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uture Nostalgia >의 두아 리파가 디스코의 완전한 부활을 알렸듯, 슬레이터는 그의 두 번째 정규작 < Starfucker > 위에 레이디 가가와 브리트니 스피어스로 대표되는 2000년대 후반 일렉트로 팝을 소환한다. 그것도 대단한 완성도와 성의, 밀도로 말이다. 특히 촘촘하다 못해 쫀쫀한 소리의 밀도는 교본인 레이디 가가, 혹은 동종 최고작 < Crash >의 찰리 XCX마저 상회하는 기염을 토하며 자연스레 강렬한 청각적 쾌감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청자로 하여금 저절로 박자에 몸을 맡기게 하며 작품 전반을 빠짐없이 채운 이 화려하고 꼼꼼한 사운드는 “춤을 추게 하라”는 댄스 팝의 제1원칙 또한 완벽하게 충족한다.
이토록 현란하고 정돈된 일렉트로팝 트랙 하나도 찾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앨범 전반이 높은 개별적 완성도로 점철된 작품은 더욱 귀중하다. 더불어 각 트랙은 저마다의 분명한 정체성까지 드러내며 앨범 단위 감상의 재미마저 덧붙인다. 레이디 가가를 노골적으로 본뜬 'Miss Belladonna', 에이바 맥스와 같은 극단적 전형성으로 무장한 'Rhinestone heart', 칼리 래 젭슨의 발랄함을 입은 'Girl like me' 등 12개 트랙들이 각각의 색깔을 내며 서로 어우러지는 모습은 과연 댄스 팝의 교보재라는 정의를 내리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앨범이 훌륭한 신고전주의 작품을 넘어 새로운 미래지향적 교본이 되는 이유는 하이퍼팝을 위시한 첨단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게사펠슈타인(Gesaffelstein) 스타일의 인더스트리얼 테크노를 깔끔하게 풀어낸 'Erotic electronic'이나 묵직함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피력하는 'Purrr' 등에서처럼 슬레이터는 신선도 높은 사운드를 통해 레트로 팝을 세련되게 제련함으로써 스스로의 복고에 강한 정당성을 입힌다. 비록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작법은 아니나, 슬레이터는 또한 결합에서의 지저분함을 보이지 않는 제작으로 여타 댄스 팝과 차별화되는 영역을 구축한다. 숙련된 제빵사를 연상시키는 그의 이 솜씨는 파괴적이기에 되레 거추장스러워지는 소리를 부스러기 없이 제어하며 강렬한 질감에도 불구, 깔끔한 뒷맛을 남긴다.
기겁할 수준의 스텝 업이다. 댄스 팝의 '뉴노멀' < Starfucker >의 치밀한 복고로 슬레이터는 평범한 하이퍼팝 디바에서 신의 향방을 정렬하는 기수(旗手)이자 장르의 전면에 선 선두 주자로 스스로를 탈바꿈시켰다. Z세대 댄스 팝 디바를 논할 때, 슬레이터라는 이름은 이제 반드시 첫손에 꼽혀야만 할 것이다.
-수록곡-
1. I love hollywood!

2. Miss Belladonna

3. Dramatic
4. My body
5. Memories of you
6. Rhinestone heart

7. Erotic electronic

8. Purr

9. Plastic
10. Girl like me
11. Tear me open
12. Out of 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