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Land Is Inhospitable And So Are We >가 여러 매체에서 가장 고찰적이고 감정에 내밀하게 접근한 작품이라 평가받은 이유다. 실험성을 제거하고 사운드 평탄화를 취한 것은 일차적 증거다. 그보다는 목소리의 비중을 높이는 행위. 즉 비언어보다 언어, 배경보다 화자가 가진 위상을 강제적으로 드높이며 온전히 본인을 조명했다는 점이다.
한적한 컨트리 주법과 절제된 오케스트레이션, 선율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철저히 보컬의 흐름을 따라가며 공간감을 자아내는 악곡부터 다분히 의도적이다. 마치 스스로 잡다한 소품과 배경을 걷어내어 숨을 곳 없는 황량한 부스 위로 내몰아, 이제는 거대 음모의 전말을 보도하는 전위적 기자가 아닌 반추의 늪에 허덕이는 고독한 사색가로 변신하는 과정인 셈이다.
재료가 한정된 환경에서 곡을 견인하는 건 효과나 변주를 이용한 부수적 요소다. 마치 가위바위보에서 하나를 빼고 두개로만 싸우는 느낌이랄까. 비장한 스트링 뒤에 물에 잠긴 목소리를 배치하는 'Buffalo replaced', 반대로 둘의 위치를 바꿔 생동감을 자아내는 'I don't like my mind'가 그 예시다. 변수가 개입할 공간이 극히 적기에 과거의 번뜩임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코러스 보컬과 투박한 건반 타법으로 피오나 애플의 잔상을 가져온 'When memories snow'를 제외하면, 활력적 전개로 전작의 아우라를 풍기는 구간은 초두에 위치한 'Bug like an angel'이 유일하다.
물론 이러한 전략이 성공적으로 반영된 트랙은 놀랍도록 매력적이다. 'Geyser'나 'Your best American girl'처럼 전개를 갑자기 뒤집는 미츠키식 '점프 스케어(jump scare)'가 작용한 'The deal'은 간단한 연출만으로도 단번에 주도권을 휘어잡는다. 아예 굴곡 없이 따스한 1970년대 소프트 록의 향취를 담아낸 'My love mine all mine'은 지표로도 증명된 결과다. 특유의 아날로그적 향수를 구현한 것은 물론, 베드룸 팝에 열광하는 젊은 층의 마음을 포획하며 플리트우드 맥 'Dreams'의 뒤를 잇는 틱톡 송가로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잘 윤색된 챔버 팝 바구니 < The Land Is Inhospitable And So Are We >는 분명 듣기 편안한 30분의 피크닉 이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작법의 한계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이상을 보여주기를 거부한 미츠키의 선택이 만든 결과다. 개별 곡의 개성도, 앨범 단위의 소구력도 희미하기에 주연 미츠키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1960년대 양산된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의 사운드트랙이나 잔잔한 반주 위 상영되는 독립 영화의 내레이션처럼 다가왔다면 작전은 성공한 셈이다.
어쩌면 이는 고된 상황과 지친 마음을 스스로 위로하기 위한 평온함의 발현으로 보인다. 과거 < Laurel Hell >을 앞두고 은퇴를 선언한 바 있는 미츠키에게 이번 앨범의 규격 파괴와 재건 행위는 더더욱 마음을 다잡는 과정처럼 다가온다. 자신의 약점과 아픔을 달빛에 비춰내고,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자신을 다시 사랑하는 법을 그려낸 간증. 일련의 트랙 흐름부터 여러 자연 소재를 이용한 공상은 작품 전반에 치유의 기운이 웃돌게 만든다.
뒤로 넘어지는 아찔한 찰나를 떠올려 보자. 다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동시에 자신을 잡아두던 중력에서 벗어난 아늑함도 공존하는 그 미묘한 상태. 이것이 미츠키가 찾은 상념도 번뇌도 없이 온전히 편안할 수 있는 장소다. 완성도나 작품성을 떠나 앨범이 가져오는 깊이와 감동은 여기에 있다. 그에게 찾아온 평화가 더욱 길게 머물기를 바랄 뿐.
- 수록곡 –
1. Bug like an angel

2. Buffalo replaced
3. Heaven
4. I don't like my mind
5. The deal

6. When memories snow
7. My love mine all mine

8. The frost
9. Star
10. I'm your man
11. I love me after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