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키델리아(Psychedelia : 사이키델릭 예술)가 만개한 시기도 이 시기였다. 히피들 스스로의 기제를 지탱하게 해주던 수단인 LSD와 같은 마약은 예술가들에게도 좋은 도구가 되었다. 약물 사용에 뒤이어 찾아오는 환각은 예술작품의 새로운 원천으로 작용했고 아티스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 찬란함과 화려함을 그렸고 노래했다.
음악계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사이키델릭 음악은 한 발짝 더 앞선 시기에 여름을 맞이했다. 이미 그레이트풀 데드(Greatful Dead)와 제퍼슨 에어플레인(Jefferson Airplane)과 같은 밴드들이 무대 위에서 탁월한 기량을 뽐내고 있었고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와 비틀즈는 필 스펙터(Phil Spector)의 다중 트랙 녹음 기술을 통해 사이키델릭을 고차원적으로 풀어나가고 있었다. 화려함의 극치가 귀에서도 활짝 피던, 그런 시기였다.
이를 놓칠 롤링 스톤스가 아니었다. 일찍이 브리티쉬 인베이전이라는 조류에 발맞춰 빠르게 미국을 공략했듯 그들은 대세를 재빨리 파악할 줄 아는 영리한 밴드였다. 강렬히 몰아치는 로큰롤과 리듬 앤 블루스 대신에 사이키델릭 -엄밀히 말하자면 < Revolver >와 < Pet Sounds >의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택했고 녹음 방식 역시 비틀즈와 비치 보이스에게서 영향을 받아 4 트랙 레코딩 기술을 택하며 소리의 다각화를 꾀했다.
변화의 증거는 음반 곳곳에 자리한다. 오르간과 피아노 연주 위에 갖가지 악기들과 멤버들의 코러스가 펼쳐지는 'Let's spend the night together'는 사운드 구성의 측면에 있어 상당히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곡이며 브라이언 존스(Brian Jones)가 연주한 마림바와 하프시코드가 오버 더빙된 'Yesterday's papers'는 몽환의 정점에 자리한다. 또한 'Cool, calm & collected'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즉흥 연주는 피아노와 시타, 하모니카가 만들어내는 블루스 잼이자 환상적인 사이키델릭 라인으로, 앨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음반의 일등공신은 단연 브라이언 존스였다. 기타와 피아노 같은 기본적인 악기에서부터 리코더와 색소폰, 'Paint it black'에서 보였던 인도악기 시타와 유럽의 전통악기 덜시머까지, 갖가지 다양한 악기들은 크레디트 위에서 그의 이름을 장식하고 있었다. 다중 트랙 레코딩이라는 기술적 바탕을 도구로 삼아 각 트랙을 다채롭게 색칠해낸 업적은 전적으로 브라이언 존스의 활약에 있었다.
이러한 색채의 마술사에게 밑그림을 제공한 디자이너는 역시 믹 재거(Mick Jagger)와 키스 리처드(Keith Richards)였다. 탁월한 블루스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All sold out'이나 랙타임(ragtime) 주법의 피아노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Cool, calm & collected'는 작곡 듀오의 재치 있는 실력을 드러내는 증거. 훌륭한 역량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한편으로 그들은 < Aftermath >에서 주조한 악동의 이미지를 굳히는 것에도 집중해냈는데 (당시로서는 충분히) 외설적인 가사를 담은 'Let's spend the night together'이나 전작의 'Stupid girl'을 이어 여성 비하의 발언을 담은 'Yesterday's paper'가 그러한 결과물이다. 법을 비난한 'Connection' 역시 마약 사용의 혐의를 받던 그들의 당시 상황과 맞물려 롤링 스톤스의 반(反)사회적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키는 작품이었다.
강렬한 로큰롤 사운드로 일관해 오던 롤링 스톤스이기에 < Between The Buttons >는 어색하게 다가온다. 믹 재거가 일찍이 “오버 더빙 기술에 의해 본질의 사운드를 잃어버렸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듯, 음반에서 시도한 사이키델릭 접근과 4 트랙 레코딩 방식은 분명 기존의 밴드와는 다른 방향의 것이었다.
그러나 잠깐의 아쉬움과 어색함만으로는 음반을 충분히 정의내릴 수 없다. 믹 재거와 키스 리처드의 밑그림 위에 브라이언 존스가 화려하게 꾸며놓은 이 음반에는 뛰어난 색채감과 다채로운 사운드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맹렬함이 지배하는 롤링 스톤스의 디스코그라피 속에서 < Between The Buttons >가 인정받는 것은, 'Back street girl'이나 'Ruby Tuesday'와 같은 트랙들이 믹 재거 본인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영롱한 빛을 품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 영국판 앨범에는 'Back street girl'과 'Please go home'이, 미국판 앨범에는 'Let's spend the night together'와 'Ruby Tuesday'가 실려 있다.
-수록곡-
1. Let's spend the night together

2. Yesterday's papers

3. Ruby Tuesday

4. Connection

5. She smiled sweetly
6. Cool, calm & collected

7. All sold out

8. My obsession
9. Who's been sleeping here
10. Complicated
11. Miss Amanda Jones
12. Something happened to me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