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의 4번째 앨범 <꽃>은 그녀에게 엄청난 성공을 가져다 준 데뷔 앨범으로의 명백한 회귀이다. 1집의 100만장이라는 소문을 뒤로 한 채 내놓은 2집에서 그녀는 조규찬의 '화'나 고찬용의 '부랑자'와 같은 곡에서 예전에 없던 강력한 보컬을 드높이며 스스로 프로듀스하는 모험을 감행했고, 급기야 3번째 앨범에서는 신대철의 'Praise'나 김태원의 'Curse'와 같은 곡으로 채우며 앨범의 반 정도를 록의 기치를 빼어든 편곡과 창법으로 더 더욱 도전적인 자세를 확고히 했다.

그러나 지난 앨범의 지지부진함에 의기소침해진 그녀는 1집을 프로듀스했던 김현철의 이름 아래로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앨범의 제목인 꽃과 같이 다소곳하게 그녀 특유의 비음을 더 살갑게 들이대며 한 겨울에 그냥 듣기에 부담 없고 어느 집에나 장식용으로 가져다 놔도 될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나 만들어냈다. 'My Romeo'가 그녀의 중용을 표출하며 선전하고 박효신과 같이 부른 'It's gonna be rolling'이 약간의 활기를 주지만 상대적으로 맥없는 그녀의 보컬이 부조화를 이루는 이 곡은 아무런 신선함이 없는 앨범을 구입한데 대한 보너스이다. 이 앨범은 그녀의 기나긴 노정에 잠시 쉬어 가는 페이지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장수 라이브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고정화되고 있는 그녀의 이미지만큼이나 이 앨범은 그녀의 디스코그라피에서 1집을 반복한 모방범죄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