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는 '뚝심'이 부족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모른다. 엘비스 프레슬리에 의해 급 물살을 타던 록큰롤은 1950년대 후반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하여 곤두박질 쳤다. 군대간 엘비스, 비행기 사고로 숨진 버디 할리, 종교에 투신한 리틀 리차드, 감옥에 갇힌 척 베리 등 불행의 연속이었다. 록에 의해 '저항'의 의미를 깨닫던 젊은이들은 의지할 곳을 잃어버렸다. 피끓는 청춘들이 기댈 유일한 '희망봉'은 엘비스가 제대하는 것. 그는 그러나 젊은이들을 버렸다. 그는 한 마리의 순한 양이 되어 돌아왔다.

엘비스는 매니저 탐 파커에 의해 잘 조련된 가수에 불과했다. 정열적인 음악은 부드러운 스탠더드로 돌아섰고, 작품성 없는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는 등 노골적인 장사속내를 드러냈다. 그가 제대 후 첫 출연한 TV쇼의 진행자는 록큰롤을 악마의 음악이라고 했던 프랑크 시나트라였다. 6분 짜리 쇼에 나오면서 그가 받은 출연료는 무려 12만 5천 달러였다. '상품'으로서의 엘비스만 남은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활동은 '국민가수'로의 위치로 격상되는 모순을 낳았다. 변심한 엘비스를 청년들은 외면했지만, 성인들은 사랑했던 것이다.

1965년에 발표한 앨범 <Elvis For Everyone>은 록큰롤 스타로서가 아닌 '스탠더드 팝 가수'로서의 엘비스를 보여주는 단적인 작품이다. 이 음반은 비틀즈가 미국 시장을 한창 뒤흔들 때 발표되었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기대와 달리 엘비스는 비틀즈를 뛰어넘는 신선한 돌파구가 되지 못했다.

'홍키 통키의 일인자' 행크 윌리암스의 'Your cheatin` heart'와 록 기타의 신세계를 개척한 척 베리의 'Memphis, tennessee'를 리메이크 했지만 그의 달콤한 목소리는 열정의 록큰롤이기를 거부했다. 'Heartbreak hotel', 'Jailhouse rock'에서 분출되던 스코티 무어의 강렬한 기타리듬 또한 물러갔다. 'Summer kisses, winter tears', 'In my way', 'Forget me never'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성인을 위한 전형적인 '맞춤형'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엘비스는 너무 살이 쪘고, 그의 염색한 머리는 무스를 너무 발라 돌을 던지면 곧 퉁겨 나올 정도였다.” <루크>지가 묘사한 이 당시 엘비스의 모습이다. 1950년대와의 단절을 자초한 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이후 자신만의 쉼터인 그레이스랜드로 돌아갔다. 음악과 영화활동을 제외하고는 모든 시간을 멤피스에서 보냈다. 그를 향한 세간의 관심은 그레이스랜드를 더더욱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었다. 외로움은 약물을 수반했고, 결국 그를 죽음으로 인도했다.

그는 자신만의 '음악의 창(窓)'을 굳건히 지키는데 실패했다. 쉽게 열고 닫음으로써 스스로를 망쳤다. 록큰롤을 수면위로 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끝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좌초하고 말았다.

-수록곡-
1. Your Cheatin' Heart (Williams) - 2:24
2. Summer Kisses, Winter Tears (Lloyd Webber/Weisman/Wise) - 2:17
3. Finders Keepers, Losers Weepers (Jones/Jones) - 1:50
4. In My Way (Wise) - 1:19
5. Tomorrow Night (Coslow/Grosz) - 2:48
6. Memphis (Barry/Berry) - 2:11
7. For the Millionth and the Last Time (Bennett/Tepper) - 2:04
8. Forget Me Never - 1:35
9. Sound Advice (Baum) - 1:45
10. Santa Lucia (Traditional) - 1:11
11. I Met Her Today (Blair/Robertson) - 2:40
12. When It Rains, It Really Pours (Emerson) - 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