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스파이스의 김민규가 설립한 문라이즈(Moonrise) 레이블은 지난 11월 30일 3주년 기념 공연을 가졌다. 마이 언트 메리(My Aunt Mary), 전자양, 에이든(Aden) 등 독특한 향기를 풍기는 뮤지션들을 배출했고 전문 모던 팝 레이블로서 입지를 굳혀왔다. 그리고 어느덧 3년이란 역사를 가진 문라이즈는 재주소년을 배출했다.

'제주도에 대해 남다른 애정과 감성을 가진 두 소년'과 '재주 많은 소년'이란 두 가지 의미를 담은 재주소년은 초등학교 동창인 유상봉(83년 4월생)과 박경환(84년 1월생)으로 이루어진 모던 포크 듀오이다.

실제로 그들은 제주도와 인연이 깊다. 박경환은 제주대 02학번이고 유상봉은 제주한라대 2004년 입학 예정자이다. 이런 점을 착안한 것인지, 이 앨범을 프로듀스한 김민규는 그룹명을 재주소년으로 지어준다.

재주소년의 이번 데뷔작은 꾸밈없고 깨끗한 제주도의 이미지를 닮았다. 기타 위주의 조용한 사운드와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잠자리에도 방해가 안 될 정도로 편안하다. 타이틀곡인 '눈 오던 날'을 비롯해 대부분의 곡들이 편안한 분위기를 고수한다. '세월의 돌'이란 환타지 소설 중 한 장면을 담은 '켈라드리안 숲', 비 내리는 아침의 신선한 공기처럼 청량하게 들리는 '비오는 아침', 스위트피(Sweetpea : 델리스파이스의 김민규가 만든 솔로프로젝트)가 노래한 '섬' 등도 잔잔한 감성을 일깨우기는 마찬가지다.

조용해진 심적 상태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경쾌함도 있다. 학교에서 후식으로 나온 귤을 보고 벌써 일년이 지난 것을 깨달았다는 재미난 발상의 가사를 노래한 '귤'은 제목만큼이나 새콤하고 발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어린 여자아이의 음성은 박경환의 동생 경은의 목소리다. 존 레논의 티셔츠를 입고 오랜만의 외출을 하는 소년의 속마음을 들려주는 '간만의 외출'도 명랑한 트랙이다. (실제로 두 명은 비틀스를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으로 꼽는다.)

제주도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신선하고 깔끔한 음악을 들려주는 재주소년. 그룹 이름이 제주도와 관련이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이제 갓 20세를 넘어선 어린 감성을 담은 데뷔 앨범을 통해 그들은 세상에 대한 순수한 감상법을 가르쳐 준다.


-수록곡-
1. 조깅
2. 눈 오던 날
3. 귤
4. 페어리 왈츠 insert
5. 켈라드리안 숲
6. 비오는 아침
7. 간만의 외출
8. 수학여행 마지막 아침
9. 섬 featuring Sweetpea
10. 언덕
11. 명륜동
12. 83
13. 사라진 계절
14. 눈 오던 날 repr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