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은 철저히 미국 시장 공략을 목표로 제작되었다. 앞선 8월에 이미 두 번째 EP < Five By Five >를 본국에서 발매했으나 EP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미국 시장에서는 흥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롤링 스톤스는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밴드의 미국 수출을 담당하던 런던 레코드 사(London Records)는 7곡을 덧붙인 LP 형식의 새 음반 < 12 X 5 >를 제작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훌륭한 혜안이었다. 음반 판매량은 전작 < The Rolling Stones >를 뛰어넘었고,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도 3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뿐만 아니라 싱글로 내세운 'It's all over now'와 'Time is on my side' 역시 각각 26위와 6위라는 준수한 성적표를 추수했다.
척 베리(Chuck Berry)의 'Around and around'나 데일 호킨스(Dale Hawkins)의 'Susie Q' 등을 리메이크하며 롤링 스톤스는 여전히 리듬 앤 블루스 커버라는 방식을 지속해 나갔다. 그러나 밴드 사운드 정립이라는 편곡의 측면에서 개개인의 역량은 출중함을 드러냈고, 전작과 마찬가지로 < 12 X 5 > 역시 단순한 다시 부르기 앨범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냈다.
주목해야할 부분은 확대된 자작곡의 비율이었다. 앞선 앨범의 'Tell me'와 동일한 선상에 있는 발라드 곡 'Good time, bad time'와 'Congratulation', 강렬한 로큰롤 전개가 돋보이는 'Grown up wrong'를 통해 이미 믹 재거(Mick Jagger)와 키스 리처드(Keith Richards)는 작곡 듀오로서의 명성을 쌓아가고 있었다.
여기에 믹 재거의 (아직은 어린) 보컬 연기가 돋보이는 'Empty heart'와 키스 리처드의 기타, 브라이언 존스(Brian Jones)의 하모니카, 그리고 세션으로 참가한 이언 스튜어트(Ian Stewart)의 오르간이 만들어내는 탁월한 블루스 잼 '2120 South Michigan Avenue'가 멤버 전원의 작곡을 통해 크레디트에 오르며 롤링 스톤스 스스로 본인들의 역량을 검증하고 있기도 하다. 밴드의 자기증명이랄까.
이듬해 1월, 앨범은 일부 트랙을 수정한 뒤 < Rolling Stones No. 2 >라는 이름으로 영국에 돌아온다. 앨범은 10주 동안이나 정상의 자리를 수성했다. 전에도 유래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록 스타'의 역사는 그렇게 금의환향(錦衣還鄕)으로 시작되었다.
-수록곡-
1. Around and around
2. Confessin' the blues
3. Empty heart

4. Time is on my side

5. Good times, bad times
6. It's all over now

7. 2120 South Michigan Avenue

8. Under the boardwalk
9. Congratulations
10. Grown up wrong
11. If you need me
12. Susie Q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