들도 예전의 탄탄한 지위를 보장할 수 없게 되었다.
'It's Only Rock 'n Roll'이라고 명명한 신보의 이름에는 당시의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들에게는 < Goats Head Soup >로 인해 주저하는 팬들과 갸우뚱하는 평단을 다시 잡을 수 있는 것이 필요했고 또한 갖가지 화려함으로 장식된 음악들 사이에서 자기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밴드가 외친 오직 로큰롤뿐이라는 이 한마디는 자구책과 다름없었다.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강렬한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여전히 자신들이 건재하고 있음을, 그리고 로큰롤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포문을 연 첫 트랙 'If you can't rock me'는 음반의 방향을 가장 잘 제시한 곡이었다. 거칠게 긁는 기타 리프와 여성 편력의 가사는 그 자체로 롤링 스톤스를 정의하는 요소들이었으니, 자아를 다시 확인하는 일에서 재도약의 길을 찾은 셈이다. 템테이션스(The Temptations)의 원곡을 재해석한 'Ain't too proud to beg'나 이언 스튜어트(Ian Stewart)의 피아노 연주가 더해진 'Dance little sister' 역시 이와 같은 노선 위에 위치한 하드 록 넘버들이었고 여기에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건 로큰롤 뿐'이라고 날카롭게 외치는 'It's only rock 'n roll (But I like it)'은 로큰롤에 대한 절의(節義)를 나타내는 곡이었으니 단연 앨범의 타이틀 트랙으로 꼽힐 만 했다.
몰아치는 로큰롤 속에서도 밴드는 다양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그 증거는 자신들의 또 다른 특기인 발라드에 존재한다. 정인(情人)에게 이별을 고하는 'Till the next goodbye'는 찰리 와츠(Charlie Watts)의 차분한 드럼 연주가 흡인력을 발휘하며 'If you really want to be my friend'는 전작의 'Winter'와 동일한 궤도에 있는 곡이다. 한편으로 'Time waits for no one'이나 'Luxury', 'Fingerprint file'은 로큰롤의 문법에 라틴, 펑크(funk) 등을 가미시킨 트랙들로 다양성의 측면에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패권을 되찾으려는 사운드의 기세는 맹렬했으나 밴드의 정황은 갈수록 기울어져만 갔다. 먼저 앤드류 루그 올드햄(Andrew Loog Oldham)의 뒤를 이은 프로듀서 지미 밀러(Jimmy Miller)가 약물남용 죄로 기소된 것이 시발점이었다. 음반 제작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이에 따라 믹 재거(Mick Jagger)와 키스 리처드(Keith Richards)는 스스로 프로듀싱을 진행해야했다. 음반 발매 당시의 인터뷰를 통해 리처드는 “독자적인 사운드 제작을 위한 프로듀서 교체”라고 언급했으나 한편으로는 어려움에 처한 밴드의 상황을 드러내는 사례이기도 했다.
더불어 브라이언 존스(Brian Jones)의 대체자로 영입했던 기타리스트 믹 테일러(Mick Taylor)와의 불협화음도 하향세에 한 몫 거들었다. 전임자만큼이나 다채로운 실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만큼의 팀워크를 발휘하지 못 했던 테일러는 음반 작업 도중 종종 리처드와 충돌을 일으켰고 급기야 녹음 중간에 스튜디오에서 내쫓기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윽고 밴드에 다시 합류하며 앨범을 완성하는데 성공했으나 공동 작곡을 한 'Till the next goodbye'와 'Time waits for no one'의 작곡자 크레디트가 "Jagger/Richards"로 올라있는 것이 다시 화근이 되며 그해 12월에 스스로 탈퇴를 하게 된다.
내우외환의 정세 속에서 탄생한 회심의 작품이었으나 밴드는 그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 했다. 이름값 덕분에 앨범 차트를 5위로 시작할 수 있었지만 2주 만에 하향 곡선을 그렸고 평단에서도 진부하다는 수식과 함께 범작의 평가를 내리는데 그쳤다. 기세 좋게 내놓았던 자구책은 엘튼 존과 퀸(Queen), 베이 시티 롤러스(Bay City Rollers) 등의 후발주자들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더불어 롤링 스톤스도 나이든 밴드라는 대접과 함께 뒤안길로 남게 되었다.
1970년대는 1960년대와 같지 않았다. 퇴폐적이고 반항적인 이미지보다는 데이비드 보위처럼 말쑥한 차림을 선호했고 거친 음색보다는 엘튼 존이나 베이 시티 롤러스처럼 깔끔한 음률을 더 가까이했다. 그 속에서 외친 '오직 로큰롤뿐'이라는 한마디는 오히려 외로운 자기 위안처럼 느껴졌다.
-수록곡-
1. If you can't rock me

2. Ain't too proud to beg

3. It's only rock 'n roll (But I like it)

4. Till the next good bye

5. Time waits for no one
6. Luxury
7. Dance little sister
8. If you really want to be my friend
9. Short and curlies
10. Fingerprint 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