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는 황신혜 밴드의 리더이지만, 미술가이기도 하고 신랄한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며, 웹상의 홈페이지(http://www.thegim.com)를 통해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의 고민상담소를 개업한 화제의 카운슬러이기도 하다. 일명 '무규칙 이종 예술가'로 불리우는 김형태를 수식하는 다양한 직함 가운데에서 가장 튀는, 혹은 속된 말로 가장 '깨는' 것이 바로 뮤지션이다. 음악 속의 김형태와 안이한 이태백에 매섭게 일침을 가하는 30대 인생 선배 김형태는 좀처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그만큼 황신혜 밴드의 음악은 난해하고 기괴하며, 익숙한 말로 '엽기'적이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의 국내외에 걸친 음악적 궤적을 정리하는 의미로 발표한 베스트 음반 <우주는 한 그릇의 짬뽕이다 : Universe is a Jjambbong>은 그간의 황신혜 밴드의 행보가 총망라되어 있다. 타이틀 곡 '짬뽕'은 '오리지날 짬뽕', '관광버스 짬뽕', 그리고 각각 중국와 일본 시장에서 발표했던 '중국수출 짬뽕', '일본수출 짬뽕'의 네 가지 버전으로 버라이어티하게 담겨 있으며, 1집 수록곡인 '닭대가리', '문전박대', 2집의 '깡총', '공황', '손톱', '강 건너 불구경', 그리고 3집 수록곡인 '온종일 비가 내려', '잘 먹겠습니다' 및 각종 컴필레이션 음반에서 함께 숨을 쉬던 '밥중독', '뱅뱅뱅'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미 봉지를 뜯은 노래들을 재배열한 것이지만 7년이 지난 '짬뽕'을 비롯해 배치된 각각의 노래들은 여전히 충격적이다. '황당하고 신기하며 혜성 같은 밴드'라는 밴드 이름의 특성은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전혀 퇴색되지 않았다. 가공이 덜 된 날 것의 가사와 대중과 만나는 가요로서의 매너(?)를 거부한 채 복잡미묘하게 흐르는 각 곡의 진행과 편곡은 때론 우리의 귀를 거슬리게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따금의 발랄한 변칙과 깜찍한 반란을 즐기는 것도 새롭고 두근거리는 경험이다. 고로, 더 풍성한 소리와 만나기 위한 관용을 베풀게 한다. 결성 7년 만에 베스트 앨범을 발표한, 아직도 '황당하고 신기하며 혜성 같은' 황신혜 밴드에 대한 이해의 노력은 어쩌면 더 너그러운 대중음악계를 향한 희망인지도 모른다.

-수록곡-

1. 오리지날 짬뽕
2. 관광버스 짬뽕
3. 중국수출 짬뽕
4. 일본수출 짬뽕
5. 밥중독
6. 닭대가리
7. 깡총
8. 뱅뱅뱅
9. 공항
10. 온종일 비가 내려
11. 손톱
12. 잘 먹겠습니다
13. 강 건너 불구경
14. 문전박대
15. 특별시 소년소녀
16. 고인돌, 왔다갔다 (live)

전 곡 작사 작곡 : 김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