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내부적 목표와 브리티쉬 인베이전이라는 시대 환경적 요건에 맞물린 롤링 스톤스는 계속 블루스와 리듬 앤 블루스를 시도하며 사운드를 만들어나갔다. 이러한 그들에게 있어 당대의 아티스트들이 남긴 작품들은 좋은 교과서였고 시도해볼만한 본보기였다. 윌리 딕슨(Willie Dixon)과 척 베리(Chuck Berry)는 훌륭한 스승이자 롤 모델이 되었고 솔로몬 버크(Solomon Burke)와 오티스 레딩(Otis Redding)은 당대를 같이 이끌어가는 동료이며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존재였다.
자취를 따라가는 길은 새로운 길로 연결되었다. 로큰롤 밴드 스코어를 입힌 리듬 앤 블루스 사운드는 곧 롤링 스톤스만의 문법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났고 동시에 밴드의 방향을 알리는 지침으로 작용했다. 작곡 크레디트에 다른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올리며 스스로 갈고 닦은 내실은 이듬해인 1966년부터는 온전한 자체 생산 라인을 가동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음반 내에는 기타를 전면에 앞세운 로큰롤과 리듬 앤 블루스, 소울의 뿌리를 옮겨 심은 발라드 등 다양한 사운드의 커버 곡들이 자리한다. 척 베리 특유의 업 템포가 그대로 살아있는 'You can't catch me', 브라이언 존스(Brian Jones)의 슬라이드 기타가 더해진 하울린 울프(Howlin' Wolf) 원곡의 'Little red rooster'는 이들의 밴드 사운드로 재탄생했고, 브라스 밴드의 반주 위에 오티스 레딩의 보컬이 인상적인 'Pain in my heart'는 로큰롤 스코어와 믹 재거의 목소리를 덧씌우며 편곡의 묘미를 한껏 살려놓았다.
믹 재거와 키스 리처드가 주조해낸 밴드의 자작곡 또한 그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일찍이 싱글로 발표되며 빌보드 차트 19위에도 오른 적 있는 'Heart of stone'은 < Let It Bleed >의 'Love in vain'을 떠올리게 하는 수준급의 발라드 곡이며, 강렬한 로큰롤의 리듬이 깊게 밴 'Off the hook' 역시 작곡 듀오의 재능을 가늠케 하는 수작이다. 빠른 템포의 그루브 위에서 믹 재거의 보컬이 섹시하게 춤을 추는 'Surprise, surprise'도 놓칠 수 없는 트랙이다.
앨범은 롤링 스톤스의 초창기와 그 후를 이어주는 교량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자신들만의 색깔을 찾겠다는 시도에 중점을 둔 앞선 작품들과 달리 다분히 완성된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것이 이 작품이 가지는 의의이며, < Aftermath >에서부터는 이 경험을 자양분으로 믹 재거와 키스 리처드가 둘의 이름을 온전하게 작곡 크레디트에 올릴 수 있게 하는 발판이 되어주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음반 곳곳에서 나타나는 밴드와 멤버들의 역량은 재기발랄하고 작곡과 편곡 역시 다양함 속에서 각각의 완성도를 드러내고 있다. 건물의 완성작을 미리 볼 수 있는 청사진처럼, < The Rolling Stones Now! > 역시 훗날의 롤링 스톤스가 드러낼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예시(豫示)하고 있었다.
-수록곡-
1. Everybody needs somebody to love
2. Down home girl
3. You can't catch me
4. Heart of stone

5. What a shame
6. Mona (I need you baby)
7. Down the road apeice
8. Off the hook

9. Pain in my heart

10. Oh baby (We got a good thing goin')
11. Little red rooster

12. Surprise, surpri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