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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폭스사가 40만 달러에 판권을 사들였고, 조지 로이 힐(George Roy Hill)을 감독에 선임했다. 1950년대 후반 “캐시디”와 “롱보우”의 이야기에 매료된 시나리오 작가 윌리엄 골드먼(Williams Goldman)이 각본을 쓰고,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 역에 폴 뉴먼(Paul Newman)과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 에타 플레이스 역에 캐서린 로스(Catherine Ross)와 같은 당시 스타급 출연진이 최종 합류했다.
실화에 근거한 미국 서부극 < 내일을 향해 쏴라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는 1890년대 후반 와이오밍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로버트 로이 파커'와 '해리 롱가보'는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라는 악명 높은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부치는 두뇌가 뛰어나고, 선댄스는 사격 실력이 탁월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주며, 당대 가장 악명 높은 무법자 콤비로 명성을 얻는다. 기차 탈취와 은행털이범으로 “보니 앤 클라이드(Bonnie and Clyde)”에 버금가는 '부치와 선댄스'의 활약에 찬사가 쏟아지고, 와이오밍 산맥에 있는 은신처 이름 "홀 인 더 월(Hole in the wall)"을 딴 갱단도 조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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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당국은 나날이 더 많은 인력을 동원하고, 이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 전담 기동대까지 꾸리기에 이른다. 단속이 심해지자 이들은 패거리에게서 떨어져 나와 절벽에서 강으로 뛰어내려 가까스로 탈출한다. 마을로 돌아온 이들은 친구이자 선댄스의 여자 친구인 교사 에타 플레이스의 도움을 받는다. 부치는 볼리비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자고 선댄스와 에타를 설득한다. 볼리비아에서 그들은 정직하게 살려고 하지만 과거를 잊지 못하고, 은행 강도 사건에서 쫓기다 빗발치는 총알 속으로 몸을 던진다.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영화는 비평가들의 찬사와 함께 아카데미상 7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음향상, 촬영상, 각본상, 주제가상, 음악상)에 후보로 지명돼, '최우수 각본상', '최우수 촬영상', '최우수 음악상', '최우수 주제가상', 이상 4개 부문 오스카 트로피의 주인공으로 호명되었다.
특히 스코어와 주제가, 음악상 2개 부문을 모두 석권한 사례는 이전까지 8회에 그칠 정도였기에 그 의미는 남달랐다. 힐 감독은 극 중 두 주인공의 성격에 어울리는 음악이 필요하다고 보고, 전통적인 서부 영화음악 대신 동시대적인 음악 사용을 결정했다. 당시 팝의 아이콘이었던 버트 배커랙(Burt Bacharach)이 그 대안이었다.
힐 감독은 대사가 있는 장면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음악에 제약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힐과 골드먼은 영화에 세 개의 삽입곡을 쓰기로 했다. 배커랙이 영화를 위해 쓴 26분의 음악 중 결국 12분의 음악만 사용되었다. 노래를 위해 작곡가 버트는 작사가 할 데이비드(Hal David)와 가수 비. 제이. 토마스(B. J. Thomas)를 동반했다.
히트곡 제조를 염두에 두고 영화음악을 쓴 것은 아니었던 배커랙은 영화가 캐릭터 중심이라는 것을 이해했고, 따라서 세 주인공 사이에 존재하는 역동성에 역점을 뒀다. 그러한 음악 설정은 거의 완벽하게 들어맞았고, 결국 그는 최우수 스코어와 주제가로 두 개의 오스카상을 거머쥐었다. 그야말로 일거양득, 영화음악가로 두 번째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힐 감독의 의중을 정확히 간파한 배커랙의 영화음악은 일명 '배커랙 사운드'로 불리는 전형을 따른 것이었다. 당김음(Syncopation)을 특징으로 재즈 화성에 근거한 화음 진행과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경음악 스타일이 주요 질료였으며, 보컬과 기악을 혼합한 작법 등 작곡과 편곡, 그리고 제작까지 겸비한 만능 음악예술가의 재능을 한껏 뽐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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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undance kid'는 랙타임(Ragtime)과 부기우기(Boogie-woogie)와 같은 20세기 초 재즈와 남부 컨트리 음악에 주로 쓰인 택 피아노(Tag Piano)를 위시해, 유려하면서 경쾌한 관현악 협주곡. 전형적인 팝스 오케스트라에 재즈적인 요소를 가미한 연주곡으로 배커랙의 재능을 여실히 증명한다. 'On A Bicycle Built For Joy'는 부치가 에타와 선댄스를 깨우고 그녀가 밖으로 나와 함께 자전거를 타며 재미있고 장난기 가득한 장면을 연출하는 첫 번째 음악 막간을 장식한다. 비. 제이. 토마스가 부른 주제가에 이어지는 이 곡조는 슬랩스틱 코미디와 같은 연속장면을 보강하는 막간의 반주로, 곡예를 부리며 자전거를 타는 부치의 어린아이 같은 장난기에 덧붙여 2박자 보드빌 스타일 오케스트라 장단을 쳐준다. 그리고 내러티브 흐름에 맞게 노래가 재개하며 매우 만족스러운 결론에 도달한다. 배커랙은 이 순간의 정신을 완벽하게 포착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영화에 삽입하기로 늦게 결정된 이 기발한 노래가 즉각적인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다. 이 노래는 4주 동안 빌보드 핫 100순위에서 정상을 차지하며 팝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볼리비아 여행의 출발지인 뉴욕을 여행하는 우리 트리오의 세피아 사진을 몽타주하는 동안 'The Old Fun City'가 재생된다. 관객은 세 남녀가 즐겁게 유명인의 삶을 사는 모습을 본다. 이 자유분방하고 경쾌한 간주 음악은 여러 가지 면에서 행복하고 행운을 기원하는 춤과 같은 감성을 자아낸다. 찰스턴(charleston: 1920년대 빠른 리듬댄스)과 같은 특성이 있어 매우 즐겁다. 볼리비아로 향하는 증기선에서 부치와 에타가 함께 느리게 춤을 추는 모습을 부드러운 춤곡으로 보강하고, 기차를 타고 볼리비아의 기차역에 도착한 두 사람의 모습과 함께 마무리된다.
'South American Gateway'는 삼인조가 언덕으로 도망치는 볼리비아 강도단 몽타주를 보강한다. 배커랙은 재즈 왈츠, 느린 삼바, 브라질 팝의 콜라주로 이 연속장면을 이색적으로 장식하고, 빠른 스캣 보컬로 이 장면을 추진한다. 장면이 바뀌면서 은행 강도가 등장하고 음악이 느린 댄스로 바뀌면서 아카펠라 풍 무언의 성악과 팝 스타일 곡조가 그 흐름을 유지한다. 은행을 털고 추격당하는 장면에서는 음악이 다시 한번 업템포로 바뀌며 뒤를 쫓는 경찰 무리와 강도들의 몽타주를 교차 강조한다. 대사 없이 음악으로만 채워진 이 연속화면은 느린 춤곡과 함께 세 사람이 고급스러운 식사를 즐기며 새로운 부와 지위를 누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마무리된다.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는 영화에서 사용되었던 슬랩스틱 오케스트라 막간 버전이 없는 곡으로, 다른 세 가지 큐들은 모두 영화에서 생략되었다. 주제가상을 받은 노래는 이 곡을 팝 스타일로 편곡한 오케스트라 버전이다. 'Come touch the sun'은 댄스풍의 서정성이 돋보이는 부드러운 곡으로, 트럼펫 솔로가 멜로디를 이끌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Not Goin' Home Anymore'는 '에타의 테마'로 쓰일 예정이었던 지시 곡. 아코디언, 나일론 기타, 색소폰 음색에 보사노바풍 리듬의 원곡과 부드러운 멜로디의 피아노로 재연한 반주가 각각 돋보이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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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반에 녹아든 버트 배커랙의 재량이 한몫했지만, 노래와 영화 모두에 대한 대중문화와 대중의 사랑이 이 곡의 수상을 가능하게 했다. 그해 경쟁작은 조르주 델레루의 < 천일의 앤 >, 존 윌리엄스의 < 리버스 >, 어니스트 골드의 < 산타 비토리아의 비밀 >, 제리 필딩의 < 와일드 번치 >와 같은 작품들이었다. 전통보다 신경향을 추구하는 한편 음악의 사용에 제약이 많았던 힐 감독의 까다로운 주문에도 불구하고, 버트 배커랙은 뛰어난 다재다능함과 창의성을 보여주었다. 작사가 할 데이비드와 단짝 콤비로 시대를 빛낸 대중음악 작곡가 버트 배커랙은 그렇게 영화음악 작곡가로서도 후대에 길이 남을 위대한 발자취를 남겼다. 비. 제이. 토마스가 부른 주제가와 함께 영화 < 내일을 향해 쏴라 >는 명화로 거듭났고, 영구적 지위를 확보했다. 미국에서만 2백 만장, 전 세계 3백 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한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는 “미국 영화 연구소(AFI)”가 선정한 미국 영화 100대 명곡 중 23위에 당당히 명함을 내밀었다.
-사운드트랙 목록-
01. The sundance kid(선댄스 키드) (2:10)
02.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빗방울이 내 머리 위로 계속 떨어지네) - 버트 배커랙(Burt Bacharach) 작곡, 할 데이비드(Hal David) 작사, 비. 제이. 토마스(B. J. Thomas) 실연 (2:57)
03. Not goin' home anymore(더는 집에 가지 않을 거야) (3:27)
04. South American getaway(남미 관문) (5:14)
05.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 연주곡(Instrumental) (2:31)
06. On a bicycle built for joy(즐기자고 만든 자전거를 타고) - 버트 배커랙과 할 데이비드 작곡, 작사. 비. 제이. 토마스(B. J. Thomas) 실연 (3:07)
07. Come touch the sun(태양을 만져 봐요) (2:27)
08. The old fun city(오래된 재미있는 도시) (N.Y. Sequence) (3:59)
09. Not goin' home anymore(더는 집에 가지 않을 거야) – 재연(Reprise) (1:04)
작곡과 지휘: 버트 배커랙(Burt Bacharach)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s): 잭 헤이즈(Jack Hayes)와 레오 슈켄(Leo Shuken)
주요 독주자: 로버트 베인(Robert Bain)과 토미 모건(Tommy Morgan)
스코어 제작: 버트 배커랙(Burt Bacharach).