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SES, 신화, 보아 등 아이돌 스타들을 연쇄적으로 키워낸 'SM 엔터테인먼트'가 다시 한번 영광 재현에 나섰다. 이번 '미션'의 주인공은 아카펠라 댄스그룹 동방신기(東方神起). 고등학생들로 선발된 이들 신예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자체 연예인 양성 시스템인 '스타라이트 아카데미 시스템'의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지금의 라인업을 갖춘 뒤, 막 싱글 앨범을 선보였다.

그 이전 'SM 베스트 선발대회'에서 외모짱, 노래짱, 댄스짱 등을 수상, 출세의 세 조건을 공식 인정받았고, 멤버는 충남, 전남, 경기 등의 전국 각 지역 출신들로 이뤄졌다고 한다. 음악을 듣기 전에 먼저 눈이 끌리는 것은 한자어를 쓴 그룹명이다. '동방의 신이 일어나다', 이를테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체, 나아가 세계에 이름을 떨칠 위상을 세울 그룹'임을 시사하고 있다. 해외 특히 중국 진출에 대한 집념이 당장 이름에서 읽힌다.

아닌 게 아니라 에스엠 엔터테인먼트는 중국 현지법인 설립 등 잠재적 거대시장인 중국 공략에 사세를 집중하고 있는 실정. 동방신기는 바로 그러한 에스엠 중국진출의 구체적 의지가 낳은 산물인 셈이다. 영웅재중, 최강창민, 시아준수, 유노윤호 그리고 믹키유천이라는 멤버 이름들도 중화권 문화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이다.

내수시장으로 볼 때, 타이밍도 괜찮은 것 같다. 사실 아이돌 그룹의 현황을 보면 H.O.T.는 이미 해체되었고 그 명맥을 이어가던 신화도 멤버들이 각자 솔로에 치중하면서 결속력이 와해되었다. '또래의 집단가무'에 흥분해온 10대 음악 팬들은 적절한 속 풀이 대상을 찾지 못해 좀이 쑤시는 시점이다. 동방신기는 가뭄속의 단비가 될 가능성을 실험한다.

동방신기는 멤버 전원이 노래를 하고 아카펠라도 구사, 일단 틴 팝 그룹 중에서는 경쟁력이 돋보인다. H.O.T.와 신화의 경우와는 달리 구성원 모두가 보컬에 솜씨를 보인다. R&B 곡인 'My little princess (있잖아요...)'의 경우는 아카펠라 버전을 하나 더 수록했으며, 캐롤곡인 'Oh holy night'는 같은 소속사의 보아가 참여한 아카펠라 곡이다.

타이틀곡 'Hug (포옹)'도 팀원들의 화음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서 다른 보이밴드들과의 차별성을 부각하고자 했다. 최신의 세련된 팝 사운드와 귀에 찰싹 달라붙는 접착성 멜로디는 소녀 팬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에 그만이다. 호응을 얻을 수준은 충분히 확보한 셈이다.

동방신기는 에스엠의 다른 팀들 이상으로 잘 훈련된 보이그룹으로 보인다. 각자 맡은 화음 파트에서 잘 정제된 목소리를 들려주어 보컬그룹과 댄스그룹의 이미지를 함께 가져간다. 하지만 소속사의 입김이 너무 강하게 전달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문화상품이라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이미지를 털어낼 수 있을까?


-수록곡-
1. Hug (포옹)
2. My little princess (있잖아요...)
3. Oh holy night (Feat. BoA)
4. My little princess (Acappella)
5. Hug (포옹) (Instrum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